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시네똑똑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고양이의 교훈

아리카와 히로 원작의 ‘고양이 여행 리포트’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입력2019-05-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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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아이 엠]

    [사진 제공 · 아이 엠]

    많은 일본 영화가 그렇듯, 소설 원작 자체가 유명한 작품이다. 함께 살 인간을 선택했던 길고양이가 주인과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자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 이야기. 수많은 ‘고양이 집사’를 울린 화제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자는 ‘도서관 전쟁’ ‘식물도감’ 등 많은 히트작을 배출하며 ‘일본의 J. K. 롤링’으로 불리는 아리카와 히로.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전 세계 16개국에서 번역됐고 국내에는 그림책으로도 소개됐다. 슬픔과 감동으로 눈물을 쏙 빼게 하고 후반부는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절대로 읽지 말라던 후기가 널리 퍼진 이 작품은 마냥 슬프기보다 삶의 기쁨으로 충만해진 감정을 느끼며 다시 기쁘게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한다. 

    사토루(후쿠시 소타 분)는 도도한 길냥이 나나(목소리 연기 다카하타 미쓰키 분)에게 간택된다. 함께 행복하게 살던 중 사토루는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나나를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길에서 함께 길고양이를 구조했던 초등학교 친구, 첫사랑의 감정을 숨겨야 했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행복하거나 슬펐던 가족사도 떠올린다. 결국 사토루는 이모 노리코(다케우치 유코 분)의 집으로 돌아오고, 나나는 주인인 사토루가 외롭지 않도록 일생일대의 결정을 한다. 

    [사진 공 · 아이 엠]

    [사진 공 · 아이 엠]

    영화는 나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나나의 시점으로 인간들을 바라본다. 어쩌면 동물을 의인화해 인간 멋대로 동물을 재단하고 판단한다는 비판을 낳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물도 생각이 있고 취향이 있으며 제 나름 선택 한다는 것을 아는 반려동물 가족은 고양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더욱 공감할 것이다. 

    사토루는 불행했다. 초등학생 때 큰 사고를 겪었고, 어쩔 수 없이 이사를 자주 다니는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 길고양이 나나처럼 사토루는 가족이 자꾸 바뀌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우정을 중시해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하고, 또 다른 우정 때문에 절박한 자신의 처지를 홀로 감수해야 했다. 사토루와 나나의 여행은 어쩌면 불행해 보이지만 추억과 인연으로 충만한 삶이었던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추억담이다.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우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품게 된다. 



    길고양이에서 주인이 있는 고양이로, 그리고 다시 유기묘로 바뀌는 ‘묘생여정’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의 여정은 인간도 유사한 여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자격’에 대해 숙고하게 하고, ‘인격을 가진 아이의 선택권’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사토루도 버림받았고, 받아들여졌으며, 삶의 고비마다 스스로 선택해 행복을 꾸려나갔다. 

    거리의 동물, 즉 유기견과 유기묘를 다루는 우리의 현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성숙한지를 재단하는 척도가 된다. 뚱하고 쿨한 표정의 고양이가 길에서도 편안한 삶이기를. 이 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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