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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엔 이렇게 놀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를 깨우치게 하는 가족영화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 7편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를 깨우치게 하는 가족영화


9일간 이어진 지난 추석 황금연휴의 추억 때문인지, 나흘뿐인 이번 설 연휴는 어쩐지 좀 빠듯하게 느껴진다. 극장 나들이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거실에 앉아, 혹은 홀로 오붓이 의미 있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설 연휴를 맞아 가족의 의미를 반추할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가족은 수많은 영화에서 다룬 주제인 만큼 최근 5년 이내 개봉한 영화를 기준으로 추천받았다(강유정 영화평론가, 정민화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 정지욱 영화평론가 추천).


긴 귀향길 떠나기 망설여질 때
‘코코’ ‘동경가족’

'코코'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동경가족’ [사진 제공 · 오드]

‘동경가족’ [사진 제공 · 오드]

만만찮은 차량 정체를 뚫으려면 ‘가족애’라는 단단하고 확실한 동기가 필요하다. 디즈니처럼 가족애를 전문적으로 내세우는 영화제작사가 또 있을까. 디즈니의 따끈따끈한 신작 애니메이션 ‘코코’도 마찬가지다. ‘코코’는 가족애를 마구마구 발산하는 영화다. 

주인공은 뮤지션을 꿈꾸는 멕시코 소년 미구엘. 음악을 혐오하는 가족 내력 탓에 애지중지하던 기타를 빼앗긴 미구엘은 전설의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훔치다 사후세계에 발을 내디딘다. 미구엘은 그곳에서 영정사진으로만 봤던 ‘조상님’들을 만나게 된다.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고 조상을 위해 제단을 꾸미는 멕시코의 문화는 우리의 차례문화와 흡사하다. 특정 문화권의 종교적 믿음을 떠나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강유정 평론가는 “가족이 있어 다행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유쾌한 분위기의 ‘코코’와 달리 야마다 요지 감독이 연출한 ‘동경가족’(2013)은 다소 쓸쓸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일본의 거장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1953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부모 마음 같지 않은 자식과 가족해체의 풍경은 60년이 지나도 비슷하지만 후배 감독이 그린 ‘동경가족’은 화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현대 가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그린, 거장에 의한 거장의 리메이크”라고 표현했다.


소파에서 눈치만 보는 아빠에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사진 제공 · 티브로드폭스코리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사진 제공 · 티브로드폭스코리아]

많은 남성이 방구석이나 소파 등에서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약간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엔 부부싸움이 잦다. 가부장문화의 폐해이기도 하지만, 달라지는 가족문화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불명확해져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가족영화에서 남성, 특히 젊은 남성은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쇼케이스 아버지’에서 진정한 아버지로 성장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는 의미 있는 영화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6년간 키운 외동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자가 자란 곳은 자신의 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정. 

두 가정은 친자를 바꿔 키우고, 그 과정에서 성공만을 좇던 료타는 가족의 의미, 아버지의 역할을 깨닫는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료타에게 료타의 친자를 키운 가정의 가장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는 “아버지란 것도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고레에다는 오랫동안 가족 이야기에 몰두해온 감독이다. 명절 연휴 다양한 가족 영화를 몰아보고 싶을 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모음은 믿을 만한 선택지다.


또 한 살 더, 훌쩍 큰 아이와
‘보이후드’ ‘보스 베이비’

‘보이후드’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보이후드’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부모와 자식의 거리는 자식의 나이와 비례하는 걸까. 설날 한 살 더 먹은 아이가 더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헛헛하다는 부모가 많다. 혹시 홀로서기를 앞둔 자녀가 있다면 ‘보이후드’(2014)는 좋은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12년간 매년 여름 사나흘씩 배우들을 만나 15분 분량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계속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대사 곳곳에 인생에 대한 고찰이 가득하다. 가족 부양 대신 낡은 스포츠카를 몰던 보헤미안 아버지는 재혼 후 가족을 위해 밴을 모는 보험판매원이 된다. “아빠는 뮤지션 아니었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그는 “인생은 비싼 것”이라고 답한다. 주인공 메이슨 역의 엘라 콜트레인이 6세 때부터 18세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특별한 경험을 준다.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길 원한다면 ‘보스 베이비’(2017)를 추천한다. ‘어린 동생을 맞는 스트레스는 첩을 들이는 스트레스에 맞먹는다’고 하는데, 동생이 생기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종국에는 형제애, 가족애로 점철되는 영화다. 

주인공 아기가 애완견을 아기보다 선호하는 세태를 뒤엎으려 베이비주식회사에서 밀파한 특수요원이란 깜찍한 발상이 어른들에게 흡인력을 발휘한다.


밥상 엎은 상흔을 치유하려면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철원기행’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사진 제공 · 우리엔터테인먼트]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사진 제공 · 우리엔터테인먼트]

가족은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지만 동시에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모였으면서도 서로 얼굴 붉히고 상처 주는 얘기를 내뱉는다. 우리 집보다 못한 막장가족의 이야기가 가족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2014)은 알코올 중독 아버지가 죽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약물 중독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독설을 내뱉고, 큰딸은 이혼 위기에 놓였으며, 둘째 딸은 사촌 오빠와 사랑에 빠졌고, 난봉꾼 남편을 둔 셋째 딸의 삶도 녹록지 않다. 메릴 스트리프,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재현하는 이른바 막장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민낯을 돌아보게 된다. 

독립영화 ‘철원기행’(2016) 역시 가족이 주는 상처를 들여다본 영화다. 고교 교사인 아버지의 정년퇴임 날 가족이 모이고, 아버지는 이혼을 선언한다. 더없이 불편한 관계인 이 가족은 강원도에 내린 폭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 동거를 하게 된다. 영화는 열린 결말을 취하지만 어설프게 갈등을 봉합하지는 않는다. 

정민화 프로그래머는 “가족 안의 갈등을 봉합하고자 떠나는 여행 같은 영화”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무조건적인 화해보다 속 깊은 이해와 고민이 가족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2018.02.14 1126호 (p58~59)

  • | 구가인 채널A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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