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2017.10.04

와인 for you

송편에는 모스카토, 고기 요리엔 패트리샤

명절 음식과 어울리는 브라운 브라더스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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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친지와 풍성한 먹을거리를 나누는 시간은 추석 명절의 하이라이트다. 늘 마시는 소주, 맥주도 좋지만 와인으로 향긋한 분위기를 연출해보면 어떨까. 한 가족이 대를 이어 정성껏 만든 와인을 곁들이면 추석의 의미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브라더스(Brown Brothers)는 호주에서 가장 전통 있는 가족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로, 2015년 호주 최고 와인 브랜드로 선정됐을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 설립자는 스코틀랜드 출신인 존 프랜시스 브라운(John Francis Brown)이다. 존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와인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돈도 없었다. 1889년 와이너리 설립 당시 22세였던 그가 가진 것이라곤 땅 10에이커(약 4만㎡)와 열정뿐이었다.

    와이너리 설립 직후인 1890년 호주에 대공황이 닥쳤다. 주변 와이너리들이 문을 닫았지만 존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군분투하는 그를 딱하게 여긴 이웃 와이너리들이 양조 장비를 헐값에 내줬고, 덕분에 그는 와이너리에 필요한 장비를 갖출 수 있었다.

    6년 뒤인 1896년에는 필록세라(phylloxera) 병충해가 포도밭을 초토화했다. 대공황을 견뎌낸 와이너리조차 땅을 버리고 떠났지만, 존은 이번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필록세라 면역이 있는 미국산 포도나무 뿌리에 유럽종 포도나무를 접붙여 밭을 새로 일궜다. 당시로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실험적 시도였지만 존은 과감하게 모험을 택했고 브라운 브라더스를 지켜냈다.





    브라운 브라더스는 이후 4대째 내려오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증조할아버지인 존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물려받은 후손들은 지금도 혁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좋은 예가 킨더가튼(Kindergarten)이다. 킨더가튼은 브라운 브라더스가 포도 재배와 양조 기술을 연구하는 미니 와이너리다. 여기서 그들은 유럽에서 들여온 양조용 포도가 호주 토양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시험하고 품종별로 효과적인 양조법도 개발한다. 브라운 브라더스가 품질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와인을 다양하게 생산하는 저력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석 음식처럼 요리마다 재료와 조리 방법이 가지각색일 때 브라운 브라더스 와인은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여러 가지 음식과 두루 어울리는 와인이 많아서다. 와인을 잘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브라운 브라더스의 시에나(Cienna), 모스카토(Moscato), 데블스 코너(Devil’s Corner) 스파클링 와인만 있다면 추석 음식과 얼마든지 멋진 궁합이 가능하다.

    시에나는 잔잔한 기포가 있는 가벼운 레드 와인이다. 살짝 단맛이 나며 알코올 도수도 7.5%로 낮아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시에나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수몰(Sumoll)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교배해 새롭게 개발한 품종이다. 과일과 향신료향이 우아한 카베르네 소비뇽의 장점과 덥고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수몰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 시에나를 한 모금 머금으면 산딸기와 라즈베리의 향긋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톡 쏘는 후추향이 입맛을 돋운다. 모든 추석 음식과 두루 어울리지만, 완자전, 버섯전, 깻잎전처럼 고기가 들어간 전류와 특히 잘 맞는다. 와인의 과일향이 육류의 고소한 맛을 살리고, 후추향은 느끼한 뒷맛을 개운하게 정리해준다.



    브라운 브라더스의 모스카토는 호주인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으로 뽑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포도, 자몽, 레몬 등 과일향이 상큼해 차게 즐기면 마치 과일 셔벗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모스카토의 달콤함은 맵고 짠 우리 음식과 궁합이 잘 맞으며, 단맛이 많은 후식류와도 어울린다. 과일, 송편, 한과, 약식 등과 함께 모스카토를 차려 내면 식간에 근사한 와인타임을 즐길 수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가 최근 출시한 추석 세트를 활용하면 음식에 곁들이는 시에나, 후식과 즐기는 모스카토를 저렴한 가격으로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다.

    모처럼 모인 가족과 축배를 들고 싶다면 데블스 코너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해보자. 데블스 코너 스파클링은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Tasmania) 섬에서 만든 와인이다. 데블스 코너는 이 섬의 동쪽 해안 이름인데, 배가 잘못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파도가 거친 곳이다. 기후가 서늘해 피노 누아르(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가 천천히 익으며 맛, 향이 집중된 포도를 생산한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만든 데블스 코너 스파클링 와인은 잘 익은 사과향과 깔끔한 뒷맛이 매력적이다. 당도와 산도의 균형도 뛰어나다. 보디감이 적당하고 질감도 부드러워 추석 음식 가운데 맥주와 잘 맞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곁들여도 좋다. 가벼운 나물류나 빈대떡, 생선전, 잡채 등 기름진 음식과 즐기면 뒷맛이 개운하다.



    레드 와인을 좋아하면 브라운 브라더스의 텐 에이커스 시라즈(Ten Acres Shiraz)나 패트리샤(Patricia) 카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한다. 추석에 장만한 고기 요리와 어울릴 와인이다. 텐 에이커스는 브라운 브라더스 설립자 존을 기념하는 와인이다. 존이 맨 처음 구매한 밭 면적이 10에이커인 점을 따서 이 이름을 붙였다. 와인 레이블에도 젊은 시절의 존과 그의 뒤를 이은 할아버지 존 찰스(John Charles)의 어린 시절 사진이 담겼다.

    텐 에이커스 시라즈의 특징은 풍부한 과일향과 은은한 유칼립투스향의 조화다. 포도밭 주변에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아 포도에 그 향이 밴 것이라고 한다. 텐 에이커스 시라즈는 쇠고기와 버섯으로 만든 꼬치전이나 불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매끈한 타닌이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감싸고, 은은한 버섯향은 와인의 유칼립투스향을 증폭해 입안에서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패트리샤는 존 찰스의 아내, 즉 현재 운영자의 할머니를 기리는 와인으로, 브라운 브라더스의 최상위급이다. 패트리샤 카베르네 소비뇽은 검은 자두, 블랙베리, 마른 허브, 담배 등 복합미가 뛰어나고 벨벳처럼 푸근한 타닌이 매력적이다. 쇠고기 산적이나 갈비찜처럼 두툼한 고기 요리에 곁들이면 와인의 과일향이 달착지근한 양념과 맛깔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풍부한 타닌은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오는 육즙을 더욱 고소하게 만들어준다.

    다양한 와인으로 세대와 입맛을 폭넓게 아우르는 브라운 브라더스. 와인마다 스타일은 달라도 그들의 와인에는 따뜻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4대째 내려오는 브라운 가문의 끈끈한 가족애가 와인에 녹아 있어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에 브라운 브라더스 와인은 함께 나누는 향긋한 정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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