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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 강남 1723만 원 vs 전북 순창 395만 원

국민연금 연평균 수령액 지역 격차 심각… ‘복지국가’ 넘어 ‘복지지방’으로 나가야

서울 강남 1723만 원 vs 전북 순창 39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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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논쟁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방을 위한 처방으로 연금보험료 납부 연령 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바꾸고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1~13.5%로 인상한다는 자문안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용돈도 안 되는 연금을 주면서 늙어서까지 보험료를 더 많이 내라는 안에 분통이 터진 국민은 정부를 질타하는 수준을 넘어 기금 고갈로 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정부 불신까지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연금에 대해 국가의 지급 보장 명문화를 지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연금개혁의 당위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가 겹치면서 연금보험료를 낼 인구는 줄어들고, 연금 생활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를 고려하면 연금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2057년에 고갈된다, 아니다’ 같은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다. 추계 방식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산식에 포함되는 변수가 연금보험료뿐 아니라 출산율, 노인인구비율, 고용률, 소득대체율,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수준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갈될 전망이니 연금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설득력이 없다. 고갈 위험성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안이 있고, 소득재분배율을 조정하는 안 등이 있으므로 어떤 안을 선호하는지 정책의 고객인 국민에게 물어 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게 현 정부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숙의민주주의’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외에 보충적 연금 도입해야

불쑥 연금개편안을 내던지고 비판이 거세면 물러서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1980년 이전 칠레 정부는 연금 고갈이 꼭짓점에 이르고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지자 공적연금을 포기하고 강제적 개인연금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했다. 칠레 ISA는 성공해 후일 연금개혁 모형의 하나로 정착했지만, 우리에게 국민연금은 포기 대상이 아니라 가꾸고 다듬어 사회보장장치로 정착시켜야 할 대상이다. 이 기회에 시급히 국민연금의 기능 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보충적 연금의 도입으로 노후 보장에 만전을 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철저한 현실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연금 기능 회복에 충실해야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연금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만 건드리는 일부 제도 개편에서 벗어나 보충적 연금제도로 보완하고, 지방 자원을 연금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 기능 회복은 안정적 노후생활에 필요한 사회보장 기능 수행을 위한 사각지대의 최소화와 적정 수준의 급여 보장으로 귀결된다. 지방에는 다양한 자원이 있다. 이 지방 자원을 연금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중앙정부가 연금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는 복지국가(welfare state)의 이념을 뛰어넘어 지방도 연금의 책임을 공유하는 ‘복지지방(welfare municipality)’ 이념을 도입하면 가능하다. 

한국은 복지 양극화라고 할 만큼 지역 간 연금 격차가 심각하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군구 간 국민연금 급여 수준 및 수급률 격차를 분석해 복지 양극화 실태를 탐색한 결과, 국민연금 수급률이 낮아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급여 수준도 떨어져 연금을 받아도 노후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인 인구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군 26.2%, 시 14.8%, 구 13.6% 순인데 연금급여 수준은 구의 경우 연간 1179만2000원, 시는 889만4000원, 군은 560만8000원이었다. 연금 수급률 또한 구 51.8%, 시 49.9%, 군 46.1%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률과 급여 수준에 큰 문제가 없어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이 가능한 지역은 울산 중·남·동·북구 등 4개 자치구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정도였고, 나머지 시 단위와 군 단위는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상태였다. 전국 83개 군과 74개 시의 지역주민은 적정 수준의 연금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연금 급여 수준 區> 市 > 郡

국민연금 유형에는 가입기간 20년 이상이고 수령자가 60세에 이른 완전노령연금, 가입기간 10~20년이고 60세에 이른 감액노령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55세에 이른 조기노령연금,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이고 60세에 이른 특례노령연금, 배우자와 이혼한 경우의 분할연금 등이 있다. 

완전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월평균 급여가 71만2300원 정도라 비교적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완전노령연금 수급률이 2016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3.1%이고 구 4.4%, 시 3.4%, 군 1.8%에 불과하다는 결과 앞에서 국민연금의 노후생계 유지 기능에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부터 시행됐고, 농어촌지역 확대 실시 시기가 95년이라 제도 정착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완전노령연금은 20년 이상 가입자로 정해져 있고, 직장 가입의 경우 시행 후 30년, 자영업자 및 농어촌 가입도 시행 기간이 20년이 넘었으며, 2008년부터 농어업인 가운데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3.1%만 완전노령연금을 받아 겨우 최저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국민연금의 현주소다. 

