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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골란고원에 드리운 전운

이스라엘 vs 이란 정면 충돌 가능성 고조 …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불쏘시개

골란고원에 드리운 전운

이란군이 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하고 있다. [FARS]

이란군이 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하고 있다. [FARS]

시리아 남서부에는 평균 해발 1000m의 골란고원이 있다. 서쪽으로 이스라엘, 남쪽으로 요르단, 북쪽으로 레바논과 맞닿은 골란고원은 남북 길이 71km, 동서 최대 너비 43km, 면적 1800km2로 여의도 넓이의 140배나 되는 거대한 구릉지대다. 골란고원은 역사적으로 아랍 민족이 지배해왔다. 시리아는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골란고원을 자국 쿠네이트라주에 편입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5~10일 엿새간 시리아 · 요르단 · 이집트를 선제공격하면서 이른바 ‘6일 전쟁’인 제3차 중동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등을 점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에선 군 병력을 철수했지만 골란고원과 동예루살렘은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 시리아는 영토를 탈환하고자 이집트와 함께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제4차 중동전쟁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골란고원을 놓고 전쟁까지 벌인 이유는 골란고원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골란고원에 오르면 갈릴리 호수를 비롯해 이스라엘 곡창지대인 이스르엘 평야가 한눈에 보인다. 시리아 쪽으로는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이르는 평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골란고원을 차지하는 쪽이 상대국의 군사 움직임을 손쉽게 간파할 수 있다.


이란, 시리아에 군사기지 구축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골란고원에서 기관총을 설치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IDF]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골란고원에서 기관총을 설치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IDF]

시리아에 파견된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정예 부대인 알쿠드스군이 5월 10일 골란고원의 이스라엘군 초소와 유대인 정착촌 등에 로켓포 20여 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면서 중동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직접 무력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스라엘군은 F-15, F-16 등 전투기 28대를 동원해 시리아 내 70개 이란군 목표물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의 반격 작전은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 영토에서 최대 규모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누구든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우리는 7배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반격 작전을 벌인 이유는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이란이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 내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군 병력과 무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우려해왔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에 이란군 병력과 무기가 남게 된다면 이스라엘에겐 안보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5월 11일 골란고원을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시리아 내 이란군을 쫓아내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서 알아사드 대통령과 시리아 정부군을 위해 군 병력은 물론 각종 무기와 병참, 정보 등을 지원했다. 게다가 이란은 시리아에 드론 기지, 로켓과 레이더 기지 및 정보센터, 무기고 등 각종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특히 알쿠드스군은 대규모 훈련시설을 세워 5만~8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를 훈련시켜왔다. 그럼에도 알쿠드스군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서 노골적인 군사행동을 벌이지 않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도 자제해왔다. 그 이유는 미국이 핵협정을 유지하고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8일 이란과 핵협정을 파기하고 지금까지 유보해왔던 제재조치를 원상 복구한다고 선언하자, 이란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골란고원에 대한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정예 병력을 골란고원 쪽으로 비밀리에 이동시켜왔다. 이 때문에 이란의 목표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 탈환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골란고원에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이란은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파기에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다.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3국과 러시아, 중국 등과 협력해 핵협정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강경파는 핵협정을 파기하고 핵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도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필요하다면 어떠한 제약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최소 1년이면 핵개발을 재개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재협상을 통해 일몰조항 삭제, 탄도미사일 개발 제재 강화 등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파기한 이유는 2030년부터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주요 제한을 모두 없애기로 한 일몰조항 때문이었다. 게다가 JCPOA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2023년까지 유지한다는 일몰규정만 있을 뿐이다. 이란은 그동안 이런 허점을 이용해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수시로 시험발사까지 해왔다.


‘시기’가 문제인 전면전 발발 가능성

만약 이란이 강경파 주장대로 핵개발에 나선다면 자칫 중동지역은 최악의 혼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90일과 180일간 유예기간을 거쳐 원유와 천연가스,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를 단행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이 막히는 등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강경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태도다. 

이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칫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2007년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란도 이에 맞서 헤즈볼라와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 및 정부군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공격할 수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군은 현재 적들의 위협과 침략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면전도 불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 알아라비아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은 시간문제라면서 이는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사우디를 비롯해 이슬람 수니파 국가는 이란이 아닌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앙숙관계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사우디도 똑같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로선 이란을 견제하려면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가 불쏘시개가 돼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란 말을 들어온 골란고원에 불똥이라도 떨어질 경우 순식간에 중동 전체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5.23 1139호 (p52~53)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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