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사회

원주시청 건축허가 ‘갑질 행정’ ‘시장님 말씀’이 법보다 우선?

원주 하나님의 교회 건축허가 신청…원주시장과 건축과, 교통 보완 트집으로 18개월 넘게 질질 끌어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7-05-02 1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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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원주시가 법적 하자가 없는 교회 건물 증축허가 신청을 18개월 넘게 반려하고 보완 요구를 이어가며 결정을 미뤄 빈축을 사고 있다. 원주시의 이러한 ‘갑질 행정’으로 건물 사용이 지연되면서 교회 측은 물론, 지역민조차 피해를 입고 있다. 건물 증축허가 신청을 넣은 당사자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원주교회(원주 하나님의 교회)다.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시를 비롯해 국내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봉사를 펼쳐 지역사회 발전과 화합에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여왕 자원봉사상 수상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자원봉사상 금상(단체 최고상, 5회) 등 세계 각국 정부와 기관으로부터 2000여 차례나 상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3대 정부로부터 훈장과 포장, 대통령단체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 고위급회담에 교회로서는 최초로 초청받아 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참석해 연설한 바 있다.



    당초 원주시 “교통 등 허가에 문제없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원주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 처리 방식에도 지난 18개월간 건축 증축허가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한다. “4월 14일에도 원주시에 보완 자료를 제출했다.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는 처리기한을 원주시는 대통령선거 이후인 5월 10일로 미루더니, 슬그머니 4월 24일로 당겼다가 이제는 또 5월 1일로 변경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반려 구실을 삼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원주시의 건물 증축허가 신청 반려 사유와 보완 요구 내용이 법적·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의 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의 건물 사용에 대해  원주시가 ‘갑질 행정’을 한 것은 2년여 전부터다. 2011년 하나님의 교회는 재정상 어려움을 겪던 원주향교의 부탁을 받고 웨딩홀을 임차해 교회 예배공간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2015년 원주시는 원주향교에 압력을 넣어 교회를 내쫓으려 했다. 그해 7월 원주향교는 하나님의 교회 측에 ‘(웨딩홀을) 건립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성균관과 원주시의 질타성 지적에 향교의 입장이 난처하다. 계약 만료일인 8월 31일을 기해 임대 연장이 곤란함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원주향교의 처지를 이해한 원주 하나님의 교회 측은 이전을 결정하고 원주시 무실로 129(원동) 옛 한국토지주택공사(LH) 원주사옥 건물을 매입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측은 예배당을 증축하고자 그해 11월 20일 원주시에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건축법상 건축물을 대수선하려면 건축허가 신청에 앞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나흘 뒤인 24일 건축위원회로부터 건축법과 건축조례에 근거해 ‘해당사항 없음’ 통보를 받았다. 별도로 건축심의가 필요 없는 건물이므로 바로 건물 증축허가 신청을 진행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교회는 30일 건물 증축허가를 신청하고 이전 준비를 진행했다. 원주시 교통행정과에서도 “교통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는 매입한 건물로 이전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원창묵 원주시장 개입 의혹

    그런데 원주시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교통행정과를 포함한 15개 협의 부서가 이미 ‘허가 가능’을 밝힌 사안을 유독 건축과에서만 차일피일 허가를 미루며 처리 기일 연장을 통보했다. 그해 12월 1차 서류 보완을 요구해왔다. 교회 측이 이를 완료하자 지난해 1월에는 18개 항목에 대한 2차 보완을 요구했다. 이즈음 ‘원창묵 시장의 개입으로 허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교회 측은 개의치 않았다. ‘행정절차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보완 요구에만 성실히 응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주시는 3월 또다시 원주 하나님의 교회에 서류 보완·보정 요구서를 보냈다. 그리고 4월 8일, 시장 직권으로 안건이 상정되었으니 심의를 하겠다고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심의 날짜는 4월 14일이었다. 법 규정상 건물 증축허가 신청 전에 마쳐야 하는 심의를 허가 신청 후 137일이나 지난 시점에야 열겠다며 이전의 모든 행정처리 절차를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건축위원회의 심의기준이 정한 법적 처리 기간에서 4배나 벗어난 것이다.

