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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도의 성차별 예외 영역, 우주 탐사

인도 우주개발 ‘로켓 위민’이 주도, 달 탐사 프로젝트도 여성 엔지니어들이 주축

인도의 성차별 예외 영역, 우주 탐사

인도의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2호가 발사되고 있다. [ISRO 홈페이지]

인도의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2호가 발사되고 있다. [ISRO 홈페이지]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의 132개 마을에서 최근 3개월간 태어난 신생아 200명이 모두 남자아이인 것으로 나타나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인도 정부는 사전 성감별 후 광범위한 낙태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보고 조사관을 대거 파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성운동단체들은 이 지역의 부모들이 임신 후 성감별을 통해 아들인 경우에만 출산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1994년부터 성별에 따른 선택적 낙태를 불법화했지만 그동안 공공연히 낙태수술이 행해져왔다. 여성운동단체들은 이렇게 많은 마을에서 여자아이가 3개월간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분명히 불법 성감별과 낙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심한 남아선호사상

이 사례처럼 인도는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한 국가로 꼽힌다. 아들을 낳아야 나중에 자라면 농사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아들만이 부모가 죽은 뒤 힌두교 의식에 따라 제사를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61년 지참금 제도가 금지됐음에도 여전히 여성이 결혼할 때 지참금을 챙겨 가야 하는 관습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 여성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2015~2017년 인도 신생아의 남녀성비는 남아 1000명당 여아 896명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적다 보니 강간 등 각종 성범죄 발생률도 높다. 인구 및 성별 문제를 다루는 인도 비영리단체 알로크 바즈파이는 “인도가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각 분야에서 성차별이 아직도 심하지만 예외는 있다. 우주개발 분야다.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인도우주연구기구(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ISRO)에서 일하는 전체 1만6000여 명의 직원 중 20%가 여성이다. ISRO는 1969년 설립됐다. 인도는 1970년 세계 최초로 정부부서인 우주부(Department of Space)를 만들었는데, ISRO는 우주부 산하기관이다. ISRO는 인도 최초 인공위성인 아리아바타를 제작해 1975년 4월 19일 당시 소련 로켓에 실어 지구 궤도에 올려 보냈다. ISRO는 1980년 자체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ISRO는 2008년 10월 22일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해 달 궤도에 진입시켰다. 찬드라얀 1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은 채 ‘달 충돌 탐사기(MIP)’로 불리는 탐사장비 상자를 내려 보내 달의 표면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MIP는 달에 물과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인도의 우주기술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시아 국가 최초 화성 탐사

인도의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2호(왼쪽)와 발사 모습. [ISRO 홈페이지]

인도의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2호(왼쪽)와 발사 모습. [ISRO 홈페이지]

ISRO는 2014년 9월 24일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화성 탐사는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에 이어 4번째이자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다. 이처럼 ISRO가 그동안 혁혁한 업적을 세운 것은 여성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IRSO는 7월 22일 자국의 두 번째 무인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2호를 쏘아 올렸다. 찬드라얀은 산스크리트어로 ‘달 탐사선’을 의미한다. 찬드라얀 2호는 직접 달에 착륙해 탐사장비를 내려줄 계획이다. 찬드라얀 2호가 이번 임무를 완수하면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국가가 된다. 

찬드라얀 2호는 궤도선, 착륙선 비크람, 탐사로봇(로버) 프라그얀으로 이뤄졌다. 궤도선은 1년간 달 궤도를 돌면서 표면 촬영, 대기 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인도 우주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비크람 사라바이 박사의 이름을 딴 비크람에는 달 표면을 관찰할 지진계와 열물리 실험장치, 헬륨3 등 달의 자원을 탐사할 이온 측정장치가 탑재된다. 비크람은 9월 6일 달의 남극 부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달의 남극은 물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아 향후 기지 건설과 헬륨3, 우라늄, 백금 등 다양한 희소 자원을 채굴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비크람은 달 착륙 후 로버 프라그얀을 달 표면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프라그얀은 물의 흔적을 추적하고 암석과 토양을 분석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수행 기간은 14일이다.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는 프라그얀은 지구에서 과학자들의 원격조정으로 움직인다. 바퀴가 6개 달린 무게 27kg의 프라그얀은 초당 1cm 속도로 최대 500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도의 로켓 위민

