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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숙아는 의료진 협업으로 살립니다”

“미숙아는 의료진 협업으로 살립니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 [조영철 기자]

김한석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 [조영철 기자]

먼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김한석(52)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과 만나기로 약속한 건 2017년 12월 15일이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이었다는 뜻이다. 

2008년부터 햇수로 10년째 서울대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을 책임지고 있는 김 교수는 미숙아·신생아 진료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다. 그를 만나 더 많은 어린 생명을 지키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 김 교수는 ‘주간동아’가 NICU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묻고, ‘나 개인을 영웅화하는 방향이 아니면 좋겠다’는 전제 아래 인터뷰에 응했다.


NICU에서 살아나는 어린 생명들

김한석 서울대 교수가 NICU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김한석 서울대 교수가 NICU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조영철 기자]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신생아들이 돌연 사망했다. 일반인에게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NICU가 순식간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많은 언론매체가 김 교수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어느 기자의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 교수가 ‘주간동아’와 마주 앉은 건 사고가 나기 전 미리 해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직 인과관계가 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조심스럽다. 이번 일이 특정 병원, 특정 의료진의 잘못을 단죄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다만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우리나라의 신생아 의료 환경에 관심을 가졌던 매체를 통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고쳐나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뜻을 존중해 김 교수와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기본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NICU는 엄마 배 속에서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를 돌보는 특수시설이다. 만삭아(40주) 가운데 태어날 때부터 중병을 갖고 있어 집중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도 NICU에 온다. 일본 오사카의대를 졸업하고 부속병원 소아과 교수를 지낸 김 교수는 일본에서부터 이런 환자를 중점적으로 돌봤다. 교수가 되기 전 미국 조지타운의대, 펜실베이니아의대 등에서 연구 강사로 일하며 미숙아의 호흡기 관련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2004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자리를 옮길 때 그의 꿈은 “한국에 선진국 수준의 신생아 협진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올봄, 26주 3일 만에 체중 760g으로 태어난 아기가 NICU에 왔어요. 미숙아인 데다 대동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선천성 심기형(완전대혈관전위·TGA) 환자라 매우 위급한 상태였죠. 이런 아이는 소아과 전문의 한 명이 결코 살려낼 수 없습니다. 우리 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심기능부전 치료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소아소화기영양과, 약제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달라붙어 아이 몸집을 키우는 노력을 시작했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1kg도 채 안 되는 아이의 심장을 열 수는 없으니까요.” 

다 자라지 못한 어린 몸은 NICU에서도 여러 번 생사 고비를 넘겼다. 중간에 감염증과 장염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소아감염과, 소아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치료에 뛰어들었다. 숙련된 간호 인력도 꼬박 아이 곁을 지켰다. 마침내 태어난 지 약 한 달 만에 아이 체중이 900g에 도달했을 때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1차 심장 수술을 집도했다. 그리고 다시 두 달쯤 지나 아이 체중이 2.3kg이 됐을 때 2차 심장 수술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그 후에도 수시로 아이 상태를 확인하며 전문 분야 의료진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많은 이의 노력 끝에 이 아이가 살았다. 출생한 지 약 9개월이 지난 2017년 12월 현재 아이는 ‘전신 건강 양호’ 상태다. 

“미처 못 한 얘기가 하나 있네요. 이 아이의 부모가 두 분 다 필리핀 노동자예요. 이분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치료비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죠. 이런 게 바로 제가 한국에 오면서 꿈꾸던 일입니다.”


“NICU를 늘리는 게 능사일까”

서울대 어린이병원 NICU에 입원해 있는 신생아 환자. [조영철 기자]

서울대 어린이병원 NICU에 입원해 있는 신생아 환자. [조영철 기자]

그가 왜 인터뷰 요청을 승낙하며 ‘나 개인을 영웅화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한 생명을 살리는 데는 이렇게 많은 이의 헌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대 어린이병원 NICU에서 이런 ‘기적’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세계적으로 미숙아의 생존 한계는 24주로 알려졌다. 2005~2014년 서울대에서 진료한 24~25주 미숙아의 생존율은 81.7%로 같은 기간 미국(63.8%), 호주(69.2%)를 앞선다. 1995~2004년에는 상황이 달랐다. 서울대 생존율(27.3%)이 절반 이하였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이처럼 우리나라 신생아 의학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 사람이다. 

