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0

..

특집 | 사드 한중일 삼국지

韓 보복에 日 동병상련? 반사이익?

롯데처럼 보복당할까 봐 우려…유커 ‘어부지리’에 관광업 기대감 상승

  • 장원재 동아일보 도쿄지사 특파원 wonjae0jang@donga.com

    입력2017-03-17 17:55:5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지지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7월 1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만찬 때 옆에 앉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북한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일본은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 초기부터 여러 차례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 배경에는 사드를 주일미군의 미사일방어(MD)체계와 연동해 대북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런 만큼 박근혜 대통령 파면 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될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필요한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무차별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사드 배치 땅을 제공한 롯데를 압박하자 2월 27일 사설에서 “기업 하나를 협박하는 행동은 지역의 불신을 높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 파면 직후인 3월 12일자 사설에선 한국 측에 “사드 배치를 집요하게 반대하는 중국의 여러 압력에 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본 역시 사드 배치를 검토 중이라 중국의 보복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고자 낮은 고도(약 20km)에서 요격하는 지대공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과 높은 고도(약 500km)에서 요격하는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SM-3를 배치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만큼 중간 고도를 사드로 커버하겠다는 구상이 나오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1월 미국 괌을 찾아 사드 포대를 시찰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 남의 일 아니다”

    지금 중국 측 태도로 보면 일본이 사드 배치를 결정할 경우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3월 9일 전문가 칼럼에서 “(중국의 행동은) 흉기를 가진 강도가 민가의 문단속을 ‘위협’이라고 떠드는 것이다. 롯데의 ‘오늘’은 일본 기업의 ‘내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난폭한 태도를 경계하는 시선과 별도로 일본 경제계 일각에는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특히 관광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遊客·유커) 상당수가 벚꽃철에 한국 대신 일본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크루즈를 운영하는 선사들이 한국 대신 일본으로 기항지를 바꾸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일본해사신문’은 3월 13일 “규슈(九州) 등 서일본 항만 관리자에게 한국을 대체하기 위한 기항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 척이라도 더 많이 받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기항 요청 전부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후쿠오카(福岡)시 크루즈과 담당자의 발언도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했을 때 중국이 보였던 행태를 떠올리는 이도 적잖다. 당시 중국에선 대규모 반일시위가 일어나 시위대 일부가 도요타자동차를 불태우고 일본계 공장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한 일본 누리꾼은 과거 일본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언급하면서 “이번에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