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1

2018.10.26

황승경의 on the stage

철학적 가치를 심어주는 명품 어린이 연극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 입력2018-10-29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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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은세계씨어터컴퍼니]

    [사진 제공 · 은세계씨어터컴퍼니]

    연극배우를 꿈꾸던 오필리아(홍정재 분)가 있다. 딸이 훌륭한 연극배우가 되기를 소망한 부모는 그에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연인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배우의 필수조건인 발성(發聲)이 좋지 않아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연극을 사랑하는 그는 프롬프터(무대에 등장한 배우가 대사나 동작을 잊었을 때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가 돼 노년이 될 때까지 극장에서 일한다. 그런데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유행하자 다른 극장처럼 오필리아의 극장도 문을 닫는다. 그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림자들(이경열, 김서이, 김하은 분)을 규합해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명작을 공연하며 전국 순회에 나선다. 드디어 무대에 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담담하게 무대 위에서 생애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독일 청소년문학의 거장 미하엘 엔데(1929~95)의 동명 명작동화가 원작이다. 엔데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삶에서 그림자를 통해 얻는 영원한 가치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화가였던 부모로부터 예술적 자질을 물려받은 그는 뮌헨 드라마 학교에서 수학했고, 20대에는 연극배우와 제작자로 활동했다. 41세 때 베스트셀러작 ‘모모’를 탄생시켰다. 

    [사진 제공 · 은세계씨어터컴퍼니]

    [사진 제공 · 은세계씨어터컴퍼니]

    연극적 요소가 고스란히 담긴 엔데의 소설은 각색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15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는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어른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어린이에게는 신비스러운 그림자에 생명을 불어넣어 쓸모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감동을 부여한다. 이동준 연출은 보컬, 첼로, 기타로 이뤄진 라이브 음악 선율을 선사하며 작가의 진지하면서도 철학적인 사유를 관객에게 섬세하고 청아하게 전달한다. 

    올해 어린이연극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기반이 부족한 지역을 찾아 어린이 관객을 만나는 ‘2018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으로 상연되고 있다. 감각적 비주얼과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세계씨어터컴퍼니의 연출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엔데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어린이 관객은 동화 속 오필리아가 된다. 막이 내려도 어린이 관객은 일상에 철학을 접목하며 연극의 여운을 간직한다. 어린이연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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