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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한산 제품 중국 국경 넘지 못한다

中, 북한과 밀착 불구 대북 압박 속도 내…“세관에서 수입 통제”

북한산 제품 중국 국경 넘지 못한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동아DB]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동아DB]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배후에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공식 보고서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조용히 대북 압박 조치에 돌입했다. 5만 명가량의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를 7월 28일까지 귀국시키라는 지시(‘주간동아’ 1148호 보도)를 내린 데 이어, 북·중 세관을 통제해 중국을 오가는 북한산 물품도 강력하게 단속하는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중 밀착 와중에도 조용히 대북 압박을 펼치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 총 9000t 이상이 지난해 2차례 러시아를 경유해 한국에 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 패널은 올해 6월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항과 청진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선박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이동해 석탄을 하역했다. 이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인 ‘리치글로리’호에 선적된 뒤 지난해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항과 포항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국가가 북한 원산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해당 물질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외신들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을 인용해 두 선박이 수시로 한국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리치글로리’호는 지난 9개월 동안 최소 16차례, ‘스카이에인절’호는 최소 6차례 한국 항구를 오갔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보도 후에도 ‘스카이에인절’호는 7월 20일, ‘리치글로리’호는 23일에 각각 한국 영해를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두 선박은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적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중국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선박을 관리, 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의 안전검사 자료에 이들 선박의 운영회사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두 선박은 편의치적(便宜置籍·세금을 줄이고 인건비가 싼 외국인 선원을 승선시키기 위해 선주가 소유한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것)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VOA는 또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한 토고 선적의 ‘탤런트에이스’호 역시 홍콩에 주소를 둔 중국 회사 소유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탤런트에이스’호는 지난해 5월까지는 ‘동진 상하이’라는 명칭으로 한국 회사 소유였다고 한다. 이 선박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구했던 ‘신성하이(Xin Sheng Hai)’가 명칭을 바꾼 것으로, 우리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억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밖에도 선박끼리 이전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정유 제품을 제공했다고 보고된 선박들을 억류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산 석탄의 환적과 운항에 관여했다고 지적된 북한 선박들이 과거 태극기를 달고 일본, 러시아에 입항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中, ‘김정은 3차 방중’ 전후로 대북 압박

미국 민간위성이 3월 14일 포착한 북한 남포항의 새 석탄 야적장 모습. [뉴시스=구글어스]

미국 민간위성이 3월 14일 포착한 북한 남포항의 새 석탄 야적장 모습. [뉴시스=구글어스]

공식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잇달아 폭로되고 있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북한이 안보리 제재 상한선(연간 50만t)을 위반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정제유를 밀수입했다. 미국이 이러한 사실을 안보리에서 지적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올해 정제유 추가 공급 금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6개월간 검토 시간을 달라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외신 보도와 관련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각국이 제시한 정제유 총량은 안보리가 규정한 연간 한도에 비교적 크게 미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확고하고도 믿을 만한 사실적 증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올해 대북 정제유 제공 중단 여부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부터 계속돼온 중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 즉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외적 의견 표명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국이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고자 대북 압박 카드를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랴오닝성의 한 소식통은 7월 17일 저녁 다롄에서 랴오닝성 경제계 유력 인사 S와 저녁식사를 했다며 자세한 대화 내용을 전해왔다. S는 사실상 성정부가 운영하는 거대 기업의 대표로, 이 기업은 오래전부터 북한과 사업을 해오고 있다. 대북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S는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당분간 대북사업을 조심해야 한다. 한 달 전부터 우리도 북한에 주던 하청을 모조리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산하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북한에서 작업은 일절 하지 말고, 북한을 오가는 물건도 없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S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세관 단속을 통해 북한을 오가는 물건을 금지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가 한창 고조될 때 중국이 취한 조치와 유사한 것으로, 당시 북한은 큰 타격을 받았다. 

S처럼 거물급 인사는 정부의 핵심 정보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기에 자기 사업 분야에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중국 정부의 대북 압박 방침을 알고 자기 사업에 피해가 없도록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웬만한 단속에도 끄떡없는 S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사업 분야에서 신속하게 대처한 점으로 미뤄 그만큼 베이징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S의 발언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시점이다. S가 6월 중순 사업 철수 지시를 내렸으니 최소한 6월 중순 전에는 중국 지도부가 고강도 대북 압박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6월 하순 랴오닝성 정부가 단둥(丹東)과 둥강(東港) 일대의 북한 노동자 고용 회사들에게 “7월 28일까지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를 전원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3차 방중이 6월 19일과 20일 있었다. 북한과 화려한 이벤트 연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김정은 3차 방중’의 직전과 이후 중국은 북한이 아파할 카드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으로 감추는 것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왕 서방’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불법취업 北 노동자 귀국 조치에 北도 분통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6월 20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베이징의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6월 20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베이징의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한편 불법취업자 귀국 조치에 북한 노동자와 관리자도 모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들어온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 약 5만 명은 단둥에 10년 넘게 들어온 북한 인력을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이들이 다 돌아온다면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평양은 이들의 생계도 문제려니와 5만 명이 북한으로 돌아온 뒤 전파할 소문도 두려울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화려한 외교술 업적’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현실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단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와 관리자는 “중국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러느냐”며 화를 내고 있다. “비자 문제가 괜찮다며 어서 들어오라 할 땐 언제고, 한창 들어와 일하고 있으니 이제 와선 또 나가라 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은 중국을 비난하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 장기화하면 비난의 화살이 평양 지도부를 향할 수도 있다. 

불만이 많기는 북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단둥에는 선양(瀋陽) 북한영사관의 출장소(단둥 출장소)가 있어 이곳에서 단둥 일대 북한 인력의 관리, 감독을 담당한다. 단둥 출장소에서는 그동안 불법취업 노동자의 동향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단속하지 않았다. 불법취업을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겼기 때문이다. 단둥 출장소의 북한 인사들은 이런 식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들이 사는 단둥 아파트는 넓이가 200㎡나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매주 금요일이면 단둥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수십 명씩 자리를 차지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베이징에 가는 이유는 상부에 상납할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랬던 이들이 뒷주머니가 얄팍해지게 생겼으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중 밀월기에 조용히 펼쳐지는 중국의 대북 압박 카드는 북한에게 또다시 적잖은 고통을 안길 것이다. 하지만 고강도 압박이 이어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현 대북 압박 조치는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목적과 북한을 길들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북한을 쥐락펴락하며 계속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주간동아 2018.07.31 1149호 (p62~64)

  •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특파원 phantom3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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