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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태 경제패권 놓고 벌이는 中·日전쟁

일본 주도 CPIPP vs 중국 주도 RCEP 각축… 한국은 어디로?

아태 경제패권 놓고 벌이는 中·日전쟁

CPTPP에 참여하는 아태지역 11개국.

CPTPP에 참여하는 아태지역 11개국.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의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출범한다.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했던 아태지역 11개국은 3월 8일 칠레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CPTTP에 참여하는 국가는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멕시코, 페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등이다. 

이들 11개국과 미국은 2016년 2월 4일 TPP에 서명했다. 하지만 TPP가 발효되기 전인 2017년 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TPP에 공을 들였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동안 다른 10개국을 설득해 CPTPP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기준 TPP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7.5%에 달했지만, 미국이 빠진 CPTPP는 12.9%밖에 되지 않는다. TPP의 교역규모는 전 세계의 25%이지만, CPTPP는 15%인 3560억 달러(약 383조 1900억 원)다. 그럼에도 CPTPP는 아태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FTA라고 볼 수 있다.


美 보호무역주의 극복 위한 원동력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왼쪽). 일본,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 대표들이 CPTPP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필리핀 대통령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왼쪽). 일본,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 대표들이 CPTPP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필리핀 대통령궁]

CPTPP는 TPP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자동차를 비롯해 전자제품과 농수산물 등 교역 물품의 95%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전자상거래를 위해 데이터 유통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11개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자국 내 비준 절차를 끝내면 발효되는데, 그 시기는 2019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CPTPP 체제 출범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온 트럼프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CPTPP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진행 중인 NAFTA 재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CPTPP에 참여했다. 

애초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를 결정하자 미국이 배제된 TPP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TPP 폐기를 고려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TPP를 존속하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되자, TPP를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일본 재계는 CPTPP가 발효되면 수출 증가 등의 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수출이 유리해진다. 예를 들어 일본과 베트남은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했지만,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일정 관세가 남아 있었다. CPTPP가 발효되면 일본산 부품으로 베트남에서 완성차를 만들어도 관세가 없어 생산단가가 낮아진다. 도요타, 혼다 등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둔 자동차 업체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 또 데이터 유통 제한 철폐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이득을 볼 수 있다. 본국이나 제3국 서버를 통한 통신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일본 유통업체들의 동남아시아 공략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CPTPP가 발효되면 자동차 등의 수출 확대와 생산비용 절감은 물론, IT 기업 등의 동남아시아 진출도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CPTPP가 발효되면 일본의 역내무역 점유율이 10.4%에서 24%로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PTPP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할 수도 있다. RCEP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6개국이 2012년 11월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을 뜻한다. RCEP 참가국의 전체 GDP는 전 세계의 30.6%, 교역규모는 28.9%를 차지하고 있다. RCEP는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과 관련한 의무조항이 없고 관세와 서비스 분야 자유화만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연말까지 모든 쟁점을 해소하고 RCEP를 출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터 페트리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중국은 RCEP를 통해 무역 부문에서 세계의 지도적 위상을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RCEP가 출범하면 중국 경제는 2030년까지 1.4%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CEP 협상이 그동안 느리게 진행된 것은 TPP와 RCEP에 모두 참여한 국가들이 TPP에 비중을 더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TPP와 RCEP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이다. 미국의 TPP 탈퇴로 뜻밖의 기회를 잡게 된 중국은 RCEP의 조속한 타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견제 위한 다목적 카드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 대표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세안 웹사이트]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 대표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세안 웹사이트]

하지만 RCEP가 중국의 의도대로 이른 시일 내 타결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무엇보다 CPTPP를 성사시킨 일본이 RCEP 협상에 상당한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다. 장쥔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CPTPP 때문에 RCEP가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도 역시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고 제조업 부문에 해외투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농업 부문의 자유화를 놓고 이견이 심하다는 점이다. 특히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의 경제 주도권 장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일본은 CPTTP 타결로 아태지역 및 동남아에 대한 경제패권 다툼에서 중국보다 한 발 앞섰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세기 말까지 누렸던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다른 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CPTPP에 적극 참여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앞으로도 아세안은 물론, 아태지역에서 경제 영토를 더욱 확대하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의 제1 교역국이자 투자국이다. 드미트리 모샤코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소장은 “동남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제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CPTPP를 타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미국이 이 협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CPTPP가 중국의 경제패권을 견제할 매력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기존 태도를 번복해도 나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CPTPP 11개국은 미국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태지역 국가가 아닌 영국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 대비해 CPTPP 가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CPTPP에 참여하는 것이 다목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18.02.28 1127호 (p62~63)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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