“의료기술 면에서 볼 때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서울대 NICU에서는 신생아 체중 면에서 생존 한계로 여겨지는 400g 미만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한 사례도 있어요. 이 아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넉 달 앞서 체중 370g으로 태어났는데 다행히 잘 자라나 2018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 교수가 또 하나의 ‘기적’을 이야기했다. 문득 비누 한 개 무게가 350g 안팎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보다 아주 조금 더 무거웠던 아이는 태어날 당시 김 교수의 한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몸집도 작았다고 한다. 체내 장기 무엇 하나도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살았다. 역시 수많은 의료진이 밤낮을 밝히며 집중적으로 돌본 덕분이다. 이후 6년이 흐른 지금, 그 작은 아이는 잘 뛰고 잘 웃는 소녀가 됐다. 김 교수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양 볼에 손가락을 얹은 ‘애교’ 포즈를 한 채 건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김 교수가 말했다. 

“신생아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입니다. 성인 환자의 생사는 수술을 정말 잘하는 외과의사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어요. 어린아이는 다릅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수많은 전문가가 같이 달려들어야만 생명을 구할 수 있죠.” 

자, 바로 여기 우리나라 신생아 의료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전국적으로 이런 인력을 갖춘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과 전문의는 많아도 체중이 고작 1kg 남짓한 신생아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의사는 드물다. 신경외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심지어 안과에도 ‘소아’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 분야를 전공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NICU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졌어요. 신생아를 살리려면 NICU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전국적으로 NICU를 늘리기 위한 예산이 많이 집행됐죠. 그런데 병상이 있다고 환자가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 각종 의료적 문제를 겪는 어린 환자를 보호하고 고쳐낼 수 있는 의료진을 키우는 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예요.” 

김 교수는 이것을 사회안전망이라고 했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가 먹고살 걱정 없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 그것이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풀어야 할 한 가지 과제다. 기왕 마련한 NICU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장비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매년 150억 원씩 적자를 내거든요. 제가 일을 안 해서가 아니에요. 저를 비롯해 모든 의료진이 정말 열심히 환자를 돌보는데도 적자가 줄어들지 않아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죠.” 

김 교수에게 물었다. ‘대체 구조적인 문제가 뭐냐’고. 그는 “가장 단순하게 약품 사용량을 얘기해보자”고 했다.
“용량이 100㎖인 의약품이 있다고 합시다. NICU에 있는 아이는 매우 작기 때문에 이 약품을 다 투여할 수 없어요. 20㎖ 정도를 투약하면 나머지 80㎖는 버려야 하죠. 그런데 정부는 환자에게 사용한 20㎖만큼만 수가로 인정해줍니다. 사용하지 않고 버린 80㎖ 분량의 약값은 병원이 부담하는 거죠.” 

그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대는 매년 150억 원가량 적자를 떠안는다. 그런데 다른 병원이라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잖아도 적자에 시달리는 일반 병원은 한 신생아에게 투여하고 남은 약물 80㎖를 어떻게든 사용하려고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폐기하는 대신 돌려쓸 경우 면역력이 약한 어린 환자는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 교수는 “그건 크게 잘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병원도, 의료진도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생명을 살리려면 의사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낼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근본으로 돌아가자”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임신부 사망 사건 이야기를 들려줬다. 임신 28주 차이던 이 여성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이 경우 아이를 먼저 분만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도쿄 시내에서 뇌수술을 할 수 있을 만한 여건을 갖춘 모든 병원의 NICU가 만석이었다. 결국 이 임신부는 병원을 찾지 못해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의료선진국이라는 일본, 그것도 수도 도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고 한다. 

“이 사건 후 일본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NICU를 마련했어요. 위급 상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의료진이 대기하되, 병상은 늘 비워두는 NICU 말이죠. 운영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하고요. 이후 해당 임신부 가족이 TV에 나와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아이는 비록 죽었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했으니 값진 희생이라고 여기겠다’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NICU 자리를 비워두면 당장 지원이 삭감되고, 인력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중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전문성이 채 쌓이기도 전 자리를 옮기고, 그들의 빈자리는 신입 간호사가 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죽어간다. 최근 어쩌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어린 생명들이 NICU에서 안타깝게 스러진 건 특정 의료진, 혹은 특정 병원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면 이런 문제가 드러났을 때 특정인을 단죄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우리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어린 생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거예요.” 

김 교수의 얘기다.




주간동아 2017.12.27 1119호 (p32~34)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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