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1

2018.08.15

인터뷰

“엘리 할머니까지 길게 가고 싶다”

캐리TV를 ‘하드캐리’하는 엘리 이성인 씨

  • 입력2018-08-14 11: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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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균]

    [김도균]

    “엘리가 간다! 친구들 안녕! 엘리예요. 오늘은 꼬마캐리와 함께 양 친구를 만나러 왔어요.” 

    레몬색의 긴 갈래머리, 뽀얀 피부, 활기찬 목소리의 주인공 엘리 언니가 10여 분 동안 아이들을 신나는 체험학습장으로 안내한다. 양에게 먹이를 주거나, 벨루가와 물놀이를 하거나, 수상스키 또는 집라인을 타는 등 각종 체험활동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 역시 휴대전화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얼굴로 초집중 상태를 유지한다. 

    2014년 8월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어린이 동영상 채널 ‘Carrie And Toys’로 출발해 영·유아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종합 어린이 브랜드로 성장한 ‘캐리소프트’. 장난감을 소개하는 동영상의 원조 격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2년 사이 구독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CarrieTV Song’ ‘CarrieTV Books’ ‘CarrieTV Play’ 등 9개 채널로 다각화해 현재 전체 구독자수는 300만 명을 넘는다. 


    유튜브 채널 ‘엘리가 간다’는 아이들과 어디로 떠나야할지 고민인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리tv 화면캡처]

    유튜브 채널 ‘엘리가 간다’는 아이들과 어디로 떠나야할지 고민인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리tv 화면캡처]

    2015년 11월 캐리소프트에 입사해 ‘엘리’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인 씨는 장난감을 소개하는 기존 콘텐츠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캐리 앤 북스’ 채널을 이끌었다. 캐리의 동생 느낌인 엘리는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로 활약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1대 캐리의 교체와 함께 채널이 개편되면서 여행과 체험학습을 주제로 한 ‘엘리가 간다’를 시작했다. 해당 채널은 아이들뿐 아니라, 주말만 되면 아이와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인 부모들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이씨는 중국어 회화가 가능해 중국어로 구연동화와 장난감 리뷰를 하는 유튜브 채널 ‘愛麗和故事(엘리와 이야기)’도 운영 중이다. 유쿠,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등 중국 3대 플랫폼에 개설한 채널 ‘愛麗去哪儿(엘리 어디가)’도 구독자수 530만 명, 조회수 37억 뷰를 기록하는 등 중국 어린이 팬층도 두껍다. 국내외 어린이와 부모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엘리 이씨를 서울 구로구 캐리소프트 본사에서 만났다. 



    엘리로 활동한 지 벌써 4년 차다. 원래는 무슨 일을 했나. 

    “일반 회사를 다니며 쇼호스트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적성에 맞고 재미있을 것 같아 학원에 다니며 틈틈이 시험을 보러 다니던 중 우연히 캐리소프트에서 엘리를 뽑는다는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됐죠. 조카가 20명 정도 되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일상이었어요. 또 어린이집 원장인 언니를 도와 주말에 아이들을 돌보는 보조교사로도 일했던 터라 어린이를 겨냥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죠. 오디션 때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회사 관계자가 나쁘지 않다며 바로 유튜브에 올려 그 영상이 제 데뷔 영상이 됐어요.” 

    연기와 노래를 잘해서 연예인 지망생인 줄 알았다.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나. 

    “전혀 아니에요. 대학은 중국 베이징수도사범대 대외한어과를 졸업했어요.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학과예요. 중학생 때 엄마 친구의 아들이 중국 유학 중이었는데, 앞으로 중국이 비전 있다고 해 졸업 후 검정고시를 보고 중국 대학에 바로 입학했어요. 오빠와 함께 유학을 갔는데 그 학교에서도 특이한 사례라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덕분에 재미있게 대학생활을 했고, 돌아와서 둘 다 일반 회사에 취직했죠. 오빠는 지금도 무역회사에 다녀요.”

    ‘엘리가 간다’ 구독자수 23만9000여 명

    [김도균]

    [김도균]

    일반인이었는데 유튜브 동영상을 촬영하기 어렵지 않았나. 

    “처음에는 화면에 나오는 제 얼굴이 어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촬영은 아이들과 놀아주듯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어렵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떻게 찍으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좀 더 교육적일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촬영해요.” 

    ‘엘리가 간다’는 부모에게도 인기가 많다. 어떻게 탄생했나. 

    “단순히 장난감을 리뷰하는 콘텐츠 이외에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대표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어요. 요즘 아이들은 아빠와 놀 기회가 적은 데다, 아빠들도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행과 체험활동을 주제로 한 채널을 개설하게 됐죠. 한 번은 실내 낚시터에 가서 노는 동영상을 찍어 올렸는데, 아빠들의 피드백이 굉장히 많아 놀랐어요.” 

    보통 촬영 전에는 어떤 준비를 하는가. 

    “아이템 고민을 제작진과 길게 하는 편이에요. 또 장소를 선정한 뒤 인터넷에 공유된 정보를 취합해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하죠.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무래도 말을 얼마나 교육적으로 하느냐는 거예요. 부모도 함께 보는 채널이라 단어 하나도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것으로 쓰려고 이것저것 미리 공부를 해둬요. 최근 뿌듯했던 일은 ‘엘리가 간다’ 캠핑 편에서 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며 제가 ‘꼬마 캐리야, 바다 좀 봐. 저게 바로 윤슬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한 아이가 부모와 바닷가에 갔다 ‘엄마, 저게 윤슬이래’라고 말해 부모가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어린이 콘텐츠 진행자로 그동안 일해오면서 노력한 부분이 인정받는 것 같아 상당히 기뻤어요.” 

