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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北 평양에 美 맥도날드 들어서려면…

열악한 인프라와 송금체계 개선, 비핵화 이행과 제재 해제 선행돼야

北 평양에 美 맥도날드 들어서려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맥도날드 간판. [shutterstock]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맥도날드 간판. [shutterstock]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에서 ‘골든 아치 이론(Golden Arches Theory)’을 주장했다. 이는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는 국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골든 아치’는 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모양 로고를 의미한다. 

프리드먼은 중동의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도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나라는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으로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전쟁을 벌인 적이 있으며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과 이란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맥도날드 매장이 있다는 것은 개방화가 이뤄지고, 햄버거를 먹는 데 5달러가량을 쓸 수 있는 중산층도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의 국민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골든 아치 이론이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레바논 등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 국가끼리도 전쟁을 벌였다.


반미감정의 표적

맥도날드는 특히 ‘맥도날드=미국’으로 인식돼 반미감정의 표적이 돼왔다. 중동지역에선 맥도날드 매장에 폭탄테러 공격을 가하거나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 미국이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슬람 국가들에선 맥도날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반발해 비슷한 사태가 나타났다. 유럽 맥도날드 매장들은 값싼 미국 농산물의 유입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로부터 습격을 받은 적도 있다. 

1940년 문을 연 맥도날드는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와 문화를 상징해왔다. 맥도날드가 90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처음 매장을 열자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모스크바 시민들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먹으려고 매장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되곤 했다. 맥도날드는 탈냉전체제 이후 공산주의 국가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83년 7778곳에 머물던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3만7241곳이 됐고, 진출국도 32개국에서 120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90년대에는 맥도날드 진출국이 매년 10개국씩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와 관계 개선에 따라 앞으로 맥도날드가 북한에 진출할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전히 이행할 경우 반대급부로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민간자본 투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맥도날드가 희망한다면 북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에도 맥도날드 유치를 시도한 적이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10월 조선노동당 간부들에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기겹빵 못지않은 고기겹빵과 감자튀기를 생산해 공급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북한에선 햄버거를 고기겹빵,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을 감자튀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북한 식당들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게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에 가 맥도날드 대표 메뉴인 ‘빅맥’을 사오라고 명령했다. 이후 북한 정권과 끈이 닿는 사업가가 2008년 맥도날드 측에 평양 진출을 타진했다고 한다. 당시 맥도날드 본사 해외사업팀은 이 제의를 검토했고, 결국 초기 투자비용으로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데다 투자해도 인프라와 유통, 고객 확보 등 성장할 만한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미국의 민간자본 투자 기준

평양 시민들이 싱가포르 패스트푸드 체인점 ‘삼태성’에서 햄버거를 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평양 시민들이 싱가포르 패스트푸드 체인점 ‘삼태성’에서 햄버거를 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평양에는 현재 싱가포르 요식업자 패트릭 소가 운영하는 ‘삼태성(三台星)’이라는 패스트푸드 매장이 30여 개 있다. 그는 2009년 북한 당국과 접촉해 햄버거 매장의 평양 개점을 허가받았다. 그는 “직원 고용도 모두 당에서 알아서 해줬다”며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도 매장에 들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주민의 입맛에 맞게 닭고기와 곁들여 먹는 양배추 샐러드는 김치로 대체했으며, 햄버거에 채소를 많이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유로화와 달러화만 받는다. 햄버거는 1.90유로, 통닭은 3유로로 지난 10년간 그대로다. 평양 시민의 자녀 생일잔치 장소로 인기가 있어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우크라이나 패스트푸드 업체 ‘MR.Gril’도 2016년 평양에 매장을 열었으며 핫도그, 소시지, 햄버거, 밀크셰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업가의 투자로 비엔나커피 전문점도 평양에서 영업 중이다.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해제하면 맥도날드 매장이 평양에 들어설까. 맥도날드의 북한 진출과 성공 여부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민간자본 투자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또 미국을 상징하는 맥도날드가 북한에 들어간다면 북·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고, ‘반미가 국시(國是)’인 북한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삼태성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맥도날드 매장들도 문전성시를 이루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과거 진출을 포기했듯이, 북한은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법률과 분쟁 해결제도, 보험, 임금 지급, 송금체계 등 비즈니스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도로, 철도, 통신, 전기와 가스, 상하수도 등 인프라도 열악하다. 또 모든 금융과 보험체계를 국가가 관장하고 있어 민간 상업은행이나 보험회사도 없다. 이런 후진적인 금융체계를 정비하지 않을 경우 입출금은 물론, 송금조차 할 수 없다. 북한에선 통화인 원화가 거의 유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식비나 모든 자금 거래를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유로화로 해야 한다. 농어촌지역의 만성적인 생산량 부족과 불량한 위생 상태로 식재료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도 없다. 특히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 선행조건으로 반드시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 

김중호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열악한 인프라 등을 볼 때 당장 북한이 개방한다 해도 많은 자본이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WB) 북한 담당관 역시 “미국 기업들은 북한을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투자처로 보지 않는 만큼, 비핵화 이행 후에도 미국은 북한 경제에 주요 일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주민들이 맥도날드 빅맥을 먹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주간동아 2018.06.20 1143호 (p64~65)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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