인도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무타야 바니타 인도우주연구기구 국장(왼쪽)과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인 리투 카리드할 인도우주연구기구 국장. [The Hindu]

인도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무타야 바니타 인도우주연구기구 국장(왼쪽)과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인 리투 카리드할 인도우주연구기구 국장. [The Hindu]

찬드라얀 2호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무타야 바니타 ISRO 국장이다. 이번 임무는 여성이 지휘를 맡은 인도의 첫 우주 프로젝트다. 지난 2년간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바니타 국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데이터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바니타 국장은 처음엔 중책을 사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찬드라얀 1호 프로젝트 국장이던 동료 과학자 밀스와미 아난두라이가 시스템 엔지니어로서 바니타가 달 탐사에 최적임자라며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한다. 바니타 국장은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호 발사에도 참여했다. 2006년 인도항공우주학회가 선정한 최고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엔 과학저널 ‘네이처’가 선정한 ‘2019년 주목할 만한 인물’ 10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ISRO에서 32년간 근무해온 베테랑 엔지니어인 바니타 국장은 ‘로켓 우먼(Rocket Wo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동안 각종 통신위성 등을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출신으로 부친은 토목기사였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수학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에는 또 다른 ‘로켓 우먼’이 참여하고 있다.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호 프로젝트에서 부책임자를 맡았던 리투 카리드할 ISRO 국장이다.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카리드할 국장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러크나우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인도과학연구소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1997년부터 ISRO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우주여행을 꿈꿨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우주 탐사 관련 신문 기사를 모으는 게 취미였다고 한다. 이번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에선 우주선의 궤도비행과 위성 교신을 가능케 하는 자동제어시스템을 설계했다. 젊은 과학자상(2007), 여성 성취상(2017)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논문 20여 편을 발표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한다. 독학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우주과학자가 된 카리드할 국장은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로켓 우먼이다. 

인도가 우주개발과 연구 분야에서 로켓 위민(Rocket Women)의 활약 덕에 상당한 성과를 보이자 미국, 중국 등도 과학자와 엔지니어뿐 아니라 우주비행사 분야까지 여성의 참여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 진행할 달 탐사 계획에 여성 우주인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류 역사상 달을 밟는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 탄생할 전망이다. NASA는 우주 탐사에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성을 우주 탐사의 중심에 놓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3월에는 최초로 여성 우주인만으로 이뤄진 우주 유영을 시도한 데 이어 기존 달 탐사 계획의 이름이던 ‘아폴로’를 달의 여신이자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인 ‘아르테미스’로 바꾸기도 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도 우주인 선발 때 공군으로 자격 요건을 제한해오던 것을 여성을 포함해 민간인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며, 엔지니어로 여성 과학자도 대거 영입할 게획이다.


저비용 우주개발의 비결

인도 과학자들이 찬드라얀 2호에 탑재될 달 착륙선 비크람을 조립하고 있다(왼쪽). 달 표면을 탐사할 로버 프라그얀의 모습. [ISRO 홈페이지]

인도 과학자들이 찬드라얀 2호에 탑재될 달 착륙선 비크람을 조립하고 있다(왼쪽). 달 표면을 탐사할 로버 프라그얀의 모습. [ISRO 홈페이지]

인도 우주개발에서 또 하나의 특징을 들자면 저렴한 비용이다.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은 97억8000만 루피(약 167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에 250억 달러(2018년 환산 가치로 1530억 달러·약 180조8600억 원)를 쏟아부었고, 중국도 2017년 한 해에만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 84억 달러(약 9조9200억원)를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제작비인 3억5000만 달러(약 412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도가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호의 발사에 7400만 달러를 사용했지만 미국은 화성 탐사선 메이븐호의 발사에 6억71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인도는 미국의 10분의 1밖에 자금이 들지 않았다. ‘가성비가 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는 그동안 우주개발에서 획기적인 기술 진보보다 기술적 안정성, 경량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중시해왔다. 인도는 또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했을 뿐 아니라 모든 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비용을 낮췄다. 인도의 이런 저비용 우주개발 전략이 성공을 거둔 비결은 여성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꼼꼼한 연구일 것이다. 

인도는 2022년 이전 첫 유인우주선 발사와 10년 이내 우주정거장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의 이런 야심찬 계획에 많은 로켓 위민이 참여할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2019.08.02 1200호 (p68~71)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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