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연명 수석’은 ‘김연명 교수’와 어떻게 다를까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은 이제 그만”… ‘더 받기 위해 더 내자’ 소신 지킬지 관심

  • 입력2018-11-19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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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명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연명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연명(57)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자 국민연금 개혁의 키가 보건복지부(복지부)에서 김 신임 수석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수석은 국내 대표적인 연금 전문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연금 대선공약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복지팀장을 지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직을 수행하다 이번에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으로 발탁됐다. 

    국민연금에 대한 ‘학자 김연명’의 소신은 언론 인터뷰, 기고, 논문 등을 통해 소상히 알려져 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50%로 높여야 하며, 그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너무 많아지는 것은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을 ‘그해 필요한 돈을 그해 걷어 운용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김 수석은 ‘신동아’ 11월호 인터뷰에서 “최선의 방법은 적정 수준의 기금을 쌓아놓고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더 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이러한 학자의 소신은 정부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당장은 복지부가 1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퇴짜 맞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어떻게 손질해 다시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이 좀 더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며 복지부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복지부 개편안은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인상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11월 15일 개최할 예정이던 공청회를 취소하고 수정·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11월 말까지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하려 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일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김 수석과도 의견을 나눠야 하는 사안”이라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언제 개편안을 다시 내놓을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다시 내놓는 개편안에 김 수석의 평소 소신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면, 소득대체율 50%로 상향이 이번 개편안에 담길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보험료율 인상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국민연금 개편안 재검토 지시에 대해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국민연금 개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출되자 ‘더 내고 덜 받는’ 개편 방향에 대해 여론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김 수석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월 그는 ‘주간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을 더 받자는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룬 다음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김 수석은 ‘성난 여론’에 대해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더 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우선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100만 원가량의 소득을 보장해 최소한의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그다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가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김 수석은 국민연금 개편 프로세스를 새롭게 짜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도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은 5년마다 민간 자문위원회(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도 개편 방안을 정부에 권고하게 돼 있다. 

    김 수석은 8월 당시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겪고 보니 국민연금 개편의 정치적 프로세스를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정재계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개편할지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안(案)만 자꾸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발표한 글에서도 “소위 ‘재정안정화’라는 프레임의 핵심은 ‘재정안정화=국민연금기금 고갈 방지’로, 오히려 이러한 프레임 때문에 기금 고갈이라는 공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지난 몇 차례의 연금개혁은 기금 확대 혹은 기금 유지라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과도하게 매몰돼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국민연금 정책 목표를 망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국민연금 재정안정화의 새로운 접근에 관한 시론’, 연금포럼 65호,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발행).

    “여러 상황 종합할 것”

    2017년 7월 1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연명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동아일보]

    2017년 7월 1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연명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동아일보]

    김 수석은 그 대안으로 국민연금 소관 부처인 복지부를 뛰어넘는 프로세스 구성을 제안한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을 진단한 보고서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개인퇴직연금의 현황 및 역할에 관한 보고서를 각각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이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가와 개인이 노후소득을 어떻게 나눠 부담할 것인지를 논의해 타협점을 찾아가자는 얘기다. 

    물론 학자로서 소신을 주장하는 것과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김 수석 또한 학자로서 주장해온 바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진 않겠다는 의중을 피력했다. 그는 11월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금 개혁 정책 수립은 복지부 장관의 업무”라며 “나는 대통령이 말한 범위에서 조언하는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자신이 주장해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상향’과 관련해서도 “학자로서 개인적 소신”이라며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가면 탄력적으로 여러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주장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지급 방식을 현재의 부분 적립 방식에서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60~70년 뒤에나 나올 문제로, 지금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연명 수석’은 ‘김연명 교수’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평소 그의 소신대로 국민연금 개편이 재정안정화가 아닌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 목적을 되찾고 ‘더 받고, 그러기 위해 더 내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김 수석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소득대체율이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연금 수령액의 비율.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가입기간 40년 기준 70%였으나, 1998년 1차 연금 개편 때 60%로 하향 조정됐다. 2007년 2차 연금 개편에서는 매년 0.5%p씩 낮아져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축소될 예정이다. 2018년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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