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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中 ‘금전외교’에 대만 외교 풍전등화

파나마, 10억 달러 투자 앞세운 中과 수교…오랜 우방 대만과는 단교

中 ‘금전외교’에 대만 외교 풍전등화

中 ‘금전외교’에  대만 외교 풍전등화

대형 컨테이너선이 새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파나마운하관리청 웹사이트]

파나마는 인구 380만 명밖에 안 되는 중남미의 자그마한 국가다.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접하고 있는 파나마는 국토를 가로질러 건설된 파나마 운하 덕에 먹고산다.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수로로 전체 길이가 82km에 달한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건설했다. 미국은 1904년부터 14년까지 파나마 운하를 만들고 이후 86년간 운영하다 2000년 1월 1일을 기해 파나마에 반환했다.

통행료 수입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보던 파나마는 선박들 크기가 커지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2007년부터 53억 달러(약 6조450억 원)를 투입해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9년간 공사 끝에 파나마는 지난해 6월 26일 기존 운하 옆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고 개통식을 가졌다. 기존 운하는 7만t급 이하 선박만 지나갔지만, 새 운하를 통해선 20만t급 선박이 지나갈 수 있다. 또 기존 운하는 컨테이너 4400개 이하를 실은 배만 통항했지만, 새 운하를 통해선 1만4000개를 실은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새 운하 개통으로 파나마 정부의 통행료 수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간 26억 달러(약 2조9660억 원)에서 향후 10년 내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최장기 수교국, 파나마

그런데 새 운하 개통 이후 파나마 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이유는 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가운데 중국 국적이 두 번째로 많은데 중국과 미수교 상태였기 때문이다. 파나마 정부는 새 운하 개통식 때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초청했지만 시 주석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참석 소식을 듣고 불참했다. 파나마 정부는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자국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항을 금지할 경우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란 점을 우려해왔다.

파나마 정부는 또 새 운하 인근에 대규모 물류센터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자동차 전용 터미널 등의 건설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할 국가는 현재로선 중국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파나마 인접국인 니카라과에서 파나마 운하보다 훨씬 넓고 깊은 대운하를 건설 중이다. 중국계 기업인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2014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한 니카라과 운하는 2020년 완공된다. 길이 278km에 달하는 이 운하는 컨테이너 2만5000개를 실은 선박과 32만t급 유조선이 다닐 수 있다. 그만큼 파나마 운하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파나마 정부는 결국 중국 정부가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6월 12일 “파나마 운하의 두 번째로 중요한 고객인 중국과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는다”고 선언했다. 파나마 정부는 중국과 수교를 발표하기 불과 40분 전 대만 정부 측에 단교하겠다고 통보했다. 파나마는 1912년 중화민국 시절부터 대만과 수교를 맺어온 최장기 우방국이었다. 중국이 파나마와 수교한 것은 대만 압박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자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가 파나마를 포섭 대상으로 삼은 또 다른 이유는 파나마 운하가 세계적인 물류 거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교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을 견제하고 중남미지역에서 영향력도 강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 처지에선 자원과 수송 루트의 확보는 사활이 걸린 과제다.

중국 정부는 파나마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계획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자국 기업들을 은밀하게 동원했다. 실제로 중국 산둥성 란차오그룹은 파나마와 수교 직전 파나마 운하의 대서양 동안에 위치한 콜론 시 마르가리타 컨테이너항을 개발하는 데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마르가리타 컨테이너항은 새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한꺼번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이는 중국 기업이 파나마에서 진행하는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다. 이런 투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3년간 파나마의 각종 프로젝트에 256억 달러(약 29조2003억 원)를 쏟아부었고, 중국 정부는 80억 달러(약 9조1200억 원) 차관까지 제공했다.

파나마는 중국의 적극적인 ‘금전(金錢)외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중서부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와 수교할 때도 상당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 정부 측에 단교하지 않는 대가로 2억1000만 달러를 요구했던 것으로 볼 때 중국 정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회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총통부는 “중국이 금전을 투입하는 외교 방식으로 대만의 국제 공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중국의 금전외교에 속수무책인 처지다.  
中 ‘금전외교’에  대만 외교 풍전등화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만 총통부]


中, 바티칸과도 국교 협상 중

대만은 파나마와 단교로 수교 국가가 20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도미니카, 아이티,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남미국가의 대만 단교가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질 수 있다. 쉬스청 중국 사회과학원 남미연구소 연구원은 “아이티, 도미니카 등 다른 대만 수교국들이 외교관계를 바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바티칸과 국교 협상이 타결될 경우 가톨릭이 국교인 중남미국가들은 대만과 더는 외교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더욱 압박하고자 나이지리아, 바레인, 에콰도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요르단 등 5개국에 대만 대표부의 개명과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5개국은 대만과 단교한 상태이지만 대만은 이들 5개국의 수도에 대표부를 두고 영사와 대외 업무를 대행해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중국 정부의 뜻에 따라 수도 아부자에 위치한 대만 대표부인 ‘중화민국상무대표단(中華民國商務代表團)’을 상업도시인 라고스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400억 달러(약 45조58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약속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대만이 모든 국제기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봉쇄작전도 펴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5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연차총회(WHA)에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의 강력한 입김으로 WHO가 대만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만은 2009년부터 매년 중화타이베이(Chinese Taipei) 명칭을 가지고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석해왔다. 대만 대표단은 5월 1일 호주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거래 관련 국제회의인 ‘킴벌리프로세스’ 개막식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중국 대표단의 항의로 행사장에서 쫓겨났다.

이처럼 최근 중국 정부가 금전외교를 통해 자국의 국익에 반기를 드는 국가들을 회유하거나 굴복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 경제 압박을 가하는 것도 일종의 금전외교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금전외교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에 어려움이 닥칠 경우 자칫 금전으로 맺어진 외교관계가 깨질 수 있다. 상호 신뢰 구축과 진정한 협력이 아닌, 오로지 돈으로 맺어진 금전외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입력 2017-06-28 11:23:57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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