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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예비 초등생 학부모 기자, 대치동을 헤매다

“입시코디? 일단 자녀 선행학습부터…”

예비 초등생 학부모 기자, 대치동을 헤매다

  • ● 드라마 열풍으로 입시컨설팅 수요·공급 증가
    ● 수능 무력화로 입시컨설턴트 입김 세져
국·영·수 등 교과 과목부터 논술까지 다양한 사교육 시장에 입시컨설팅까지 가세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지호영 기자]

국·영·수 등 교과 과목부터 논술까지 다양한 사교육 시장에 입시컨설팅까지 가세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지호영 기자]

요즘 엄마들 셋만 모이면 입시 열풍을 그린 드라마 ‘SKY 캐슬’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 의예과에 보내 3대째 의사가문을 만들려는 열혈 엄마, 범법일지라도 갖은 수를 써서 맡은 학생을 목표 대학에 보내려는 입시코디네이터(현실에서는 입시컨설턴트), 7세 때부터 한곳만 바라보며 달려온 욕심 많은 고3 여학생이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 화두에 오른다. 

드라마를 접한 엄마들 반응은 다양하다. 초등 저학년 이하 미취학아동을 둔 엄마들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고입, 대입의 복판에 선 엄마들은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학생들의 공부량이나 대입 압박감과 관련해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치동에서 컨설턴트 찾다 쓴소리 들어

대본을 쓴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입시컨설턴트와 사교육의 허상을 꼬집고, 과열된 입시로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지적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에 대한 관심만 높아졌다. 심지어 입시컨설턴트의 존재를 모르던 학부모들까지 가세하게 만들었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학부모 A씨는 “그동안 자녀 교육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엄마들도 ‘컨설팅 한번 받아보고 싶다’며 괜찮은 입시컨설턴트를 수소문하고 다닌다. 학원들 역시 방학을 맞아 컨설팅을 해준다는 광고를 늘렸다. 그런데 드라마처럼 내 아이에게만 집중해 케어해주는 실력 있는 컨설턴트 정보는 엄마들 사이에 공유되지 않는다. 결국 대강의 로드맵이라도 짜보려는 엄마들은 대치동 대형학원을 찾아가 보급형 컨설턴트를 소개받는다”고 말했다. 

보통 입시컨설턴트는 대입을 목전에 둔 고교생이 대상이지만 특수목적고교(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학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이 경우 아이의 특성에 따라 이과·문과를 나눠주고 수학, 영어, 과학 등 특정 과목의 선행진도표는 물론, 강남 대치동의 학원 정보와 강사 정보까지 알려준다고. A씨는 “대치동 아이들은 선행 레벨이 다르다. 그런 정보에서 뒤처진 다른 지역 엄마들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 5, 6학년 때 시작해보겠다고 대치동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이미 늦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도 학부모도 기가 꺾인다. 그래서 다들 미리 입시컨설턴트를 통해 로드맵을 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컨설팅이 어떤 것인지, 예비 초등 자녀를 둔 엄마로서 상담을 받아보고자 1월 중순 대치동 학원가를 찾았다. 대치동에 자리 잡은 지 20년이 돼 수학의 명가로 손꼽히는 ㄱ학원의 초등관에 예약도 없이 들어섰다. 상담실장이라는 이가 선뜻 맞이하며 아이의 학습 수준부터 물었다. 흔하다는 학습지조차 시키지 않은 터라 “수준이랄 게 없다. 한 자릿수 덧셈과 뺄셈을 겨우 하는 미천한 단계”라고 답했더니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담실장은 “아직 어리니까 일단 테스트부터 해보고 학원에서 3명씩 진행하는 소그룹, 일대일 첨삭 수업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그 대신 3년 선행학습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3년 선행학습’은 대치동 불문율로, 특히 수학과 영어는 한계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초등 4학년 때까지 초등 6학년 수학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늦었다”고 평가받기 일쑤다. 선행학습은 그렇다 치고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입시컨설팅은 어떻게 받는지 궁금했다. 상담실장에게 본래 목적을 말하며 입시컨설턴트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대답도 없이 실소를 터뜨렸다.


“컨설팅도 공부 어느 정도 해야 효과”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김주영 입시코디는 100% 합격률을 보장하며 학부모를 현혹한다. [사진 제공 · 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김주영 입시코디는 100% 합격률을 보장하며 학부모를 현혹한다. [사진 제공 · 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컨설팅을 받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일단 학부모가 자녀의 목표부터 대강이라도 잡아야 컨설팅 효과를 얻는다. 자녀의 꿈이 무엇인지, 특목고 중에서도 영재고, 과학고, 외고 등 어디에 보낼 생각인지, 현재 학습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컨설팅할 근거가 일정 정도 쌓여야 한다. 그래서 대체로 초등 고학년 때쯤 컨설팅을 받는다. 지금이라도 소개해줄 수 있지만 특별히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생각해보니 그제는 판사, 어제는 의사, 오늘은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장래희망이 매번 바뀌는 아이라 드라마 속 김주영 입시코디라도 컨설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다른 수학 명가로 꼽히는 인근 ㄴ학원 초등영재관에도 무작정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입구를 지키던 상담실장이 친절히 맞았다. 학원 수업에 대해 묻다 입시컨설턴트 소개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를 “초등 4학년 때 아이를 대치동에 입성시켜 서울 명문대에 보낸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요즘 외부 입시컨설턴트를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데 제일 좋은 입시컨설턴트는 엄마”라고 잘라 말했다. 

