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국제

美·中 군사력 팽창 남중국해 해저 대전

미국의 수중드론 ‘장군’에 중국은 해저 만리장성 축조로 ‘멍군’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cool@kyeongin.com

    입력2017-01-09 15: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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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해상뿐 아니라 해저에서도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 함정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수중드론(UUV)을 나포한 사건은 양국이 해저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당시 상황을 보면 중국이 그동안 미 해군의 수중드론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함정이 지난해 12월 15일 미 해군의 해양조사선 보디치호의 수중드론 1대를 나포한 곳은 필리핀 수비크 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92.6km) 떨어진 해상이었다. 국제법적으로 보면 중국 함정이 미 해군의 수중드론을 나포한 곳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지역이다. EEZ는 국제해양법상 연안국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EEZ는 영해나 다름없지만 다른 나라 배와 비행기의 통항 및 상공 비행 자유를 허용한다. 이 때문에 미 해군이 수중드론을 운영한 것은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중국 함정이 미 해군의 수중드론을 나포한 것은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분쟁의 시작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대한 독점적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에 이른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설정하고 이 안쪽은 모두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해 9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중국은 남중국해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미 해군의 수중드론 탐지 행위는 불법이라는 의미로 ‘압수’한 것이다.

    중국은 나포 사건 엿새 만에 미국 측에 수중드론을 반환했지만, 이 사건은 양국 간 새로운 분쟁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미국이 오래전부터 남중국해에서 정찰과 군사측량 활동을 벌여왔다”면서 “중국은 계속 미국의 이런 활동에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중국은 미 해군의 수중드론 활동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나포한 수중드론은 ‘오션 글라이더(LBS-G)’로 수온과 염도 측정에 사용된다. 이 수중드론이 확보한 데이터는 해저 수로에 관한 지도를 작성하는 데 쓰인다. 길이 3m인 이 수중드론은 해저 1000km까지 탐지가 가능하며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수주에서 수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매체인 ‘중궈쥔왕(中國軍網)’은 미국 해양조사선 보디치호가 수중드론을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잠수함에 제공하는 스파이 선박이라면서 보디치호의 주요 임무는 중국 주변 해역의 해도 측정, 해수 염도와 조수간만 같은 해양 분석, 수중 정찰 설비와 장치 설치 등이라고 지적했다. 장황(張煌) 중국 국방과학기술대 군사전략연구소 연구원도 “미 해군의 수중드론이 중국 인근 해역 정찰에 투입될 경우 잠수함 출항 등 각종 군사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해상군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2013년부터 수중드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수중드론은 향후 미래전을 주도할 중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현재 개발 중인 최신예 군사용 수중드론을 2020년 이전에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수중드론은 적의 항만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데다 미사일 등 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어 기습공격이 가능하다. 또 기뢰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잠수함을 추적해 공격할 수도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수중드론은 다양한 크기, 다양한 적재량을 갖춰 유인 잠수함이 접근할 수 없는 얕은 바다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 수중드론을 실전배치하려는 이유는 중국이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 남중국해를 자국 바다로 만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견제로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의 작전이 어려울 것에 대비해 수중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미국은 2019년부터 수중드론을 출격시키고 회수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현재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에 장착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수중드론은 대략 어뢰 크기로, 한 번 발진하면 하루 정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시폭스’(Sea Fox·환도상어)라고 부르는 이 수중드론은 길이 1.2m, 무게 40kg으로 수중카메라와 자동음파탐지기를 장착했으며 모선(母船)에서 원격 조종한다. 이 수중드론은 폭발장약을 탑재하고 있다. 기뢰나 소형 잠수함을 발견하면 모선 지시에 따라 충돌해 자폭한다. 크기가 작아 헬기나 고무보트, 고속정에서 투하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전송된 동영상을 모선에서 볼 수 있다. 최고 시속이 6노트(약 11km)로 수심 300m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한 달 동안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올 수 있는 더 큰 수중드론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브라이언 클라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잠수함이 작은 항공모함처럼 변모해 다른 여러 조합의 미사일과 수중드론을 싣고 다닐 것”이라고 밝혔다.



    해저기지 ‘룽궁(龍宮)’ 건설 계획

    미국은 또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잠수함 전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괌에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펜실베이니아호를 순환배치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의 괌 배치는 1988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 1만2000km인 트라이던트 II DS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4기를 탑재하고 있다.

    중국은 해군력에서 앞선 미국에 대비해 남중국해에 ‘해저 만리장성’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이 남중국해 해저에 수중드론까지 투입하려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해저 만리장성이란 기존 수중음파 감청 시스템을 개량해 전파탐지기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수중로봇을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해저자원 개발을 명분으로 남중국해 3000m 깊이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해저기지 ‘룽궁(龍宮)’ 건설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50명이 최대 2개월간 머물 수 있는 이 해저기지는 수중드론을 배치하는 등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유인 심해 탐사정인 자오룽(蛟龍)호를 남중국해에 투입해 해저탐사 활동을 해왔다. 자오룽호는 사상 최초로 해저 7062m 지점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신예 잠수함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랴오닝성 후루다오 보하이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핵잠수함은 쑤이(隋·095형)급과 탕(唐·096형)급이다. 8개의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갖춘 쑤이급은 공격형으로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 필적할 만하다. 대함 및 크루즈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쑤이급의 2배인 16개의 수직 발사관을 장착할 전략형 탕급은 미국이나 러시아의 비슷한 핵잠수함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된다. 사거리 1만5000km의 쥐랑(巨浪)-3, 쥐랑-3A SLBM 16기를 탑재할 수 있고, 수중음파 탐지와 소음 기술까지 갖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4년 완공한 남중국해 하이난다오 싼야시 인근 위린 기지에 진(晉·094형)급 핵잠수함 4척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진급 잠수함은 사거리 8000km인 쥐랑-2 SLBM 16기를 장착할 수 있다. 아무튼 남중국해 해저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대결로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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