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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블록체인 거품 걷어내고 보니

암호화폐, 아직 죽지 않았다

유럽은 ICO 적극 활용, 중국 암호화폐시장도 건재…장기투자자 이오스 등에 관심

암호화폐, 아직 죽지 않았다

‘핀테크 2018 암호화폐 시퀀스 : 그 진실의 이면’ 포럼에서 중국 측 발표자인 스치우(Shi Qiu) 뉴스타일그룹 대표가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증가세를 설명하고 있다. [박세준 기자]

‘핀테크 2018 암호화폐 시퀀스 : 그 진실의 이면’ 포럼에서 중국 측 발표자인 스치우(Shi Qiu) 뉴스타일그룹 대표가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자 증가세를 설명하고 있다. [박세준 기자]

‘가즈아’라는 이름의 암호화폐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이름만 보면 암호화폐 정보 공유 앱 같지만, 사실 이 앱은 실시간으로 한강 수온을 알려준다. 올해 초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한 투자자가 자조적 의미로 만든 것. 한동안 암호화폐가 폭락하면서 거래소 시세창은 한강처럼 파랗게 물들었다. 

3월이 되고 날씨가 풀리자 암호화폐 가격도 반등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몇 달간 폭락세가 진정되고 조금씩 바닥을 다진 것.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 원으로 최고점 대비 40%에 불과하지만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은 적잖이 회복됐다. 게다가 새로운 암호화폐들이 거래소에 상장되며 시세창에 다시금 붉은 화살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외시장 분위기도 좋다. 유럽 등지에서는 암호화폐공개(ICO)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사실상 금지한 중국에서도 뭍밑에서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의 시대 가고 알트의 시대 오다

암호화폐 대장주로 꼽히던 비트코인은 과거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개당 2500만 원을 호가했으나 올해 5월 3일 오전 기준으로 거래소 빗썸 1007만 원, 업비트 1008만 원이다. 2월에는 한때 6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암호화폐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그나마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기능 업그레이드인 하드포크와 선물시장 등의 호재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시장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개당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알트코인들이다. 일부 알트코인은 하루에도 수십 배씩 오르고 떨어지는 등 가격 등락폭이 커 타이밍만 잘 잡으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가장 대표적인 것이 4월 12일 미스릴(MITH) 사태다. 미스릴은 이날 오후 6시 빗썸에서 개당 250원에 상장됐다.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가격이 폭등해 2만8000원을 찍었다. 가격이 100배 이상 오른 것. 하지만 잠시 후 빠르게 가격이 빠져 오후 7시 30분 1400원대로 떨어졌다. 이 엄청난 등락이 상장된 지 1시간 30분 만에 일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의 착각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명의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 대거 투자에 뛰어들었고, 이후 다른 암호화폐임을 확인해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장기투자자는 최근 이오스(EOS)를 주시하고 있다. 이오스는 이더리움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 차세대 스마트 계약 플랫폼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6월 메인넷이 공개되기 때문. 암호화폐는 크게 코인과 토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갖춘 암호화폐는 코인, 기존 코인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으로 플랫폼을 만든다면 토큰으로 본다. 메인넷 공개는 암호화폐가 토큰에서 코인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오스는 이더리움 킬러로도 불린다. 이더리움과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6월부터 자체 블록체인을 갖고 이더리움과 경합해 우위를 차지한다면 이더리움보다 비싼 가격에 이오스 코인이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알트코인을 상장하는 것도 시장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는 2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업비트가 지난해 11월부터 40개 넘는 암호화폐를 상장하자 빗썸,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에서도 경쟁적으로 알트코인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규제도 호재, 암호화폐시장 안정화 단계

암호화폐, 아직 죽지 않았다
암호화폐시장의 반등세는 과거 ‘김치프리미엄’처럼 한국만의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암호화폐는 여전히 뜨겁다. 

4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핀테크 2018 암호화폐 시퀀스 : 그 진실의 이면’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마티아 라타기 박사(스위스)는 “올해 일사분기 암호화폐 시가총액의 감소를 보고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7년 후반기에 생긴 거품이 걷힌 것으로 이는 ‘건전한 감소’”라고 주장했다. 라타기 박사는 스위스 암호화폐 ICO 특구인 CVA(The Crypto Vally Association) 규제당국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각국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책을 만들지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스위스에선 적극적인 ICO가 이뤄져 핀테크 기술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대다수 ICO가 실패하지만 ICO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다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피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 발표자인 스치우(Shi Qiu) 뉴스타일그룹 대표는 “중국도 여전히 암호화폐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자체를 불법화했지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는 것. 그는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9월 한 달간 암호화폐 투자자가 크게 감소했지만 11월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해외로 자본을 보내 투자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실제 투자자는 통계의 10배가 넘을 것이다. 정부도 최근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암호화폐시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 정보기술(IT) 전문 투자은행 GP 불하운드는 이날 공개한 ‘토큰의 광란 : 블록체인의 연료’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2개월 이내 암호화폐시장이 90%에 달하는 조정을 경험하며 매우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발행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세바스찬 말코스키 GP 불하운드 이사는 “혹한기를 지나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석을 가리고 나면 살아남은 암호화폐의 가치는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김치프리미엄 배후에는 중국 자본이!
암호화폐, 아직 죽지 않았다
국내에서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데는 ‘김치프리미엄’도 한몫했다. 지난해 말 한국 암호화폐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20~30% 비쌌다. 그만큼 한국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국가에서 국제 시세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될 정도로 투자가 과열됐다면 이는 투기라는 인식이 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예측도 나왔다. 한국 자본만으로 김치프리미엄은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중국에서 거래가 금지되면서 중국 자본이 가까운 한국으로 들어와 김치프리미엄 형성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김치프리미엄을 둘러싼 여러 설 가운데 하나로 취급됐지만 최근 중국 측에서 지난해 9월 이후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투자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측 암호화폐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난해 9월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 금지령 이후에도 대다수 투자자는 싱가포르, 한국 등 해외 거래소를 통해 투자를 이어왔다. 특히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암호화폐 거래소도 활성화돼 있어 많은 중국인 투자자가 이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본처럼 세금을 걷지 않고 규제도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일부 중국인 투자자는 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해 환치기로 차익을 챙겼다. 중국에서 채굴한 암호화폐를 한국 거래소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 뒤 위안화로 바꿔 이득을 챙긴 것이다. 

실제로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8월 완만하게 우상향하다 9월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9월 초 한 번 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이 있었는데 이때 중국 정부의 규제정책 발표로 비트코인 2만여 개가 한꺼번에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갑자기 공급이 늘자 국제 비트코인 시세는 폭락했다. 9월 14일 423만 원이던 비트코인은 다음 날 346만 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06만 원에서 397만 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 급격하게 풀린 비트코인 대부분을 한국 거래소가 소화한 것으로 본다. 중국 자본과 중국의 암호화폐가 한번에 국내 시장에 대거 들어와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익명을 요구한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 암호화폐 가격 상승과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주간동아 2018.05.09 1137호 (p27~29)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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