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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갈릴레이의 ‘지구는 돈다’는 확신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갈릴레이의 ‘지구는 돈다’는 확신

[사진 제공 · 국립극단]

[사진 제공 · 국립극단]

20세기 폭력·광기에 대항하는 저항과 변혁의 세상을 실천하려 했던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나치 정권을 피해 덴마크에 망명해 있던 중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우라늄 원자핵 분열 반응 실험에 성공해 원자탄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는 보도를 접한 것. 충격을 받은 브레히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의 생애를 다룬 희곡을 내놓았다. 

제목이 ‘지구는 돈다’였던 초판본(1943)은 갈릴레이가 교회의 압박에 못 이겨 지동설을 철회하고도 지구는 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노력의 과정을 다룬다. 이단으로 종교재판소에 피소돼 가택연금형을 받고 나오던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희박하다. 우주의 무한성을 주장해 화형당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를 지켜본 갈릴레이가 서슬 퍼런 종교재판소를 나오면서 나지막하게라도 할 수는 없는 말이다. 허나 그는 ‘지구는 돈다’는 신념으로 후속 연구에 정진했다. 

이후 원자폭탄이 완성되고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폭탄이 떨어져 엄청난 생명이 사라졌다. 브레히트는 2판본(1945~47)과 3판본(1954~56)을 연속으로 집필하며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을 좀 더 강조했다. 연극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브레히트는 인류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류 평화를 위협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그는 맹목적 과학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과학자의 도덕적 책임과 역사적 사명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실적인 갈릴레이를 통해 브레히트는 과학적 진리를 모르면 바보지만 원칙을 알면서도 부정하는 것은 인류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는 한 과학자의 인간적 모순과 사회적 책임을 입체적으로 다루기보다 초판본에 나타난 ‘진실을 발견한 학자의 숭고함’을 조준한다. 시종일관 무대를 이끄는 김명수(갈릴레이 역)의 투혼은 빛나지만, 과학자 갈릴레이의 잘 알려진 여정을 장장 3시간 동안 집중해 관람하기란 녹록지 않다. 또한 배우들이 극 중에서 부르는 마드리갈 다성 합창도 문제다. 이 합창은 단순한 음으로 구성돼 있지만 실처럼 각기 다른 음률을 정결하게 하나의 선율로 만들어야 해 결코 쉽지 않은 음악이다. 전문 코러스가 아닌 연극배우들의 선율은 불협화음에 가까웠다. 연출적 무모함인지, 과도한 욕심인지 모르겠으나 관객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주간동아 2019.04.12 1184호 (p79~79)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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