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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껄끄러운 한일, 뉴 파트너십 2.0 관계 필요”

제16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전환기 정세와 새로운 한일관계’

“껄끄러운 한일, 뉴 파트너십 2.0 관계 필요”

신각수 전 주일대사 [동아일보 최혁중 기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 [동아일보 최혁중 기자]

“한일 양국은 아시아 내 단 2개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중층적 지역협력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호 신뢰 부족으로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미·중 패권전쟁에 대비하고 양국 간 이익을 위해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는 ‘한일 파트너십선언 2.0’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0월 11일 ‘전환기 정세와 새로운 한일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제16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주제 강연에서 상생과 협력의 21세기 한일관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사는 또 “쉽고 가능한 것부터 협력과 성과를 내고, 민관 합동으로 서로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기울여 비정상의 조기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전 대사 강연의 주요 내용.

불행했던 20세기 유산을 극복하고, 한일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일수교 53주년은 전체적으로 긍정적 발전이었다. 하지만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과거사 문제가 반복되면서 그동안 5~6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이후 한일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평화의 소녀상 추가 설치가 이어지면서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심각한 구조적 복합골절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양국관계는 6월 한국 민간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싱크탱크 겐론 NPO의 한일 국민 상호인식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양국 간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28.3%, 일본은 22.9%의 국민만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로의 중요도는 50%가 넘는다고 인식하지만, 관계 개선 전망에는 한국이 25.1%, 일본이 18.3%만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도 2012년 45억5000만 달러(약 5조1984억 원)에서 2017년 12억7000만 달러(약 1조4510억 원)로 72% 감소했다. 양국 간 무역도 2012년 1031억 달러(약 117조7918억 원)에서 지난해 819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본인의 한국 관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한류가 타격을 받고 있다.


지금은 구조적 복합골절 위기

[동아일보 최혁중 기자]

[동아일보 최혁중 기자]

지금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정세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관계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전환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필수적이다. 

한일관계는 역사 문제, 독도 문제, 국민 감정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 사죄가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내용을 현 정부에서 뒤집기를 반복하는 한국의 골대 변경론을 들고 나온다. 또한 양국 국민이 전후(戰後) 세대로 교체돼 과거사 인식에도 큰 격차가 생겼다. 

독도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직결된 역사 문제로 결코 양보할 수 없다. 변영태 전 외무부 장관은 “독도는 일본의 한국 침략에 따른 최초의 희생물이다. 독도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게 독도는 영토분쟁의 영역이다. 특히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이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곧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과거사에 대한 이해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과거사 해결 수준에도 큰 격차를 보인다. 현재 한국 국민은 일본을 경원시하고 일본 국민은 한국을 무시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상호 무관심이 심해지고 있다. 상대방이 자국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냉정히 따져보지를 않는다. 한마디로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은 일정 부분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또한 일본에게 한국은 지금까지 5000억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한 주요 시장이다. 한국 제조업과 마케팅이 일본 자본·기술과 결합된다면 제3시장 개척도 가능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체계적인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기술표준화와 특허 등 상생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보 측면에서 한일 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두 나라는 사실상 동맹관계다. 양국은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과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을 고려하면 동북아 안정에 대한 공통의 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의 평화통일 과정에서 일본의 협조 및 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하고 법치와 인권 존중 등의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 유엔에서도 처지가 가장 유사한 국가군(群)이다. 따라서 지역 및 세계적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개발 협력과 평화 유지 활동, 환경 보존, 기후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전염병 대처, 재난 방재와 구조, 원자력 안전, 인신매매 방지 분야에서도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동북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지역협력을 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나라의 관계는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한 다섯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먼저 화이부동(和而不同), 한일은 역사·문화적으로 유사하나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는 구동화이(求同化異), 양국은 협력(분모)을 강화해 갈등(분자)을 희석하는 접근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넷째는 원망무실(遠望務實), 미래를 내다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는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 21세기형 상생과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엔 ‘3 NO’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는 입장을 따로 해석하는 타협의 산물이자 불완전한 합의를 했다. 현재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미래를 위해 양국 정부는 완전한 것을 만들려는 협력과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3 NO’ 준칙이 필요하다. 먼저 양국은 지난 50년간 과거사 문제 진전을 뒤로 돌리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No Backtracking). 그리고 역사 화해는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관용이 따르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No Finger Pointing). 마지막으로 역지사지 자세로 서두르지 말고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No Rush). 

한일 양국은 아시아 전력망 구축, 미세먼지 대처를 위한 지역협력 체제 구축 등 잠재적 협력 분야를 우선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역사적으로 앙숙관계이던 독일과 프랑스처럼 ‘한일판 엘리제 조약’ 체결을 추진해 협력과 상생의 ‘뉴 파트너십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외교의 출발은 인접 국가와 외교다. 대일, 대중 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외교는 설 자리가 없다. 한일관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8.10.12 1159호 (p48~49)

  •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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