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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서로 푸대접하던 북한과 중국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친한 척

트럼프와 푸틴은 시진핑 고립 작전 돌입…동북아서 미·소 중심 신냉전 꾀해

서로 푸대접하던 북한과 중국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친한 척

표변(豹變). 북·중 정상회담 동영상에서 발견된 중국의 모습은 표변 외에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 첫 번째 표변은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정은 열차에서 볼 수 있었다. 북한 1호 열차에 올라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영접한 인물은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었다. 중국은 북한과 관계에서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라는 우당(友黨)관계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당이 책임진다. 

지난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중국은 크게 화를 냈다. 11월 쑹타오 부장을 평양에 특사로 보냈다. 쑹타오는 김정은과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나흘을 버텼는데 김정은은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만나줬을 뿐이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최룡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자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최룡해에게 사복으로 바꿔 입고 오라고 주문하는 등 푸대접했다.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쑹타오는 불만을 토로하고 위협적인 발언까지 한 뒤 돌아갔다. 그러자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바로 중국을 비난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쑹타오는 열차에 들어가 김정은을 환대했으니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그만큼 동북아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대사건이라는 암시도 준다.


신냉전체제 만들려는 트럼프와 푸틴

시진핑의 표변도 놀랍기 그지없다. 남북 특사회담을 설명하고자 방중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할 때 그는 황제의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는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를 이유로 하루를 기다리라 하고, 한중정상회담을 6시간 앞둔 시점에 경비요원들이 한국 기자를 폭행하는 등 노골적으로 박대했다.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차례 걸었던 핫라인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아들뻘도 안 되는 김정은을 환대했다. 

중국은 북한을 상대로는 공산당, 한국을 상대로는 우리 행정부에 비교되는 국무원 외교부를 통해 외교한다. 김정은이 돌아간 다음 날 중국은 바로 양제츠 국무위원을 서울로 보내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했다. 언제 한국을 박대했느냐는 듯 표변한 것이다. 남북한을 상대로 펼친다는 등거리 외교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중국이 왜 이렇게 확 달라진 것일까. 

작금의 일을 한반도에만 초점을 맞춰 분석하면 오판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 결정 시 ‘중국 패싱’을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시하던 중국이 김정은을 환대한 배경에는 동북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 갈등이 있다. 1971년 미국은 핑퐁외교를 통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했고, 중국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올렸다. 중·소 갈등을 이용해 소련을 고립시킨 것이다. 20년 뒤인 91년 소련이 붕괴되는 대승리를 만들어냈다. 

다음은 한 소식통의 분석이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가 피살된 후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크게 틀어졌다고 보는 이가 적잖은데, 진실은 그 반대다. 트럼프와 푸틴의 공통점은 ‘자국 우선’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세계를 미국과 러시아 그룹으로 양분하는 신냉전체제를 만드는 것이 자국 경제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 보고 있다. 그래야 두 나라가 우세를 점하는 무기 수출이 늘어나고, 독자 노선을 걸으려던 나라들이 고개를 숙인다고 보는 것이다. 대미(對美) 자주를 내세우던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즉각 미국에 협조를 구한 것은, 회담이든 전쟁이든 본격적인 시합을 하려면 미리 자기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중(對中) 자주를 외치던 북한과 북한 핵개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던 중국이 본 시합이 다가오자 뭉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치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산유국이기에 중동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데,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를 치는 작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힘을 과시해 주변국의 군기(軍紀)를 잡겠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은 테러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그래서 모든 나라는 안전한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트럼프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이는 이스라엘에게 중동 질서를 잡으라는 암시다. 트럼프와 푸틴은 외교관을 추방하며 싸우는 척해야 두 나라를 두려워하는 나라가 늘어난다. 이러한 게임을 하려면 중국을 손봐야 한다. 중국을 약화시켜야 미·러 신냉전 밀월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김정은이라도 포섭하는 쇼를 해야 한다.”


