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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제1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미국이 한국 버릴 가능성 과거엔 0%, 지금은 10%”

‘김정은 신년사와 한국 안보의 도전’ 주제 강연,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미국이 한국 버릴 가능성 과거엔 0%, 지금은 10%”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한미동맹은 중병을 앓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그 증세 중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말 미국 내에서는 ‘대한민국 지켜준다고 북한의 핵 공격까지 받아야 하나’라는 여론이 일어날 정도였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사진)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월 23일 ‘김정은 신년사와 한국 안보의 도전’을 주제로 개최한 제1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이같이 진단했다. 김 전 원장은 “과거에는 미국이 한국을 버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상당히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원장 강연의 주요 내용. 

대한민국은 지금 핵무기를 가진 북한, 초강대국 힘을 키우는 중국, 군사 강대국 복귀를 노리는 러시아, 갈등을 부르는 일본, 과거와 다른 한미동맹 등 외부적으로 다섯 가지 어려움에 처했다. 여기에 내부적으로는 좌우 진영 논리에 따른 국론분열과 심각한 경기침체까지 겪고 있다. 안팎으로 ‘칠면초가(七面楚歌)’다.


‘칠면초가’에 빠진 한국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북한 비핵화가 가장 큰 과제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겠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분명히 확인했다”고 우리 정부는 말한다. 북한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이야기한다. 북한 비핵화와 조선반도 비핵화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바라는 것은 북한 비핵화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다. 조선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같은 이야기다. 여기에는 남한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같은 것을 포함한다. 남과 북이 이야기하는 비핵화가 다르다. 

최근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말도 나온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한반도 비핵화와는 다르다. 이는 유엔이 만든 개념으로, 양국이 서로 합의해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국립외교원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바라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미국은 유사시 대한민국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북한의 올해 신년사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주의 정체성 강조 △경제건설 선전 및 자력갱생 촉구 △대남 평화메시지 및 남북경협 촉구 △동맹이간 △조선반도 비핵화 재천명 및 핵보유 기정사실화다. 

다른 것은 제외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는 평화 메시지가 아니다. 우리에게 대북제재 해제에 앞장서라는 것이다. 또한 조선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더는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거리를 두고, 북한과는 친하며, 중국에게는 굴종, 일본과는 대립으로 가고 있다. 이런 기조라면 한미동맹이 무탈하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우리 국민에게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마치 큰 선물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북한 비핵화’를 약속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한다. 즉 북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미국 측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북·중은 지난 10개월 동안 4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인정하고 핵 문제에서 북·중의 전략적 이해가 100%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중국은 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지한다고 발표한다. 중국의 이야기는 ‘조선반도 비핵화’다. 한반도로부터 미국을 이탈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미국을 몰아내는 것이 숙원 사업이었다. 북한이 핵 포기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실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2.0은 시기도, 방법도 안 맞는다. 북한과 대화하되 확고한 안보가 병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어느 것을 먼저 포기할 부분은 결코 아니다.


북·미 간 스몰딜 협상 가장 우려

지금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이 돈 문제로 흔들린다고 분석하지만, 이미 한미동맹은 중병을 앓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그 증세의 하나일 뿐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대한민국 지켜준다고 북한의 핵 공격까지 받아야 하나”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동맹은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에 맺어진다. 한국과 미국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군은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국이 대북제재 해제 외교를 펼치고 다닌다. 그러니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봐야 하느냐”고 노골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말만 안 할 뿐이지 한미동맹 신뢰는 바닥이다. 

과거에는 미국이 한국을 버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상당히 적어졌다. 일본이 우리 역할을 메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묵묵부답으로 거절했다. 지금은 한국이 참여한다 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는 대한민국 안보에 중요한 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미 협상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만 제거되고 나머지 북한의 핵능력이 고스란히 유지되는 ‘스몰딜(small deal)’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 미국 전술핵 재반입이나, 우리가 핵을 만들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주간동아 2019.01.25 1174호 (p88~89)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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