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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文 정부의 이율배반 국내 탈핵, 해외 친핵

한국이 지은 UAE 원전 준공식 참석…사우디행 원전 세일즈는 불발

文 정부의 이율배반 국내 탈핵, 해외 친핵

준공을 앞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1월 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뉴시스]

준공을 앞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1월 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뉴시스]

‘탈핵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한국이 지은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3월 22일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만나고 24일 오후 UAE로 들어가, 이튿날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회담한다. 26일엔 바라카 1호기 준공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27일 UAE 주둔 야크부대를 돌아본 뒤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 한국전력 일부 관계자들이 상당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세일즈 방문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3월 12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먼저 사우디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를 했기 때문에 이들은 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기정사실로 보고 로드쇼와 비즈니스 포럼 등을 준비했었다.


왕세자 방미로 사우디 방문 무산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UAE 측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권유로 이뤄졌다고 한다. 바라카 원전에 대해서는 숱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돌았지만, 한국은 예정된 기간에 1호기 공사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1호기 준공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여세를 몰아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사우디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그때 사우디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을 방문해 사우디 순방을 취소했다. 

UAE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4세대 원전을 가동시켰다는 점에 주목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시위로 공사가 지연됐다 지난해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고리 3·4호기가 세계 최초로 가동에 들어간 4세대 원전이고, 다음이 바라카 원전이다. 한국보다 앞서 4세대 원전 건설에 착수했던 프랑스와 미국은 문제가 발생해 아직도 준공을 하지 못했다. 두 나라는 해결책을 찾느라 계속 돈과 기술을 투입하고 있어 적자를 보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4세대 원전 1기의 건설비용은 약 5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다. 거액이라 대다수 나라는 건설사에게 자금 동원을 맡긴다. 건설사가 자금을 끌어와 지은 다음 60년간 전기료를 받아 벌어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60년에 걸쳐 그런 거액을 건설사에 빌려줄 금융기관은 드물다. 이러한 애로를 UAE가 풀어주려고 한다. UAE 자금에 한국 기술을 보태 세계 원전시장에 동반진출하자고 UAE가 제의한 것. 이것이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필요성과 결합해 ‘탈핵 대통령’의 UAE 방문을 낳았다. 

원전 건설이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지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다. 4기를 짓는 바라카 원전 현장에는 한국인 2000여 명과 필리핀 등 4개국에서 온 근로자 2만여 명이 머물고 있다. 단순계산하면 기당 5500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원전 부품을 제작해 보내는 2000여 개 한국 회사의 고용 인구도 적잖다. 

지금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회사들의 붕괴와 한국GM 사태로 심각한 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탈핵정책을 밀어붙여도 해외에는 4세대 원전을 수출하려고 한다. 그래서 UAE와 협력을 강화하고 사우디를 상대로 원전 세일즈를 하려 했는데, 사우디 순방이 무산된 것이다. 

석유가 충분한 사우디는 왜 원전을 지으려 하는 것일까. 사우디는 수니파 수장국으로, 시아파가 이끄는 이란과 대립 중이다. 현재 이란은 원전을 건설하며 핵무장의 길을 노리고 있다. 북한의 지원을 받아 사우디를 공격할 수 있는 코람샤흐르 등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에 맞선 핵무장을 염두에 두고 원전을 지으려 한다. 그래서 농축과 재처리 기술도 이전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농축과 재처리 기술 이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핵 확산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이전은 ‘평화 목적으로만 쓴다’는 확실한 보증이 있어야 이뤄진다. 이전을 받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은 확고한 친미노선을 걸은 덕에 미국의 동의를 받아 롯카쇼무라에 핵연료 제작만을 위한 농축과 재처리 공장을 건설해 가동 중에 있다. 사우디도 이러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핵무장 염두에 두고 원전 지으려는 사우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5일(현지시각)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5일(현지시각) 알 보와르디 UAE 국방특임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사우디는 전통적인 친미국가이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1100억 달러(약 117조 원)의 무기 거래와 첨단무기를 비롯해 3500억 달러의 투자 를 논의했다.
 
그리고 다음 달 궁중정변을 일으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았다. 왕세자는 부정부패가 심한 왕족들을 연금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방법으로 부패를 일소했다. 그리고 친미노선을 강화하자 미국에서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다. 일본의 예에 따라 평화 목적을 조건으로 사우디에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이 핵무장한 것이 확인될 경우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등의 단서를 달아 사우디의 요구를 받아주고, 동시에 이스라엘 등과 협력해 이란의 핵무장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사우디의 농축 및 재처리 기술 필요성을 차단하는 정책을 구사한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미국과 사우디가 협정을 맺을 경우 한국에게도 기회가 있다. 

농축과 재처리는 미국이 하고 원전 건설은 한국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우디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UAE 자금을 토대로 또 다른 나라에 원전을 수출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해외 원전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도하는 원전 수출 프로젝트와 충돌하는 것이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중심을 이룬 탈핵정책이다. 탈핵파들은 탈핵 환경운동가들을 에너지 정책 결정 기구 등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탈핵정책을 본격화하려 한다. 이들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전 가동을 줄였는데. 지난 겨울 혹한 때문에 10차례 이상 예측이 빗나갔다. 

이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는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시간이 걸리자 우선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을 늘리려 하고 있다. LNG발전소는 대기업이 짓는다. LNG발전은 원전에 비해 3배가량 단가가 비싸다. 석탄발전보다 적지만 미세먼지를 포함한 분진이 상당히 발생한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LNG발전을 늘리는 것은 모순이라는 논란에 직면했다.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원전 건설 관련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탈핵과 해외 원전 수출을 분리해 접근하기로 한 방침이 성공하려면 미국과 협조해 사우디 원전을 수주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8.03.28 1131호 (p50~51)

  • | 이정훈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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