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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바이엘이 삼킨 몬산토 ‘독일까, 약일까’

세계 농화학·생명시장의 판세 변화와 맞물린 제초제 소송

바이엘이 삼킨 몬산토 ‘독일까, 약일까’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본사 앞의 사인보드와 독일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바이엘의 로고(위). [AP=뉴시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본사 앞의 사인보드와 독일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바이엘의 로고(위). [AP=뉴시스]

몬산토라는 이름은 농업계에선 ‘몬스터’로 통한다. 1980년대까지는 제초제와 농약 같은 농화학제품으로 큰돈을 벌다 그 후 전 세계 GMO(유전자변형작물) 종자를 개발하는 농생명기업으로 매년 수백 억 달러를 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단체로부터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공적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률소송에선 매끄럽게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뉘앙스가 강하지만 그 이름은 본디 여성의 이름을 딴 것이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의 창업주 존 프랜시스 퀴니(1859~1933)가 부인 올래도의 처녀 시절 성을 딴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생산해 코카콜라에 납품하는 화학업체로 시작한 후 카페인과 바닐린 등을 만들면서 사업 규모를 늘렸고 1917년에는 아스피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다 1940년대 살충제로 재미를 보기 시작해 고엽제로 영역을 넓혔다. 바로 레이첼 카슨이 1962년 발표한 ‘침묵의 봄’에서 심각한 폐해를 고발한 살충제 DDT와 베트남전에서 고엽제로 쓰인 ‘에이전트 오렌지’다. 1970년대 들어 이들 제품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자 1974년 ‘라운드업(Roundup)’이라는 제초제를 개발했다. 라운드업은 계속 판로가 확장돼 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레인저 프로(RangerPro)’를 포함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8억t씩 팔려나갔다. 

1980년대 들어서는 농화학산업이 아닌 농생명산업에 눈을 떠 더 큰돈을 벌었다. 1982년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의 유전자변형에 성공한 뒤 이를 농작물에 적용해 병충해에 강하면서도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GMO 종자를 개발, 판매에 나섰다. 처음엔 선택과 집중을 위해 옥수수, 콩, 면화 등 3대 품목에 집중해 GMO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미국과 브라질 등 중남미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들 지역에서 성공하자 1998년 세계 최대 곡물회사 카길의 종자사업 분야를 인수합병(M&A)하며 계속 덩치를 키웠고, 2008년에는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기업에 뽑히기까지 했다. 2017년 현재 연간 매출 규모가 146억4000만 달러(약 16조3900억 원)에 이른다.


최대 11조 원 물어주게 된 몬산토

몬산토가 생산한 살충제 ‘라운드업’(왼쪽)과 이를 포함한 몬산토 제초제를 사용하다 암에 걸려 2억89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드웨인 존슨. [AP=뉴시스]

몬산토가 생산한 살충제 ‘라운드업’(왼쪽)과 이를 포함한 몬산토 제초제를 사용하다 암에 걸려 2억89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드웨인 존슨. [AP=뉴시스]

이런 몬스터의 꼬리가 잡혔다. 8월 10일(현지시각) 몬산토 제초제 제품을 사용하다 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전직 학교 관리인 드웨인 존슨(46)에게 2억8900만 달러(약 3235억 원)를 배상하라는 미국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존슨은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질 체격 덕에 ‘더 록(The Rock)’으로 불리던 프로레슬러 출신 액션배우와 동명이인이지만 ‘바람 앞의 촛불’처럼 건강이 위태로운 상태다. 의료진은 1심 판결이 나올 즈음 3자녀의 아버지인 그의 생명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2~2014년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학교의 질병 통제 매니저로 재직하면서 189ℓ들이 탱크에 담긴 제초제를 매년 30회 이상 뿌렸다. 몬산토가 생산한 ‘라운드업’과 ‘레인저 프로’였는데 거센 바람이 불 때는 그 분무를 얼굴에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러다 2014년 암의 일종인 ‘비(非)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존슨의 변호인단은 ‘라운드업’과 ‘레인저 프로’에 포함된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발암 위험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경고하지 않아 존슨이 암에 걸렸다며 2016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엔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이 2015년 7월 글리포세이트의 발암 위험성이 크다고 발표한 것이 기폭제였다. WHO는 이를 토대로 2016년 글리포세이트를 정식 발암물질 목록에 올렸다. 글리포세이트 자체도 위험하지만 이를 합성할 경우 더 유독해진다는 내용의 몬산토 내부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배심원단은 몬산토가 수십 년에 걸쳐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악의적으로 은폐해왔고 그에 상응하는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그에 따라 몬산토는 3900만 달러의 손해배상과 2억500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 판결을 받았다.  

