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1

2017.06.07

마감有感

재상 관중의 염치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6-02 14: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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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추전국시대 명재상으로 꼽히는 관중(管仲·기원전 716~645)은 병역면탈자였다. 그는 세 차례 전쟁에 나가 매번 탈영했다. 그는 또 사기꾼이었다. 친구 포숙아와 장사하면서 이익을 똑같이 나누지 않고 자기 몫을 더 챙겼다. 그는 무능력자로 꼽히기 딱 좋았다. 재상에 오르기 전 세 번이나 작은 벼슬을 했는데 성과가 없어 물러났다. 게다가 그는 대역죄인이었다. 제환공이 군주에 오르기 전 경쟁자의 측근이던 관중은 제환공을 화살로 쏴 죽이려 했다. 

    아무리 2600여 년 전 일이라 해도 이런 인물이 재상에 오르는 게 가능하지는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 추천한 친구 포숙아와 넓은 아량에 안목까지 갖춘 제환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기대에 부응해 제나라를 부강하게 했으며, 제환공을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가 과거처럼 위장전입과 논문표절로 또 한 번 시끌시끌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청렴성과 국가경영 능력을 공개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납득시키는 자리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제도가 2000년 도입된 이래 능력보다는 청렴성 검증의 비중이 훨씬 높았고, 일부 후보자는 ‘처참하게 까발려진 채’ 낙마하곤 했다. 청렴성보다 능력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당의 정치적 공세도 톡톡히 한몫했을 것이다.

    공적인 일을 행하는 사람에게 법에 어긋난 사적 이익 추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분명히 맞다. 하지만 그 정황과 수준에 대한 고려 역시 필요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생산적인 인사청문회와 훌륭한 인재 발탁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그 기준이 현 후보자의 문제를 피해가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하지만 거짓말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관중은 국가를 세우는 4가지 기둥 가운데 하나로 ‘염’(廉)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잘못된 점을 숨기지 않는 깨끗함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힘을 실어준다고 ‘나도 위장전입했다’는 자기고백은 제발 하지 말길 바란다. 관중은 남의 잘못된 행동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을 ‘치(恥)’, 즉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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