    ‘엘리가 간다’를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조회수로만 보면 인사동 테마파크에 가서 노는 동영상이 630만 뷰를 기록해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캠핑 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와 꼬마 케빈(탈인형 배우), 촬영팀 3명 가운데 캠핑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대형텐트를 가져갔는데 텐트를 치는 데만 6시간이 걸린 거예요. 비까지 내려 모두 우비를 입고 낑낑대며 텐트를 쳤죠. 힘들긴 했지만 1박 2일 동안 캠핑 요리를 해 먹고, 놀이도 하는 등 우리에게는 상당한 추억이 된 촬영이었어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아이들의 영혼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1대 캐리 언니인 강혜진 씨가 돌연 회사를 나간 것. 캐리를 따르던 아이들은 혼란을 겪었다. 2대 캐리 언니가 등장했지만 인기가 전만 못했다. 이때 엘리 이씨는 캐리와 케빈 등 원조 캐릭터의 출연진이 교체되는 혼란기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캐리TV를 ‘하드캐리’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이씨는 6개월 전 캐리소프트 이사가 됐다. 

    캐리가 탈퇴했을 때 같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조금도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엘리라는 캐릭터를 기획한 것은 대표님이고, 콘텐츠 제작에도 대표님의 노력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알거든요. 캐리소프트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나갈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새 캐리가 뽑혔지만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캐리TV를 이끌기 힘들지 않았나. 

    “힘들다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죠.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캐리의 변화 자체가 큰 아픔일 수 있죠. 내부에서도 제게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엘리만의 색깔과 역할, 인기 요소 등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몰두하며 엘리를 잘해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어요.” 

    캐리 교체 이후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떤가. 


    “캐리TV 브랜드가 더 확고해졌어요. 캐리, 엘리, 케빈 등 3명의 메인 캐릭터 이외에 루시와 스텔라, 모모 등 다른 캐릭터들이 생겨나면서 색채가 더욱 다양해졌죠. 또 TV 채널로도 진출해 인기가 더 높아졌고, 아이들도 저희를 연예인으로 보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 모여라’라는 꼭지가 있는데, 교복 입고 교실에서 떠들썩하게 노는 영상이 가장 즐거워요. 물론 그 촬영도 아이들에게 유익할 수 있도록 말을 가려가면서 하고 놀이도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원조 멤버에서 이사로 승승장구

    [김도균]

    [김도균]

    중국에서 엘리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중국에 동영상을 올리면 10만 뷰는 기본으로 올라가요. ‘愛麗去哪儿(엘리 어디가)’의 경우 중국에 가서 찍는데, 현지 아이들이 알아봐주니 참 신기해요. 6개월 전부터 캐리소프트 상하이 지사에 가서 몇 차례 촬영을 진행해 영상을 올리고 있거든요. 또 한국의 ‘엘리가 간다’ 영상을 중국어로 더빙해 올리기도 해요. 얼마 전 경기 이천시 덕평에서 촬영을 하는데 한 중국인 어린이가 ‘‘엘리가 간다’ 보고 한국에 놀러왔어요!’라며 알은체를 하더라고요.” 

    이씨는 어린이 뮤지컬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고, 바이올린 연주까지 해내는 등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부모들은 무조건 ‘유튜브 채널은 보면 안 돼’라는 입장을 유지하다 ‘엘리는 봐도 돼’라며 허용하기도 한다. 

    어린이 콘텐츠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힘든 점과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 

    “힘든 점은 거의 없어요. 아이들에게 유익한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는 게 유일한 고충이죠. 그마저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스르르 녹아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어머님들이 긍정적인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많이 보내주셔서 힘이 났어요.” 

    동영상 촬영, 뮤지컬 배우 등 역할이 다양한데 어떤 분야가 가장 흥미롭나. 

    “뭘 하든 ‘엘리’로 등장하는 것은 다 재미있어요. ‘뮤지컬은 지방 공연이 많은 편이라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오히려 힘을 받아서 와요. 지난주 충북 청주에서 공연할 때는 한 아버님이 일어나 계속 춤추며 박수를 쳐주더라고요. 초창기에 비해 부모님 팬도 늘어나 굉장히 감사해요. 무대 밑으로 내려가면 예전에는 아이를 밀어 손을 잡게 해주셨는데 요즘은 자기 손을 잡아달라는 아버님도 많아 신기할 따름이에요.” 

    엘리로 활동하면서 받는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캐리TV에 출연하는 캐릭터들 모두 동영상 조회수로 수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매달 고정된 월급을 받아요. 사실 대표님이 계속 회사 이사직을 제안했는데 부담스러워 거절하다 6개월 전 수락했어요.” 

    어린이 콘텐츠 진행자는 시간이 지나면 교체되기 마련인데 두렵지 않나. 

    “아직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회사도 그렇고, ‘엘리 할머니가 돼서 책을 읽어줄 수도 있는 거 아냐?’라며 오래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최근 어린이 팬들을 본사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 친구를 만났는데, 2년 전 오프라인 행사 때 찍은 사진과 최근 사진을 월 패드에 붙여 와 인사를 하더라고요.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그런 친구들을 봐서라도 힘닿는 대로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김도균]

    [김도균]

    엘리 같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어린이에게 조언을 하자면.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동영상을 촬영하다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이런 게 있었지’ 하고 추억하게 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 경험이 많아야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아요. 기술적인 부분, 예를 들어 연기나 춤 같은 것은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거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달라. 

    “먼저 ‘엘리가 간다’ 채널을 꾸준히 촬영하면서 중국 콘텐츠 제작도 비중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물론 뮤지컬 공연도 꾸준히 할 계획이고요. 또 개인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육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회사와 논의해 어린이 중국어 강의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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