    정식 행정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일들도 별다른 이유 없이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원 시장은 건축심의를 다시 열기 위한 명목으로 ‘시장이 위원회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회의에 부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할 수 있다’는 조례까지 신설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조례는 원주시가 건축심의를 개최한 4월 14일에서 하루 뒤인 15일 개정됐다. 원 시장의 개입 의혹이 짙어지는 부분. 결국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개최한 지 2~3분 만에 ‘반려’ 처분을 내렸다. 건축위원회 심의가 반려 처분을 내리기 위한 명분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 회의 당일 건축주와 설계자가 참석해 안건을 설명하도록 하는 심의 규정도 위반했다. 심의 과정에 건축주를 참석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절차대로 심의 회의 참석 공문을 보내놓고도 막상 당일에는 교회 관계자들을 제지해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은 것.

    건축법상 건축위원회 심의 일시, 장소, 안건, 내용, 결과 등이 기록된 회의록을 공개하게 돼 있지만(건축법 시행령 제5조의 8 제1항, 심의기준 제5조 3, 4항) 원주시는 이를 위반하고 회의록을 건축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교회 측의 심의 회의록 열람 요청을 불허하고 도리어 별도의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회의록 부재 의혹 또한 제기됐다. 

    원주시는 건축위원회 심의 개최 후 7일 이내 청구인에게 심의 결과를 통보하고 10일 이내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규정도 어겼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2년여에 걸쳐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보완 요구서를 반복해서 발송할 뿐이다.

    원주시의 반려처분 통보 서류에 명시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교통 혼잡과 주민 민원이다. 사건 초기, 실체도 없는 민원을 문제 삼던 원주시는 이제 교통 혼잡을 이유로 지속적인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종교시설 특성상 예배 시작과 종료 후 차량 진·출입이 집중돼 교통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원주시는 옛 LH 건물 앞 도로가 평소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출퇴근 시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 정체 현상을 보이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교통 혼잡 우려? 확인 결과 한산해 신도 1000명이니 주차장도 1000대?


    그러나 ‘주간동아’ 취재 결과 옛 LH 건물 앞 사거리는 원주시 측 주장과 달리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교통 혼잡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곳이다. 4차선인 데다 낮시간대를 비롯해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차량 통행이 적어 한산한 편이다. 오히려 현재 교회가 입주한 원주향교(원주시 향교길)는 대로변에서 조금 벗어난 소방도로 안쪽에 위치해 차량이 몰릴 경우 혼잡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취재차 들른 원주향교 인근 식당 상인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들은 “교회 예배가 있는 날조차 신도들이 오는지 가는지 모를 정도로 차분해 교통 혼잡 같은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이용 신도 수는 700~1000명. 교회 측은 “주말예배가 오전, 오후, 저녁 세 차례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참석 신도가 분산된다. 또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게 하면 원주시가 주장하는 교통 혼잡 유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옛 LH 건물의 법정 주차 대수는 32대. 원주 하나님의 교회는 이보다 2배가 많은 60여 대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런데 원주시는 법정 주차 대수보다 30배가 넘는 “1000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신도 수가 1000명이니 1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라는 얘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차량을 몰고 나오는 운전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직원과 원생 수가 300명인 유치원을 건축한다면 어른뿐 아니라 유아까지 포함해 300대 규모 주차장을 만들라는 것 아니냐”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종교시설의 경우 건물 주차 대수를 신도 수로 산정하는 게 아니라 건물 연면적을 기준으로 한다”며 “원주시의 요구는 법적 기준을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원주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원주시의 요구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2015년 고시한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토부는 당시 심의기준을 통해 ‘건축심의에서 건축법령 및 관계법령상 기준보다 과도한 기준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심지어 국토부는 과도한 요구의 사례로 ‘부설주차장을 법정 대수의 120% 이상 확보하라’고 요구한 것을 들었다.

    주차장 규모를 법정 대수보다 3000% 이상 확보하라는 원주시의 요구는 국토부 심의기준까지 무색하게 한다. 게다가 원주시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건에서 건축 허가를 신청한 다른 교회에게는 규모가 훨씬 큰 데도 일사천리로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이 때문에 원 시장의 종교적 편향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전문가도 전혀 이해 못 하는 보완 요구

