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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후예 가슴 뛰게 하는 양궁 카페 인기

프랜차이즈 바람 타고 급속 확산…커플 데이트부터 직장 워크숍까지

주몽의 후예 가슴 뛰게 하는 양궁 카페 인기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양궁 경기 중계방송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등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열릴 때마다 양궁은 한국의 메달 텃밭이었다. 국가대표 선수 이름, 경기 규칙, 바람직한 활쏘기 자세 등 관련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는 이도 적잖다. 

그럼 실제로 활을 들고 사로(射路)에 서서 활시위를 당기고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를 들어본 이는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취미로 활을 쏴온 전성기 경기아처스클럽 회장은 “우리나라는 엘리트 양궁인 육성 프로그램은 잘 짜인 반면, 아마추어가 양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양궁 동호인이 마음 놓고 활을 쏠 수 있는 양궁장이 거의 없어,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를 보고 양궁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활쏘기 배우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양궁이 ‘국민 스포츠’인 동시에 ‘낯선 운동’인 이유다. 

그런데 최근 양궁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양궁 카페’라는 이름을 단 실내 양궁장이 생겨나면서부터다. 양궁은 주로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바람 부는 야외에서 70~90m 떨어진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긴다. 실내 양궁장은 이 공간을 축소해 건물 내로 옮겨놓은 형태다. 이곳에서 방문객은 TV 중계로 지켜본 양궁선수들처럼 왼팔에 ‘암가드’(팔 보호장비), 가슴에는 ‘체스트가드’(가슴 보호장비)를 하고 허리에는 ‘퀴버’(화살통)를 찬 채 손가락에 ‘핑거탭’(손가락 보호 도구)까지 끼고 사로 앞에 선다. 호흡을 가다듬고 활줄을 당기면 오직 나만을 위해 마련된 과녁을 향해 화살이 날아오른다.


나만을 위해 준비된 과녁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실내 양궁장이 건립된 데서 알 수 있듯, 실내 양궁장 자체는 새로운 공간이 아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내 양궁장이 생겨나는 점, 특히 아마추어도 과녁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사로 길이를 줄이고 간단한 음료와 스낵 등도 판매하는 카페 형태의 업소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양궁 장비 제작 및 판매업체 ‘자이언트 아처리’를 운영하다 올해 1월 경기 부천에 ‘리얼양궁카페’를 개업한 이진용 대표는 “우리 카페가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양궁 카페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분이 많았다. 그런데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직접 활을 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확인됐다. 이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이가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 홍대 앞, 대학로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에서는 양궁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양궁 카페 방문기가 넘쳐난다. 직장인 김은진 씨는 지난달 양궁 카페에서 회식 뒤풀이를 했다. 그는 “회사 근처에 양궁 카페가 하나 생긴 걸 보고 부장님부터 막내 직원까지 모두 ‘우리 한번 가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다들 활이라고는 쏴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활을 직접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밝혔다. 

최근 리얼양궁카페를 비롯해 ‘슈팅존’ ‘애로우팩토리’ 등 여러 양궁 카페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위에서 양궁 카페를 마주칠 일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서울 홍대 앞에 애로우팩토리 1호점을 오픈한 이희웅 대표는 “지난달 충남 천안에 애로우팩토리 2호점이 문을 열었고, 이달 안에 2개 점포가 더 개업한다.

조만간 추가로 3개 점포를 여는 것도 확정됐다. 우리 카페에 와보고 프랜차이즈 가맹 문의를 하는 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최근 양궁 카페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양궁 동호인으로 애로우팩토리를 창업하기 전부터 개인 활을 갖고 있을 만큼 활쏘기를 즐겼다는 이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양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데 활을 쏴본 사람 또한 거의 없다 보니 양궁 카페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仁(인)은 곧 활을 쏘는 것과 같으니…

서울 홍대 앞 양궁 카페 ‘애로우팩토리’에서 손님이 양궁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홍중식 기자]

서울 홍대 앞 양궁 카페 ‘애로우팩토리’에서 손님이 양궁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홍중식 기자]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활쏘기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점도 양궁 카페 열풍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양궁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력을 높이기에 좋은 일종의 ‘수련’으로 통한다. 조선 선비는 몸과 마음을 닦고자 활을 쐈고, 맹자는 ‘仁者如射’(인자여사·인은 활을 쏘는 것과 같다)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고(故) 신영복 교수는 저서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에서 이 구절을 풀이하며 ‘궁도란 살을 과녁에 적중시키는 단순한 궁술이 아니다. 그 과정과 자세의 정진 여부가 중(中), 부중(不中)을 결정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양궁 카페에서 워크숍을 하는 회사, 자녀 손을 잡고 양궁 카페를 찾는 학부모 등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양궁장을 찾든 활시위를 당기는 이의 목표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과녁 한가운데 있는 황금색 동심원 안에 화살을 꽂아 넣는 것 말이다. 사로가 길고 바람 등 외부 요소까지 신경 써야 하는 야외 양궁장에서는 초보자가 이런 ‘짜릿한’ 경험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양궁 카페에서는 의외로 ‘10점 만점’이 자주 나온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정민 애로우팩토리 매니저는 “우리 카페의 사로 길이는 10m이다. 활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도 기본 사용법을 배우고 전문가 조언대로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연습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다. 한 번 그런 재미를 느끼면 점점 더 양궁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진용 ‘리얼양궁카페’ 대표는 이처럼 “양궁 카페에서 활쏘기에 ‘맛을 들여’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는 이도 적잖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개인용 활 등 양궁 장비를 구비하려는 사람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성기 경기아처스클럽 회장은 이에 대해 “양궁 카페가 많아지면서 양궁 인구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다. 다만 양궁이 당구나 스크린 야구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가 아니라는 데 대한 기본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활은 살상력을 가진 무기다. 양궁을 하는 사람은 그 위험성을 분명히 알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양궁 동호인 수가 적을 때는 선배들이 입문자에게 이 부분을 철저히 가르치는 문화가 있었는데, 최근 양궁 카페를 통해 양궁을 처음 접하는 이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섣불리 활을 쏘고, 개인 장비를 구매하는 이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오랜 세월 쌓여온 양궁에 대한 좋은 인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양궁 카페 운영자와 이용자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게 전 회장의 바람이다.




입력 2017-11-28 17:13:39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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