초등 고학년부터 대입이 시작되는데, 장기 로드맵은 학원 설명회 몇 군데만 돌면 짤 수 있다고. 그는 “입시컨설턴트가 그럴싸한 로드맵을 짜줘도 그걸 해내야 하는 사람은 아이다. 또 공부를 해내도록 옆에서 러닝메이트가 돼줄 사람은 입시컨설턴트가 아니라 엄마다. 게다가 로드맵이라는 게 자라면서 계속 바뀌는데 그때마다 입시컨설턴트를 찾을 수는 없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정말 필요하다면 한 번쯤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도 어릴 때 받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컨설팅 고수는 흔적 드러내지 않아

대학 입시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살 떨리는 관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주최 정시 지원 전략 설명회 모습. [동아DB]

대학 입시는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살 떨리는 관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주최 정시 지원 전략 설명회 모습. [동아DB]

수소문을 통해 대치동에서 최근 5년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입시컨설팅을 해온 B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올해만 학생 서너 명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고루 합격시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시컨설팅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를 토대로 학생, 학부모와 1시간 동안 상담하고 각각의 목표를 파악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반영할 수 있는 소논문 주제를 잡은 뒤 자료집, 도서목록 등 추가적인 도움을 주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비용은 사교육 입학상담 법적 기준이 1분에 500원, 60분에 30만 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평균적으로 1시간에 100만 원 수준이다. 횟수를 묶어 패키지로 받으면 값은 더 올라간다고 한다. 

특히 입시컨설턴트는 소논문 작성에서 첨삭 지도가 주된 일이라고. 그는 “학생들이 자기 글을 쓰기는 하지만 지분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거의 전공 학과의 개론 이상 수준을 바라기 때문에 컨설턴트의 첨삭이 꼭 필요하다. 정말 시간이 없는 경우 학부모가 대필을 붙이기도 한다. 입시컨설턴트로 일하는 이는 대부분 직접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는 석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다. 그런데 첨삭이든, 대필이든 대학원생이 쓴 느낌이 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고수는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다고도 한다. 수준 높은 글을 쓰되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해주는 사람일수록 더 비싸다”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대학의 자율선발권이 강화되고 있다. 수시전형에서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는 것. 상대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비중은 낮아지고,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관문도 좁아지는 추세다. 특히 연세대는 2020학년도부터 수시전형에서 커트라인 역할을 하는 수능최저제를 폐지해 수능 점수를 무력화했다. 

사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은 향후 수능이 없어지거나 절대평가로 전환돼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B씨는 “지금도 서울 소재 상위 10개 대학은 수능보다 학종과 논술, 면접으로 뽑는 비율이 높다. 수능은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을 위한 패자부활전 성격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대학입시 요강과 합격자 정보를 꿰고 있는 입시컨설턴트의 입지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컨설팅은 허상”

드라마에서 입시컨설턴트인 김주영 코디는 자녀를 서울대 의예과에 100% 입학시켜줄 신적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입시컨설턴트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 그만큼 인정받기 때문. 학종으로 명문대 입학 문턱을 넘은 학생들의 자료는 여간 구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반면 다년간 입시컨설팅으로 자료를 축적한 컨설턴트는 합격한 학생들의 정보를 갖고 있고, 이를 토대로 수험생의 성향에 따라 합격 전략을 어렵지 않게 짜준다. 결국 정보에 취약한 학부모는 유리한 전략을 펼 것으로 생각되는 입시컨설턴트에게 손을 뻗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자녀를 서울의 한 기숙형 과학고에 입학시킨 C씨는 “드라마처럼 입시컨설턴트가 100%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켜주리라 믿는 엄마는 없다. 대치동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의 학부모는 의심이 많다. 아무리 대단한 컨설턴트라 해도 자녀가 그동안 어떻게 공부해왔는지에 대한 자료를 순순히 믿고 보여주지 않는다. 자녀의 자료가 역으로 다른 학생의 컨설팅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기부가 완벽할수록 오히려 사설 컨설팅을 받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수시전형으로 서울 소재 상위 10위권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 D씨 역시 입시컨설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자녀가 고3이 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주변에 학원 강의를 듣는 것 이외에 입시컨설팅을 받는 학부모도 적잖다. 수능까지 치르고 소개를 통해 입시컨설팅을 받았는데 ‘하향 지원을 하라’고 하더라. 학생의 자료를 바탕으로 원하는 대학을 뚫는 방법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줘 허탈했다. 결국 소신 지원해 아이가 원하는 곳에 합격했고, 입시컨설턴트에게 건넨 돈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입시컨설턴트가 조명받고 있지만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실력을 검증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입시컨설턴트가 학부모의 불안과 사교육 종사자의 상술이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지적한다.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은 “입시컨설턴트가 대입 필수요건처럼 비춰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명문 대학 입학관리처가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다. 사실 드라마에서처럼 최상류층이 사교육에 수억 원씩 쓰는 사례는 1980년대부터 존재했다. 그런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 학종은 수능처럼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산층 학생이라도 제대로 작성하면 대입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시컨설턴트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알고 보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 불과하다는 것. 박 소장은 “최근 소위 SKY 등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공계 우수 인력들이 대치동 사교육시장으로 대거 넘어간다. 그런데 이미 공고화된 강의시장은 뚫기가 힘들다. 반면 입시컨설팅시장은 진입장벽이 낮다. 자신의 대입 경험을 토대로 인맥을 동원해 조언해주고 쉽사리 돈을 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9.01.25 1174호 (p66~69)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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