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2016.12.21

스페셜 리포트

세금 먹는 하마 ‘버스 준공영제의’ 배신

5억 원 넘는 임원 연봉, 주 40시간 근무 ‘신의 직장’…10년 새 재정지원금 천정부지로 치솟아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12-16 16: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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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공공성을 위해 2004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업체가 벌어들인 운송수입금을 서울시가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업체별 버스 대수와 운행거리 등 실적에 따라 운행비용을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제도로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서울시에서 인가한 버스업체는 총 66개로 358개 노선에 버스 7485대가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간선버스는 3703대, 지선버스 3462대, 광역버스 250대, 순환버스 25대, 심야버스 45대다.   



    과다 산정된 표준운송원가

    버스 준공영제의 가장 큰 효과는 그동안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버스업체가 시의 재정지원으로 한결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버스운전기사의 처우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주 5일 근무에 법정 노동시간인 주 40시간을 준수하고 있으며, 연봉도 서울 시내버스 기준 평균 4700만 원을 웃돈다. 이 때문에 운수업 종사자 사이에서 최고 직장은 바로 서울 시내버스업체다.

    하지만 버스 준공영제의 그림자도 짙다. 서울시가 운행비용 정산의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필요 이상으로 높게 산정해 시민이 낸 세금이 과도하게 집행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려면 먼저 버스 대당 들어가는 총 운송비용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야 한다. 총 운송비용은 크게 가동비와 보유비로 나뉘는데, 가동비는 운행되는 경우에 한해 지급되는 금액으로 연료비, 타이어비, 운전직 인건비가 여기에 속한다. 보유비는 서울시에서 인가한 차량 대수를 기준으로 버스업체가 실제로 보유한 차량에 지급되는 금액으로 임원·정비직·관리직 인건비, 정비비, 차고지비, 차량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기타 관리비, 기타 차량 유지비, 기본이윤, 성과이윤(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비용들을 감안한 결과 올해 서울시가 버스업체 측에 버스 대당 지급하는 하루 표준운송원가는 7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2004년 버스 준공영제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44만1671원이던 표준운송원가는 2014년 70만5407원으로 59.7%(26만3736원)나 증가했고, 2015년에는 연료비 원가가 낮아진 덕에 69만 원대로 내려갔으나 올해 다시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70만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올해 표준운송원가를 아직 산정하지 않았으며, 지난 10년간 표준운송원가가 60% 가까이 증가한 이유는 인건비와 물가상승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연 3%라고 가정했을 때 2014년 표준운송원가는 59만3569원이 적당하다. 결국 시가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10만 원 이상을 버스업체에 더 투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서울시의 표준운송원가는 다른 시도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2014년 기준 대전 56만3509원, 대구 57만1491원, 광주 60만7676원, 부산 65만6896원, 인천 46만2633원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은 매년 2000억 원에서 많게는 3000억 원에 달한다. 2004년 816억 원으로 시작한 재정지원금이 2009년에는 2900억 원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254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버스운송조합) 측은 “표준운송원가가 과다 집행 됐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표준운송원가 중 운전직 인건비, 연료비 등 약 83%에 해당하는 부분을 서울시가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17% 정도만 버스 회사에 운영비로 지급하는데 이마저도 마이너스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버스운송조합 관계자는 “준공영제 협약서상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기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가 약속한 이익률을 가져가본 적이 없다. 최근 버스 회사의 실제 이익률은 1~2% 밖에 되지 않는다. 적정이윤으로 따지면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타 광역시와 비교해도 서울시가 가장 낮다”고 항변했다. 

    현재 서울시 인가를 받은 66개 버스업체 가운데 65곳이 운송 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 가운데, 임원 전원이 억대 연봉을 받는 업체가 8곳에 이르는 등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솜방망이 임원 연봉 가이드라인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도봉1·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버스업체 임원의 연봉이 5억 원 이상인 업체는 2곳이며, 이 가운데 대표이사가 2명인 한 업체는 1명이 5억 원대, 나머지   1명이 4억 원대 연봉을 받고 그 외 임원인 감사, 이사 역시 4억 원대 연봉을 챙겼다. 66개 버스업체 가운데 임원 연봉이 3억 원대는 총 3곳이며, 2억 원대는 12개 업체 총 14명, 1억 원대 연봉은 55명에 달했다. 결국 국민 혈세로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우는 것은 물론, 임원의 고액 연봉까지 챙겨주고 있는 셈이다. 200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버스 준공영제에 투입된 재정지원금은 총 2조7359억 원이다.

