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정열의 남미에서 찾은 마음속의 고요함

연극 ‘라틴아메리카 콰르텟’

  • 입력2018-07-17 11: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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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연우무대]

    [사진 제공·연우무대]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혼잣말이 되뇌어질 때가 여행을 가야 할 적기라고 외치는 남자 4명이 남미로 향한다. 이들은 답답한 일상을 탈출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자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모두 인생의 쉼표와 느낌표가 필요한 시점. 저마다 가슴속에는 숨겨둔 사연이 있다. 그들은 숨이 멎을 것 같은 경이로운 남미의 자연 앞에서 우연히 만나고, 일부러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며 자아를 찾아간다. 

    음악에서 콰르텟(Quartet)은 4개 악기가 연주되는 4중주를 의미한다. 여행연극 ‘라틴아메리카 콰르텟’은 서로 다른 4가지 소리가 선율로 조화를 이뤄 궁극적으로 하나의 이상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린다. 첫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지만 좀처럼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인 여행작가 트래블러 장(박동욱 분)은 두 번째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해 남미 여행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쌍둥이 동생과 약속을 지키려는 배영진(임승범 분)은 일부러 광활하고 고된 여행 일정을 소화하며 자기가 원하는 여행을 찾아 끊임없이 떠돈다. 

    혼자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문필(김다흰 분)은 여행에서 다양한 삶을 보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항상 자신을 옥죄던 그림자를 드디어 이구아수 폭포 아래로 떠나보낸다. 혼혈입양아지만 훌륭한 부모와 좋은 아내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김한민(전석호 분)은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술독에 빠져 있다 남미로 온 그는 뭔가 바뀔 수 있으리라는 희망보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무대는 그동안 극단 연우무대가 선사한 인도, 유럽, 히말라야 등 여행연극 시리즈 4번째 공연. 남미는 비행시간만 25시간으로 보통 마음가짐으로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거리다. 배우들이 36일간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생생한 영상 덕에 관객은 새하얀 우유니 소금사막과 장엄한 이구아수 폭포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맛본다. 공연의 백미는 탱고 댄서 강선미와 배우 4명이 함께 만드는 마지막 커튼콜. 강렬한 리듬과 격정의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그들은 열정적인 눈빛과 매혹적인 몸짓을 선보이고, 관객은 라틴아메리카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역시 세상은 새롭고 낯설고 다르고 참신하고 생소하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마주하는 여행을 인생과 같다고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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