완전노령연금 수급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소득대체율을 40%로 설정한다 해도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최고 수준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산정돼 가입기간 20년이면 소득대체율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완전노령연금 수급률이 낮으면 소득대체율 40%도 허구에 불과하다. 지극히 일부의 연금 수급자만 소득대체율 40%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노령연금을 받을 만큼 가입기간이 되지 않는 감액노령연금의 월평균 월급여는 36만1000원, 조기노령연금은 45만6100원, 특례연금은 20만36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완전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이 65세 이상 노인의 80%를 넘는 때가 와야 연금 기능이 회복되는데, 정책 담당자들의 연금에 대한 현 인식으로는 10년, 아니 20년이 지나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외에 보충적 연금 없이는 노후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재 보충적 연금으로는 임금생활자를 위한 퇴직연금이 있지만, 자영업자와 농어민을 위한 보충적 연금은 사실상 없다. 자영업자와 농어민의 보충적 연금으로 ISA가 최선 중 하나인데, 지난 정부는 이 제도에서 연금 기능은 빼고 금융 기능만 도입하는 우를 범해 보충적 연금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ISA의 연금 기능을 살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주택연금과 농어촌지역의 농지연금이 있지만 누적 가입자가 각각 5만 명, 1만 명 수준에 그친다. 활성화되면 보충적 연금으로서 기능 제고뿐 아니라 ‘복지지방’의 기초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중앙정부의 정책임에도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지방정부가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해 격차 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 간 복지 수준 차이가 지나치면 지역 분리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정책 수단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가 노년층을 중심으로 지역 분리 현상을 경험할 가능성마저 있다. 울산과 서울의 강남 3구는 지속적으로 연금 수준이 높은 데 비해 전남북의 순창군, 고창군, 고흥군 등 전국 83개 군은 연금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현상이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2016년 서울 강남의 국민연금 연평균 수령액은 1723만 원인 반면, 전북 순창군은 395만 원에 불과했다.


‘농어업인 연금’ ‘농지연금’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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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간 국민연금 격차 폭이 커지고 깊어지는 상황에서 단순한 복지지방화 혹은 복지 분권으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복지지방’ 수준의 정책 변동이 있어야 한다. 사회보험 같은 보편적 복지모형이라도 지방 간 격차가 심하면 복지 수준이 낮은 지방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중앙정부에 책임이 귀속되는 정책이라 해도 지방에 자율권을 주고 해당 분야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의 복지패러다임 가운데 하나가 ‘복지지방’ 모형이다. 

‘복지지방’의 핵심은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중앙정부가 이 정책이 수행되도록 지원하는 모형인 만큼 자원에 한계가 있는 지방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유용하다. 전국 시군구 수준의 지방정부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서고 재정자립도가 낮아 독자적으로 주민복지정책을 결정, 집행하기 어려운 곳을 선별해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접근법도 가능하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국민연금과 보충적 연금으로 농지연금, 주택연금, 혹은 연금 기능을 회복한 ISA 가운데 하나 이상을 갖추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면 ‘복지지방’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복지지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이외에 보충적 연금이 필수조건이며, 현행 제도에서도 약간 방향만 틀면 활용 가능한 다양한 보충적 연금이 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집행하다 2007년부터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어업인 연금’이란 이름으로 시행 중인 연금보험료 지원 제도가 있다. 또 농지를 역모기지 방식으로 농어업인에게 제공하는 농지연금 제도도 있다. 이 두 제도를 함께 혹은 선별적으로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서는 지역부터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중앙정부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국민연금 수급률 및 사각지대의 비중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지방이 정책 주체가 되는 ‘복지지방’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농어업인 연금’과 ‘농지연금’의 재원은 지방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특히 농지연금의 경우 재원의 기초가 되는 농지가 지방 자원인 만큼 ‘복지지방’의 우선 프로그램으로 채택할 수 있다. 

끝으로 ‘복지지방’ 개념을 도입할 때 지역주민의 공감대 형성과 정책의 정당성 확보도 필수 사항이다. 중앙정부의 복지지방에 관한 정책 제시와 함께, 지방정부가 지방의회 혹은 주민투표를 통해 자체적인 복지지방 프로그램을 채택해 정책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8.09.05 1154호 (p50~53)

  • | 허만형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mhhur@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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