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4

2017.02.08

사회

“약자를 돕는다면, 고난도 즐거운 동행”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초청으로 선행 실천 16명 간담회

  •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입력2017-02-03 16: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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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만(68) 씨는 경남 창녕군에서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이발소가 불에 타 생계 터전을 잃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이발소 문을 다시 열게 된 이후 보답의 의미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무료 이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의 빈곤 상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부터 이들을 찾아다니며 쌀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봉사를 하면 할수록 결국 나를 돕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며 “지금도 월세를 내면서 생활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현섭(31) 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울산 관광버스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 4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묵호고 윤리교사인 그는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긴 사실이 알려져 정부로부터 의인상과 상금 5000만 원을 수여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했다. 이처럼 작지만 소중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몸을 사리지 않고 인명 구조활동을 펼치는 등 기부·나눔, 봉사활동, 인명구조의 선행을 실천한 시민 1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월 1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초청을 받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소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 일(시민 구조) 이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저희도 선생님처럼 할게요’라는 말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희망 메시지’ 전파 행보

    봉사 및 희생이 몸에 밴 사람들의 생활과 꿈은 소박했다. 지난해 11월 22일 경기 부천시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주민 5명을 구조한 원만규(51) 씨는 요즘도 간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내가 쓰던 소형 사다리차를 가져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세 아들이 가게를 이어받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3년 동안 기부금 1억 원을 낸 김경수(54) 씨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억대 빚을 지며 사실상 파산했다. 그는 이후 전남 여수시에 횟집을 차린 뒤 재기에 성공했다. 김씨는 “진정한 기부는 재능기부라고 생각해 앞으로 국숫집을 열어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들 현우 씨는 결혼식을 하는 대신 100만 원으로 밥차를 불러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부전자전의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2월 억대 연봉을 받던 병원을 그만두고 탑차를 몰며 무료상담을 하고 있는 정신과전문의 임재영(38) 씨 등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참석자 중에는 보따리 장사로 평생 모은 재산 8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서부덕(78) 할머니와 수백억 원대 재산을 전부 기부하겠다는 선언을 실천 중인 청년자산가 박철상(33) 씨 등 이미 화제를 불러모았던 인물뿐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웃을 도와온 숨은 선행자들도 보였다. 이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은 “우리 사회를 온정 넘치고 가치 있게 만드는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다. 희망을 품고 있으면 고난마저도 즐거운 동행이 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통이 더해지는 사회적 약자를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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