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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올림픽 대비 ‘특훈’ 들어간 로봇 스키선수들

내년 2월 평창서 세계 최초 ‘로봇대회’…첨단 과학기술 경연장

올림픽 대비 ‘특훈’ 들어간 로봇 스키선수들

한양대팀이 개발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 8월 뉴질
랜드로 ‘전지 훈련’을 갔을때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제공 · 엄윤설]

한양대팀이 개발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 8월 뉴질 랜드로 ‘전지 훈련’을 갔을때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제공 · 엄윤설]

“야야. 거기 잡아. 잡으라고. 으악.” 

“휴. 모터 또 나갔어요. 껐다 켜볼게요.” 

본격적인 스키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11월 초순. 실내에 눈 덮인 슬로프가 있는 경기 부천시 ‘웅진 플레이도시’ 실내스키장에 ‘로봇 스키어’들이 모여들었다. 스키장이 일반 이용객을 받지 않는 매주 월요일 오후 시간을 틈타 ‘스키로봇 챌린지’에 대비해 특훈에 들어간 ‘선수’들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진흥원)은 우리나라 로봇기술 홍보를 목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스키로봇 챌린지’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인 2018년 2월 10일부터 강원도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에서 이틀간 특별 이벤트로 ‘로봇스키대회’가 열린다. 로봇이 출전하는 스키대회가 개최되는 건 세계 처음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 대회에 출전할 스키 로봇을 만들고 있는 연구진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로봇과 함께 부천을 찾는다. 로봇의 스키 실력을 확인하고 미진한 부분을 찾아내 다음 월요일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스키 초보자처럼 A자 형태로 스키판을 모으고 눈 위를 미끄러지는 로봇, 익숙한 스키어처럼 스키판을 11자 모양으로 한 채 여러 번 슬로프를 활강하는 로봇 등 팀마다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들은 로봇에 안전줄을 연결하고 로봇의 스키 속도에 맞춰 숨 가쁘게 눈 위를 내달린다.


인간 흉내 낸 정통파 스키 기술 도전

경기 부천시 ‘웅진 플레이도시’ 실내스키장에서 스키 로봇 성능을 시험 중인 KAIST, 서울과학기술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연구진(왼쪽부터).[사진 제공 · 전승민]

경기 부천시 ‘웅진 플레이도시’ 실내스키장에서 스키 로봇 성능을 시험 중인 KAIST, 서울과학기술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연구진(왼쪽부터).[사진 제공 · 전승민]

눈 위에서 사람처럼 스키를 타는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주로 스키 선진국에서 ‘로봇도 사람처럼 스키를 탈 수 있을까’를 확인해보려는 공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008년 슬로베니아 요제프 스테판(Jozef Stefan) 연구소에서 스키 로봇을 개발했으며 일본 가나자와대 기계공학과의 요네야마 교수팀, 캐나다 매니토바대 연구진 등도 국내 기업이 개발한 소형 인간형 로봇 ‘다윈’이 스키를 타도록 만든 적이 있다. 이번 대회는 이런 로봇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스키 시합’을 벌이게 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대회 공정성을 위해 몇 가지 조건도 있다. 출전 로봇 크기는 최소 50cm를 넘어야 하고, 배터리를 써야 한다. 경기 중에는 로봇이 시작 신호 외 어떤 명령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출발하면 로봇의 인공지능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 

이 시합을 위해 진흥원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올해 초 국내 8개 팀(△한양대 △명지대 △국민대 △경북대 △KAIST △서울과학기술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미니로봇)을 선발했다. 각각 2억 원씩 연구비도 지원했다. 이미 스키 로봇을 개발한 바 있는 해외 팀의 참가도 기대되고 있어 승부의 향방은 아직 점치기 어렵다. 진흥원은 이 대회를 정례화하고, 우승팀에게는 다음 대회 참가 자격 및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람은 스키를 타면서 스스로 자세를 제어하고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그 운동역학이 이론적으로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중력가속도와 원심력, 마찰력 등 다양한 물리 이론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스키 기술의 난제를 푸는 일은 로봇공학과 스포츠과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사람이 설원에서 스키를 타는 기술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스키판 뒤쪽(테일)을 옆으로 미끄러뜨리며 회전하는 ‘스키딩’ 기술과 스키 양옆에 붙은 날(에지)을 눈에 파묻고 옆 미끄러짐 없이 빠르게 회전해가는 ‘카빙’ 기술로 나뉜다. 이것을 로봇으로 하여금 배우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보통 플루크보겐(A자)에서 배우기 시작해 패러렐 스키딩턴(11자)을 거쳐 패러렐 카빙턴으로 발전해가는 게 정석이다. 스키 로봇 개발팀 중에도 로봇이 이런 정도(正道)를 걷게 하려는 팀이 있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만 기술 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로봇 특성 살린 ‘효율파’도 선전

대표적으로 한양대팀이 그렇다. 문정인 전 스키 국가대표 선수가 한양대팀 코치를 맡아 최대한 정통 스키 기술에 부합한 로봇을 개발하고자 노력 중이다. 로봇 디자인 및 시스템 운영에는 엄윤설 숙명여대 산학협력센터 교수팀이 참여하고 있다. 한양대 팀을 이끌고 있는 한재권 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현재 ‘스키로봇 챌린지’ 참여가 확정된 팀 가운데 전문 스키 코치가 있는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로봇 운용 과정이 다소 복잡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지만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팀도 비슷한 방법으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KAIST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할 전용 스키 로봇을 최근 개발했다. 로봇 몸체는 8개 팀 가운데 가장 고성능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다리 구조를 흉내 낸 관절 19개를 갖고 있으며 무게도 45kg으로 참가 팀 중에서 가장 무겁다. 설우진 KA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로봇 몸 전체를 쓰러뜨려 손쉽게 회전하는 방법도 고민해봤지만 공학적으로 볼 때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정통 스키 기술에 입각해 스키를 타는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효율성 위주로 대회에 도전하는 팀도 눈에 들어온다. 로봇과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고 로봇이 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스키 기술을 연구하는 팀이다. KAIST가 개발한 국내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개발팀 일원이던 조백규 국민대 교수가 이 방향을 택했다. 국민대팀은 먼저 로봇 크기를 70cm 정도로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로봇 크기가 작으면 큰 힘을 내기는 어렵지만 작은 모터를 쓸 수 있고, 유지 보수나 개발과정 점검이 손쉽다. 서울과기대팀도 로봇의 특성을 중시하는 쪽이다. 김영석 서울과기대팀 연구원은 “로봇에 설치한 컴퓨터로 가상의 스키 궤적을 계산한 뒤 이를 따라 내려오게 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스키로봇 챌린지’가 세계 로봇공학 발전에 큰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입력 2017-11-28 15:56:03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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