    교통 혼잡 예방과 관련된 원주시의 보완요구서에 대해서는 건축 및 교통 전문가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원주시의 최근 보완 요구서를 보면 ‘주변 지역에서 수립된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교통량을 반영해 교차로 수준을 분석하라’고 돼 있다. 건축주에게 이런 요구를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교회는 집회 시작 직전과 집회 종료 후, 일시에 교통량이 증가하는 용도의 특성상 부변가로 첨두시간 분석 시 평일 퇴근 시와 평일 교회 예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대를 세밀히 선정하고, 서비스 수준을 분석하여 개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회는 이미 전문기업에 용역을 의뢰해 원주시가 요구하는 교통영향대책보고서를 제출했고, 시의 요구에 맞춰 4월 14일 또다시 보완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교통 관련 주무부서인 원주시 교통행정과에선 이미 ‘문제없다’고 통보한 사항을 전혀 권한이 없는 건축과에서 이래저래 트집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측이 “예배일에 교통정리원을 배치해 차량을 지도하겠다”고 대책을 제시하자, 원주시 건축과는 “교통정리원이 차량을 지도할 법적 근거를 대라” 또는 “교통정리원을 법적 전문가로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교통 유도와 통제를 할 수 있는 권한 및 책임을 가진 전문가는 경찰공무원, 경찰공무원 보조자, 군 헌병 등이다. 이들을 배치할 권한이 교회에게는 없다. 이에 대해 구체적 해석을 문의했지만 원주시 건축과장을 비롯한 건축과 공무원들은 “적힌 대로 보완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은 “법률과 관행, 상식까지 무시한 행정 처리”라고 비판한다. 사건 내막을 아는 원주시민들도 “원창묵 원주시장의 직권 남용 행태가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개탄하며 “나 역시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 도로교통 전문가는 “본인들이 발송한 공문서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조차 의문이다.

    교통 전문가 중에서도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 아니면 이런 문제로 꼬투리를 잡아 건축허가를 반려할 수 있다는 발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축과 직원들이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외부 압력에 의해 제시된 내용을 그대로 공문서에 반영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보완책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일절 거부하던 원주시 건축과가 법적 규제사항도 아닌 식당 규모를 간섭하고 나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신도 수에 맞게 “800석 규모 식당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바로 그것. 원주 하나님의 교회 측은 “시민 34만 명이 있는 원주시는 34만 명 규모의 식당도 없이 어떻게 건축허가를 받았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원주시는 “주변 종교단체와 (건축허가에 대해) 사전 조율하라”는 종교 차별적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귀 닫고, 입 막은 원주시

    각종 의혹 및 ‘갑질 행정’과 관련한 ‘주간동아’의 취재 요청에 원주시와 원 시장은 그 어떤 해명이나 반론도 꺼내지 않고 있다. 보완 요구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한 민원인의 문의조차 불가한 것은 물론, 기자의 취재 요청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것.

    4월 25일 보완 자료에 대한 답변 예정일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과 관련해 원주시 건축과와 원주시장에게 수차례 전화, 문자메시지로 취재를 요청했지만 원주시장과 원주시 건축과 전체가 휴업상태인 것처럼 응답이 없었다. 

    ‘주간동아’가 취재를 위해 원주시 접촉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기자는 해당 내용의 진상을 확인하고자 원주시청을 방문했다. 전날 전화를 걸어 정식 취재 요청을 했음에도 원주시 건축과장은 “할 말 없다” “찾아와도 출장 가고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

    승강이 끝에 “내일 담당 주무관은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다음 날 찾아갔지만 담당 과장, 주무관 모두 외근을 나가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시정홍보실을 통해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묵묵부답. 그 뒤로 5개월 동안 여러 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취재에 나섰지만 전혀 응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원주시 한 직원은 “시장의 지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허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갑질 행정의 근원지가 원 시장이라는 소문에 힘을 실었다. 이런 소문은 급기야 원 시장의 종교 편향에 대한 우려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원주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시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년간 교회는 환경정화 활동을 비롯해 농촌일손돕기, 소외이웃돕기, 재난구호활동 등 지역사회 발전과 화합을 위해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원주 관광지인 간현유원지를 비롯해 치악산국립공원, 원주천, 장미공원, 원주종합체육관과 도심 곳곳을 깨끗이 청소하며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앞장섰다. 4월 23일에는 신도 260여 명이 명륜동 일대 환경정화활동에 나섰다. 명륜1동 주민센터 측은 이들의 봉사를 반기며 쓰레기봉투 등 청소도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교회는 “앞으로 300일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원주 하나님의 교회가 열정적인 서포터즈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원주 하나님의 교회가 옛 LH 건물로 이전하면 한국을 찾는 해외성도방문단의 문화탐방 등이 이어지면서 세계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폭넓은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시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도 원 시장이 하루빨리 공직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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