    올해 초 김용석 서울시의원은 고액 연봉 논란을 빚어온 서울 시내버스업체 임원의 인건비 한도액을 서울시가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장이 사업자별 경영 상태에 따라 임원 인건비의 연간 한도액을 권고할 수 있으며,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버스업체에 임원의 연봉을 일정 수준 이상 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시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기본연봉 9600만 원에 보유 버스 대당 55만3526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 즉 버스를 100대 보유한 회사의 임원은 9600만 원에 5530만 원가량을 합한 1억5130원이 서울시가 제시하는 연봉 상한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만약 이 기준을 어길 경우 연봉 초과 금액에 따라 벌점 15~200점이 부여되고, 이는 추후 서울시가 버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버스업체가 벌점이 두려워 임원 연봉에 과연 칼을 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버스운송조합 측은 "평가 메뉴얼을 통해 임원의 인건비 한도를 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사기업의 경영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얼마나 늘었을까. 시가 상당한 규모의 재정을 쏟아부으며 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에 비해 버스의 수송분담률(이용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전인 2002년 버스 수송분담률은 26%이고 2010년 28.1%, 2013년 27.1%로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서울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지하철이 38.8%로 가장 높고, 버스 27.1%, 승용차 22.9% 순이다. 이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업체의 운영 안전성은 확보됐지만 버스 이용의 한계는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버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대표적으로 버스운전기사의 난폭운전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버스 준공영제의 당초 목적인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서울시에 접수된 버스 이용 불편 신고 사례를 살펴보면 ‘승하차 전 출발 및 무정차 통과’ 신고 건수는 2014년 6715건, 2015년 6028건, 올해 11월 말 현재 5002건에 달한다. 또한 버스운전기사의 불친절함을 호소한 사례는 2014년 2801건, 2015년 2397건, 올해 11월 말 2153건에 달하고, 난폭운전도 2014년 1339건, 2015년 992건, 올해 11월 말 970건을 기록한다. 그 밖에도 운행시간 미준수 및 임의 운행, 정류소 외 승하차, 안내방송 미실시 등으로 불편함을 느꼈다는 승객이 적잖다. 이 가운데 시민에게 가장 민감하게 와 닿는 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내버스 안전성에 불만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서울 신림동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아침마다 운전기사의 난폭운전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젊은 사람은 그렇다 쳐도 노인 중에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 미처 손잡이를 잡지 못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발 급정거, 급출발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바뀌지 않는 불친절, 곡예운전

    버스의 난폭주행이 괴롭기는 일반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 이후 곡예운전을 하는 버스들 때문에 운전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하는 이가 많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 이후 버스의 통행 속도는 한결 빨라졌지만, 시행 초기부터 대두된 교통 정체와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중간에서 단절된 구간의 경우 빠른 속도로 달리던 버스가 급하게 일반차로로 끼어들거나, 반대로 일반차로에서 중앙차로로 진입할 때 막무가내로 2·3차선을 한번에 가로지르는 버스들이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된다. 심지어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밀린다 싶으면 아예 일반차로로 나오는 등 도로 위를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버스운전기사도 있다. 또 버스 여러 대가 군집 운행을 하면서 뒤에 있는 차를 가로막고 자신의 버스 앞으로 여러 대를 끼어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행태는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버스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시내버스 교통사고율은 19.4%로 일반 승용차 교통사고율 4.6%의 4배가 넘는다. 더욱이 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없고, 입석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크다.

    결국 서울시는 11월부터 버스운전기사의 난폭운전에 대한 페널티를 한층 강화했다. 난폭운전 관련 접수가 전체 버스 대수의 10%를 넘을 경우 운수업체에 과징금 120만 원을 물리거나 경우에 따라 영업 정지도 불사하기로 한 것.

    하지만 이에 대해 버스운전기사들은 노사 갈등을 유발하는 징벌적 정책일 뿐 현실적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반발한다. 난폭운전의 근본 원인은 휴식 시간 부족, 빠듯한 배차시간 등 회사 운영상의 불합리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운전기사 처우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차량 정체가 심한 출퇴근시간에는 여전히 배차시간 때문에 화장실 한 번 다녀오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거칠게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생기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배차시간을 늘리면 버스 이용객의 불편이 증가하기 때문에 증차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회사에서는 비용 문제로 증차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경제적 효율성과 시민의 편의성 사이에서 서울시, 버스업체, 운전기사의 합리적 조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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