시진핑을 몰아세우는 트럼프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묵인 아래 벌어지는 트럼프의 시진핑 밀어붙이기는 상당하다. 이 기싸움은 중국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6자회담의 의장국이 되고 G2 국가로 부상하자 미국과 동급임을 강조하는 신형(新型) 대국관계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한반도의 경우 분단 상태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북한 핵무장을 방치했다.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화만 내고 매를 들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은 반미노선을 분명히 한 북한을 이용해 미국 군사력을 묶어놓고, 일본과 동남아를 압박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바다라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난사군도 등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 바다로 미국 함정은 들어오지 말라는 ‘도련(島鍊)전략’도 내세웠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더 큰 포위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일본은 물론, 대미 자주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까지 포용하며 반중라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문재인 끌어안기는 문 정부가 중재한 북·미 정상회담의 진실을 알면서도 덥석 받아준 데서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 북한을 이간하려 한다. 유엔은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핵보유만 인정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북한과 가장 많이 교역해왔고, 압록강 태평만(太平灣)댐에 있는 송유관을 통해 연간 50만여t의 원유를 공급했다. 트럼프는 이 모순을 지적하며 중국 측에 북한을 고사시키라고 요구한다. 이를 강요하고자 대중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대만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1979년 미국은 중국과 복교(復交)를 앞두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방위조약을 파기하고 대만 주둔 미군도 철수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만과 교류하는 대만여행법, 대만과 군사교류를 허용하는 ‘2018년도 군사수권법’을 만들어 3월 트럼프가 서명했다.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또 다른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연간 600만 달러에서 2200만 달러(약 234억5200만 원)로 크게 올렸다. 미국은 북한을 향한 신호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정은이 중국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던 날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를 서태평양으로 발사하는 훈련을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을 발사하는 훈련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SLBM을 발사했다.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SLBM을 발사한 것은 트럼프가 말한 ‘화염과 분노’를 떠올리게 한다. 동북아로 4척의 미 항모 전단을 결집시키는 조치도 취했다. 동북아에 2척의 항모 전단이 배치된 상태에서 중동에서 작전을 마치고 귀환하는 항모를 동북아 수역으로 오게 하고, 교대를 위해 출동한 항모 전단도 동북아 수역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왜 중국은 쌍중단을 요구했나

이는 4월 말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차하면 북한을 치고 중국을 놀라게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국 전략자산이 몰려오면 북한 이상으로 피곤해지는 것이 중국이다. 도련전략 등을 내세운 만큼 중국은 미국 함정들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헤집고 다니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실행할 전력이 부족하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함정이 있는 곳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 사이 방공식별구역을 따라 정찰기를 중심으로 한 편대를 보내 미군 함대를 찾는다. 그런데 그때마다 한국과 일본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두 나라의 대중(對中) 여론이 나빠지니, 중국은 힘들어진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요구한 것은 쌍(雙)중단이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하라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조치로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은 연합훈련을 중지하라는 것이다. 

이번 만남은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열리게 됐고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이었는데도 시진핑이 쌍중단을 거론한 것은, 북핵 핵실험 중단을 핑계로 미국이 동북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시진핑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났을 때도 역시 쌍중단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한국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해놓고도 이를 중국에 설명하는 특사조차 파견하지 않았다. 이런 김정은을 시진핑이 환대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김정은은 중국의 환대는 물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을 확보하는 모습도 얻을 수 있으니 기꺼이 방중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트럼프의 대북 압박 성공할까

3월 20일 오전 F-16 전투기가 임무수행을 마친 후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뉴스1]

3월 20일 오전 F-16 전투기가 임무수행을 마친 후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뉴스1]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고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24조치 해제를 제시하려 한다. 그러나 북한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은 이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는 5월 7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김정은을 제외한 동북아 모든 지도자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때 문 대통령 등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를 듣고 그 나름대로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목할 것이 5월 10일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이란 핵협정 파기다. 트럼프는 수차례에 걸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이란과 핵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준비가 5월 초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란과 맺은 핵협상 파기는 북·미 정상회담에 큰 암초가 될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김정은이 스위스나 뉴욕으로 오라”고 선언해놓았다. 중국을 코너로 몰았던 외교술을 김정은에게도 다시 적용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고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한 것도 트럼프의 압박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시진핑에게 판정승을 거둔 김정은이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플랜B가 없기에 ‘죽느냐 사느냐’란 게임이 시작됐다고 예측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전대협 출신들이 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방중을 마친 북한은 본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 측에서 이 회담을 주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다. 많은 소식통은 임 실장이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남북정상회담 단초를 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시절인 1989년 북한과 라인을 만들어 임수경 씨를 북한에 보낸 바 있다. 그를 비롯한 전대협 출신들은 북한과 계속 비정부기구(NGO) 라인을 구축했는데, 그 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식통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로 들어가려다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무산됐던 A씨 등이 실무를 지휘하고 있다고 본다.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공식 라인은 들러리고 전대협 출신의 비선(秘線)이 주축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이들은 “우리 특사가 방북했을 때 김정은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8명뿐이고, 남북정상회담을 주도하는 것은 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전대협 출신의 17인”이라며 특사단과 비선이 실세임을 재차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46~49)

  •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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