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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3不 약속’을 뒤엎었나?

한국 떠난 뒤 나온 ‘한미 공동언론발표문’ 문구 살펴보니…

트럼프가 ‘3不 약속’을 뒤엎었나?

11월 7일 만난 한미 정상. 그러나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은 두 정상이 만나지 못하고 각자 출국한 뒤 공개됐다.[뉴시스]

11월 7일 만난 한미 정상. 그러나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은 두 정상이 만나지 못하고 각자 출국한 뒤 공개됐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 우리 사회는 ‘3불(不) 합의’로 시끄러웠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는다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중국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중관계가 복원됐다고 안도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한미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방중,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순방 때문에 크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만난 유명한 국제정치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와서 3불 합의를 다 뒤집고 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근거로 이런 의견을 낸 것일까.


‘트럼프는 성공적인 사드 배치를 평가했다’

11월 7일 한국에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두 정상은 공동성명도, 공동발표문도, 하다못해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헤어졌다. 

다음 날 두 정상은 판문점 바로 곁에 있는 미군 오울렛 관측초소(OP)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짙은 안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머린 원 헬기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회항했다. 문 대통령도 헬기에서 내려 승용차로 오울렛까지 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지 못했기에 만날 수 없었다. 

서울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한 뒤 에어포스 원을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서울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공군1호기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출발했다. 11월 8일 양 정상은 전혀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오후 청와대는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문 대통령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날아간 다음이어서 이 발표문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이 발표문은 7개 항목으로 꽤 길다. 이 발표문에서 눈에 띈 것은 다음과 같은 문구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억제력 및 방어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일본과의 3국 간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3국 간 미사일경보 훈련 및 대잠수함전 훈련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하며 공동 대응 능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을 주어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3국은 미사일경보 훈련 등을 계속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한다’고 돼 있으니, 3불 합의에 배치된다는 국제정치학자의 의견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성공적인 사드 체계 배치를 평가하였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한미동맹을 거론했음에도 주어가 양 정상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인 것이 특징이다. 

이 의미에 대해 외교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문 대통령이 반대했다면 공동언론발표문에는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사드의 추가 배치는 문 대통령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았나. 북한 미사일 위협이 자심했으니 문 대통령도 사드 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사드에 반대한 전력이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뺀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돌아왔다.


한국, 美 MD체계 사실상 이용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미국 사드 포대.[동아DB]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미국 사드 포대.[동아DB]

외교 관계자들은 이 문장 바로 앞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위협의 구체 특성에 대항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 개정미사일지침을 채택하였음을 확인하였다’는 서술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들은 “이 문장 역시 주어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만 돼 있고 문 대통령은 빠져 있지 않나. 양측이 합의한 사안임에도 한쪽이 곤란한 처지라면 다른 쪽만 주어로 해 발표할 수 있다. 합의되지 않았으면 아예 공동언론발표문에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정상을 주어로 한 문장은 완전한 합의를, 한쪽 정상을 주어로 한 문장은 상당한 동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는 내용이 공동언론발표문에 들어갔다는 점은 한미 양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논의할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공동언론발표문에는 MD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 개량, 패트리엇 PAC-3 성능 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 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첨단 정찰체계를 포함한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첨단무기를 활용하려면 미국이 구축한 정보통신체계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 군사위성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탑재한 TEL(이동식 발사차량)을 이동시켰다는 사실을 알아내야 첨단무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통신체계가 바로 MD의 일부다. 

미국은 MD와 비(非)MD를 나눠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기존 체계에 새로운 것을 더해 MD를 만들어왔다. 기존 체계를 이용하는 한국은 MD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MD체계에 편입하지 않고도 실제로 편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MD체계에 편입하지 않는다는 3불 합의 내용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합의, 협의, 원칙, 약속, 입장 표명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없다,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지 않는다’는 ‘3불 원칙’에 대해 질문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왼쪽). 강장관은 “3불이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대답했다.[뉴시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없다,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지 않는다’는 ‘3불 원칙’에 대해 질문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왼쪽). 강장관은 “3불이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대답했다.[뉴시스]

6월 29일 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에도 공동성명이 바로 나오지 않고 다음 날인 30일 발표됐다. 이 공동성명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이 들어가 있다. 

‘양 정상은 (중략)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기존의 양자 및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또한 (중략) 사이버 안보와 같은 범세계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일 3국 관계를 활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소위 ‘3불 합의’는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에 해당)가 맺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31일 발표한 그 내용의 일부를 보자.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였다. 동시에 중국 측은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하였으며,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하였다.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중국 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다. 한국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 

이 자료를 만든 외교부 관계자에게 설명을 구했다. 그는 “제목 자체가 합의(合意)가 아니고 협의(協議)이지 않느냐. 합의는 양쪽이 의견을 맞춘 것이고, 협의는 각자의 의견을 개진한 것뿐”이라고 했다. 한중 대표는 각자 의견만 제시하고 헤어졌으며, 다만 이번 만남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10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문답에서 3불 ‘원칙’을 밝혔다. 

박병석 “지금 한국 정부는 사드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MD체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할 의사가 없다 하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지요?” 

강경화 “그렇습니다.” 

박병석 “그것은 장관의 입장이자 대한민국의 입장으로 봐도 되는 것이지요?” 

강경화 “정부의 입장입니다.” 

다음 날인 10월 3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MD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3불 ‘약속’을 지켜야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다.” 

3불 ‘약속’이란 표현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화 대변인은 3불 ‘입장 표명’으로 수위를 낮췄으나 일각에선 이면 합의 논란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후 나온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이 우리 정부의 ‘3불 원칙’ 혹은 중국의 ‘3불 입장 표명’을 사실상 뒤엎는 내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한국 외교가 과연 순탄한 길을 갈 수 있을까.




입력 2017-11-28 16:10:32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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