몬산토 측은 “40년 동안 제품이 사용됐지만 안전에 문제가 없었고,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안전하다는 수백 건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300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도 크지만 이로 인해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존슨의 뒤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5000여 건이나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소송의 배상액이 최대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은 몬산토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8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캘리포니아주의 발암물질 목록에 글리포세이트를 포함시킨 것이 부당하다는 몬산토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브라질 정부는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전면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불똥이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 화학·제약기업 바이엘로 튀고 있다. 몬산토의 배상 판결이 나오고 첫 장이 열린 8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바이엘 주식은 10.6%가 급락한 83.48유로(약 10만7750원)에 마감됐다. 이어서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패소 소식까지 전해지자 16일에는 한때 77.05유로까지 떨어졌다. 최근 5년 새 최저가였다.


몬산토를 71조 원에 인수한 바이엘

바이엘이 삼킨 몬산토 ‘독일까, 약일까’
바이엘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몬산토에 대한 M&A가 유럽연합(EU)의 승인을 거쳐 미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됐기 때문이다. 630억 달러(약 71조 원)가 투입된 독일 역대 최대 규모의 M&A였다. 그런데 최대 100억 달러까지 예상되는 배상액까지 떠안는다고 하면 사실상 인수가격이 730억 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독일 최대 제약회사로 좋은 평판을 쌓아온 바이엘이 왜 악명 높은 몬산토를 인수한 것일까. 이는 세계 농화학·생명시장이 공룡기업의 정립(鼎立)구도로 급변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세계 종자시장의 62%, 살충제시장의 75%를 빅6로 불리는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미국 다우케미칼, 듀폰, 몬산토와 독일 바이엘과 바스프, 스위스 신젠타다. 그중에서 종자시장에서 점유율 26%로 1위를 달리는 기업이 몬산토였고 살충제시장에서 점유율 23%로 1위인 기업은 바이엘이었다. 그런데 그해 말 그 카르텔 체제가 깨지기 시작했다.  

미국 화학업계 1, 2위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1400억 달러 규모 합병이 발표된 것. 상대적으로 성장이 뒤처진 농화학·생명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우듀폰으로 재탄생했다. 그러자 2016년 2월 중국 최대 화학업체 켐차이나(중국화공)가 당시 중국 최대 M&A 액수인 440억 달러 규모의 신젠타 인수 계획을 발표한다. 역시 미래 중국 인민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였다(그래프 참조).  

빅6 가운데 M&A를 못하고 있던 몬산토와 바이엘, 바스프의 몸이 달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몬산토는 켐차이나에 앞서 2015년 신젠타를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오랜 세월 협력관계였던 바이엘이 인수 제안을 해오자 냉큼 손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종자시장의 1등과 살충제시장의 1등의 제휴가 이뤄지면서 시장은 바이엘-다우듀폰-켐차이나 3대 공룡기업의 정립구도가 형성된 것. 

바이엘은 EU가 제기했던 반독점 가능성을 해결하고자 같은 독일 기업인 바스프에 제초제 및 종자 사업 일부를 10월까지 59억 유로(약 7조76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종자 분야 1등과 제초제 분야 1등의 지위는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몬산토의 제품군을 모두 바이엘 브랜드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제품명은 그대로 유지하되 몬산토라는 기업명은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다. 

바이엘로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제초제 브랜드로 악명 높은 몬산토의 이미지를 지워버리는 대신, 그동안 취약했던 GMO 등을 통한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계산했음직하다. 하지만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과 그것에 내성을 지니도록 1994년부터 개발한 GMO 종자 ‘라운드업 레디’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이번 소송 결과의 파급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2014년 ‘푸드 케미스트리’ 학술잡지에 발표된 노르웨이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생산된 ‘라운드업 레디’ GM콩 kg당 평균 3.26mg의 글리포세이트와 5.7mg의 AMPA(글리포세이트 변형물질)가 검출됐다며 ‘라운드업 레디’가 ‘라운드업’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변형된 글리포세이트를 함유했을 개연성을 제기했다. 

어쩌면 진짜 속으로 웃고 있는 사람은 몬산토의 기존 경영진일 공산이 크다. 5월 ‘시카고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몬산토 최고경영자(CEO)였던 휴 그랜트는 이번 M&A로 현금 1360만 달러와 스톡옵션 1900만 달러 등 모두 3260만 달러(약 365억2100만 원)를 손에 쥔 채 회사를 떠났다. 또 피에르 쿠뒤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로버트 프레일리 최고기술경영자(CTO), 데이비드 스니벨리 수석변호사 역시 각각 840만 달러, 890만 달러, 630만 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발암물질을 제초제에 사용한 데 따른 배상금 지불의 부담감은 털어버리면서 많게는 364억 원에서 적게는 70억 원에 이르는 두둑한 보너스까지 챙겼으니 ‘먹튀’가 따로 없는 셈이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56~58)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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