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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총리, 제2의 유신 야심

메이지유신 150주년 …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아베 총리, 제2의 유신 야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팬투데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팬투데이]

‘조슈번(長州藩)’은 일본 에도막부(江戸幕府) 시대 본섬 서쪽 끝에 있는 시모노세키 지역을 지칭했다. 에도막부는 1192년부터 1867년까지 쇼군(將軍)을 중심으로 한 사무라이 정권을 말한다. 번은 다이묘(大名 · 지방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로, 당시 260여 개나 있었다. 대체로 우리나라 군(郡)보다 약간 컸다. 현재 야마구치현인 조슈번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 1830~1859)의 고향이다. 

메이지유신은 1868년 에도막부를 무너뜨리고 왕정체제의 통일국가를 형성한 근대 일본의 정치·사회적 변혁을 뜻한다. 하급 사무라이의 아들로 태어난 요시다는 해외 열강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일본의 개항을 압박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서양 문물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1854년 해외 유학을 위해 미국 군함을 타고 밀항하려다 붙잡혀 1년간 옥살이를 한 요시다는 감옥에서 ‘유수록(幽囚錄)’이라는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 만주, 대만, 오키나와, 캄차카 등 주변 지역을 점령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大東亞共榮論)을 주장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출옥한 요시다는 1857년 조슈번의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는 사설학원에서 3년간 90여 명의 후학을 양성했다.


메이지유신의 요람, 쇼카손주쿠

메이지유신 주역들이 공부한 쇼카손주쿠. [야마구치현 온라인 사이트]

메이지유신 주역들이 공부한 쇼카손주쿠. [야마구치현 온라인 사이트]

메이지유신의 사상가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초대 총리, 데라우치 마사타케 전 총리,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아래 왼쪽부터) 모두 이곳 출신이다. [야마구치현 문서관, 위키피디아]

메이지유신의 사상가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초대 총리, 데라우치 마사타케 전 총리,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아래 왼쪽부터) 모두 이곳 출신이다. [야마구치현 문서관, 위키피디아]

쇼카손주쿠에서 요시다가 가르친 제자들을 보면 사무라이 출신인 다카스기 신사쿠를 비롯해 을사늑약을 체결한 초대 조선 통감이자 초대 일본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명성황후를 시해한 미우라 고로,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 전 총리, 제2대 조선 총독인 하세가와 요시미치, 일본의 조선 지배를 사실상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인 가쓰라 다로 전 총리 등이 있다. 쇼카손주쿠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다카스기는 조슈번에서 군사 1000여 명으로 기병대를 만들어 막부군 2만여 명과 싸워 승리를 거두며 메이지유신을 주도했다. 이후 일본은 중앙집권체제 강화와 산업 육성, 군비 확충을 위한 부국강병 정책을 폈으며, 헌법이 제정되고 의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제정된 헌법은 국왕을 신성불가침으로 규정해 의회는 왕권을 견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의 근대화는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로 치달았다. 

조슈번 출신들은 중앙정계로 진출해 근대 일본의 최대 파워 엘리트 집단으로 부상했다. 일본 역대 총리 62명 가운데 야마구치현 출신이 8명이나 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메이지유신의 주역이자 초대 총리였던 이토를 시작으로 메이지유신 50주년인 1918년에 총리를 지낸 데라우치, 100주년인 1968년에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 등이 50주년 주기로 총리직을 맡았다. 150주년 역시 야마구치현 출신인 아베 신조 총리의 재임기간인 올해 돌아왔다. 아베 총리는 9월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또다시 총리에 선출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여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이 경우 말 그대로 메이지유신의 정신이 이어지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가 메이지유신 150주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국민과 함께 손잡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야심은 메이지유신 150주년을 기점으로 ‘제2의 유신’을 통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메이지유신 1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보여줄 헌법이 존재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히 제시해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베 개헌 야심의 걸림돌

아베 총리의 복안은 ‘평화헌법’ 제9조 1항과 2항은 그대로 두고 자위대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3항을 추가해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9조 1항에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항은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평화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아베 총리는 1월 5일 자민당에서 열린 당 신년모임에서 “점령시대에 만들어진 헌법을 시대에 걸맞게 개정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2~3월 당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하고 하반기 발의를 거쳐 통과시킨 다음 내년 봄 국민투표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새 헌법 시행 시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은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각각 284석과 29석을 획득해 313석으로 전체 의석 가운데 3분의 2인 310석이 넘는다. 참의원 역시 자민당 121석, 공명당 25석, 일본유신회 12석과 무소속 의석 등을 합치면 164석으로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162석을 초과한다. 

문제는 공명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의 반대로 양당은 지난해 총선 후 연립정권 구성을 위한 합의문의 ‘개헌을 지향한다’는 부분을 ‘개헌을 위해 국민적 논의를 심화하고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한다’라고 바꿨다. 아베 총리는 공명당이 개헌에 계속 소극적일 경우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만든 ‘희망의 당’과 손잡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제2야당인 희망의 당과 고이케 지사는 그동안 개헌을 적극 지지해왔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유신회 등과도 협력할 방침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비롯해 개헌 반대세력은 의석수 부족으로 개헌 발의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야심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민심이다. 국민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에 아베 총리로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아베 총리가 메이지유신 150주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안보 위기를 거론하면서 대북 강경책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간동아 2018.01.17 1122호 (p66~67)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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