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

연예

보이그룹 ‘워너원’ 광고 러브콜 쇄도

7월 초 콘서트로 본격 활동 개시 … 아이돌 상품화 논란 여전

  • 김은향 자유기고가 woocuma29@gmail.com

    입력2017-06-28 11:29:5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진행을 맡은 보아의 입에서 마지막 열한 번째 멤버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쁨과 환희, 아쉬움과 허탈함이 뒤섞인 출연자들의 얼굴이 차례로 비쳤다. 원하는 멤버를 대중(국민 프로듀서)이 직접 선택하는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이 절대 가치인 방송의 생리를 보더라도 이번 시즌은 여자 아이돌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배출한 지난 시즌의 명성과 성공을 가뿐히 넘어섰다. 프로젝트 보이그룹 이름은 ‘워너원(Wanna·One)’. 최종 선발전 직후 본격적인 숙소생활에 돌입한 워너원은 7월 초 개최되는 콘서트 준비에 한창이다. 방송 협찬사로 참여한 화장품 브랜드를 포함해 7~8개의 광고 촬영이 예정돼 있다. 국민 프로듀서가 뽑은 국민 아이돌의 위엄이 새삼 놀랍다.
     

    지금 가장 핫한 키워드 ‘워너원’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워너원으로 활동할 멤버는 아이오아이와 마찬가지로 총 11명이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연습생 후보는 강다니엘, 그리고 열한 번째로 아이돌 데뷔 막차에 올라탄 행운아는 하성운이었다.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이 자신의 득표수에 맞춰 프로그램의 상징인 피라미드 속 자리를 메웠다. 최종화의 결정적 장면은 역시 마지막 열한 번째 멤버를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흔들리는 눈빛, 바르르 떨리는 입술,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까지 여과 없이 송출됐다.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이 영광의 1위를 발표하는 데 공을 들이는 데 반해 ‘프로듀스 101’은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에 걸려 있는 후보들에게 더 집중했다. ‘이 가운데 한 명만 살아남는다’는 긴장감은 1등을 가려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짜릿하다. 이는 ‘프로듀스 101’을 규정하는 큰 속성 가운데 하나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 101명의 연습생을 움직인 동력이자 국민 프로듀서를 불러 모은 힘이다.

    그간 아이돌 또는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방송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화제성 면에서 ‘프로듀스 101’은 단연 압도적이다. 시청률은 1.6%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서 6.5%를 기록하며 수직 상승했다. 첫 방송 이후 줄곧 ‘콘텐츠 영향력지수(CPI)’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과 지지가 시청률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 등으로도 표출된 결과다. 또 프로그램과 관련된 동영상 조회 수는 4억9000만 뷰에 달했다.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한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101’의 방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101명의 아이입니다. 이들이 꿈을 향해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최대한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기회를 주는 거예요.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차등 대우는 있을 수 없어요. 궁극적으로는 시청자가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끼어들 여지가 없죠. 다만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어필하느냐는 연습생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게 자기 매력을 보여주는 친구에게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방송 분량이 돌아갑니다. 또 기존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던 친구들이 출연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매해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데뷔하지만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프로그램 취지가 변했다기보다 발전했다고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출연자들의 과거와 인성, 불법투표 같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숱한 논란에도 쇼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으며, 연습생 11명은 당당히 국민 아이돌그룹이라는 왕관을 쓰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아이오아이는 프로젝트 그룹과 개별 그룹 활동을 병행해 혹사당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YMC엔터테인먼트가 워너원 멤버들의 각 소속사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아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기로 했다. 당연히 멤버의 개별 활동도 제한된다. 워너원은 2018년 12월 말까지 1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활동하며, 출연료나 음원 수익 등은 멤버 전원이 고르게 나눠 갖는다.
     


    멤버 발탁 못 되도 팬덤 형성

    최종 멤버에 발탁되지 못했다고 끝은 아니다. 방송을 통해 인지도와 팬덤을 얻은 연습생이 줄줄이 데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주목받는 팀은 ‘프로듀스 101 시즌2’에 합류하기 전 이미 데뷔한 ‘뉴이스트’(NU’EST · 강동호, 김종현, 최민기, 곽영민)다. 당분간 워너원에 집중해야 하는 황민현을 제외한 4명으로 활동한다. 하성운이 속했던 핫샷(HOTSHOT)도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프로듀스 101 시즌2’ 탈락 멤버인 권현빈, 김동한, 김상균, 김용국, 김태동, 노태현, 다카다 겐타를 모아 JBJ(‘정말 바람직한 조합’의 약자)로 데뷔시키자는 팬도 적잖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인지도가 생명인 연예계에서 데뷔 전부터 이처럼 팬덤을 형성한 것은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두 번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아이돌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연습생 101명을 모아놓고 1등부터 101등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한 표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니 연습생들의 절박함은 더욱 노골적인 상품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부 연습생은 SNS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뭇매를 맞았고, 소속사와 가족을 동원한 불법투표 정황이 포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물론 경쟁과 평가는 어디든 존재한다. 하지만 마치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 듯 연습생 101명을 나열해놓고 마음에 드는 멤버를 픽(pick)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이 남는다. 시즌1, 2의 성공으로 벌써부터 시즌3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아이돌을 유사 연예상품으로 바라보는 듯한 풍토는 꼭 한 번 짚고 넘어갈 문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