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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에 배 띄운 까닭은?

종로 한복판에 국내 최대 매장 선보인 ‘스타벅스’

레드오션에 배 띄운 까닭은?

스타벅스가 2017년 12월 20일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더종로점’을 오픈했다. [홍태식 기자]

스타벅스가 2017년 12월 20일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더종로점’을 오픈했다. [홍태식 기자]

아침 출근길에 보게 되는 커피숍은 과연 몇 개일까. 기자의 경우 못해도 다섯 개는 되는 듯하다. 그만큼 대한민국 커피시장은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레드오션이다. 수많은 커피 브랜드 가운데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업계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이런 스타벅스가 레드오션인 커피시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2017년 12월 20일 스타벅스는 총면적 1097.5㎡, 2층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다. 위치는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종로타워 1~2층으로, 매장명은 ‘스타벅스 더종로점’이다. 종로점에 정관사 ‘The’를 붙여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독보적으로 크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레드오션에 배 띄운 까닭은?

6가지 방식으로 눈앞에서 커피 내려줘

여러 가지 티 가운데 생과일과 허브를 유리병에 넣어 따뜻한 물로 우리는 티 저니가 특히 인기다. [사진 제공 · 스타벅스]

여러 가지 티 가운데 생과일과 허브를 유리병에 넣어 따뜻한 물로 우리는 티 저니가 특히 인기다. [사진 제공 · 스타벅스]

오픈 이레째 되던 12월 26일 매장을 찾았다. 쇼룸 형태의 1층에는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없었다. 음료 주문은 가능했는데, 음료를 기다리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2층은 평일 오후 3시 무렵인데도 만석이었다. 일부 손님은 주문한 음료를 받아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자리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포를 연상케 하는 DSLR 카메라를 들고 내부를 촬영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매장 이곳저곳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메뉴가 나오자 일단 입으로 가져가기 전 사진부터 찍는 손님도 많았다. 해당 매장이 얼마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 방증하는 듯했다. 

2층은 거대한 우주선을 떠올리게 했다. 넓은 타원형 공간의 양쪽 끝에는 좌석 수십 개가 마련돼 있고, 중앙에는 커다란 삼각형 모양에 25m 길이의 주문대 겸 음료 제작 공간이 자리했다. 이 공간은 ‘그랜드 바 존’으로, 앞쪽은 커피나 차를 일대일로 내려주는 바 좌석이 놓여 있고, 뒤쪽은 커피와 음료,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는 접수대가 있었다. 앞뒤 모두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줄이 길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공간은 일대일로 커피나 차를 주문할 수 있는 바 좌석이었다. 그런데 의자가 10개 남짓인 데다 응대하는 커피마스터와 티마스터도 6~7명에 불과해 자리 차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30여 분가량 기다린 끝에 한 자리가 나 앉을 수 있었다. 주문하려고 보니 일단 원두부터 골라야 했다. 8가지 원두 가운데 가장 익숙한 이름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선택했다. 

그러자 커피마스터는 추출 방식을 무엇으로 할지 고르라고 했다. 기존 리저브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용머신 ‘클로버’, 가장 전통적인 커피 추출 방법인 ‘푸어 오버(Pour-Over) 핸드 드립’, 증기압과 진공력을 이용해 추출하는 ‘사이펀’, 깨끗한 풍미의 커피를 추출하는 ‘케멕스’, 세계 최고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 ‘블랙이글’, 미온수로 오랜 시간 한 방울씩 내리는 ‘콜드브루’ 등 6가지가 있었다.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는 “깔끔한 맛의 커피 혹은 풍미가 강한 커피 가운데 어떤 쪽을 선호하느냐”고 되물었고 후자를 택하자 비커 두 종류가 모래시계 모양으로 맞닿은 케멕스로 내려주겠다고 했다. 커피 한 잔 마시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원두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려주는 6가지 방식의 추출법 가운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은 케멕스로 커피를 내리는 커피마스터의 모습(위). 매장 한쪽에는 공연장이 마련돼 2017년 12월 22~25일 어린이합창단, 재즈밴드, 현악4중주의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 제공 · 스타벅스, 홍태식 기자]

원두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려주는 6가지 방식의 추출법 가운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은 케멕스로 커피를 내리는 커피마스터의 모습(위). 매장 한쪽에는 공연장이 마련돼 2017년 12월 22~25일 어린이합창단, 재즈밴드, 현악4중주의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 제공 · 스타벅스, 홍태식 기자]

커피를 내리는 데는 대략 3~4분이 걸린다고 했다. 커피마스터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원두를 간 뒤 통째로 건네면서 “냄새를 맡아보라”며 ‘시향’을 권했다. 원두에서 꽃향기와 흙냄새가 어우러져 구수한 향내가 강하게 퍼져 나왔다. 이어 그는 비커 모양의 유리드리퍼에 드립페이퍼를 깔고 따뜻한 물을 가득 부어 커피를 내렸다. 톨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추출된 양은 족히 두 잔은 될 듯싶었다. 아깝게 왜 많이 내렸느냐고 묻자 그는 “최상의 풍미와 맛을 내기 위한 기본 추출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이즈를 주문하든 추출량은 동일하다. 남은 커피는 버린다”고 설명했다. 

담당 커피마스터는 다른 리저브 매장에서 일하다 더종로점 개점에 맞춰 차출돼 근무 중이라고 했다. 커피마스터는 모두 바리스타 자격이 있느냐고 묻자 “바리스타는 아니지만 스타벅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커피마스터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 직원 가운데 80~90%가 취득한다”고 답했다. 그는 더종로점 오픈 이후 하루 평균 8~9시간을 근무한다고. 손님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탓에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그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1만2000원짜리 차도 불티나게 팔려

2017년 12월 20일 스타벅스가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더종로점’을 열어 화제가 됐다. [홍태식 기자]

2017년 12월 20일 스타벅스가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더종로점’을 열어 화제가 됐다. [홍태식 기자]

“리저브 매장은 커피를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인데, 다른 데서 일할 때는 시향을 권해도 관심 없는 분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곳은 먼저 질문해오는 손님이 많고 추출 기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는 분도 꽤 돼 일하는 재미가 있어요. 며칠 전에는 경기도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손님이 있었는데 제가 내린 커피에 만족스러워해 뿌듯했어요.” 

이곳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차도 즐길 수 있다.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 대구점에 이어 네 번째로 오픈한 티바나 인스파이어드 매장이기 때문. 차에 관심 많은 고객을 위해 전문 티마스터가 일대일로 차를 추천하고 우려 내놓는다. 손님은 바 좌석에 앉아 티를 우리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차는 커피 추출에도 사용되는 사이펀으로 우린다. 사이펀은 압력 차를 이용해 음료를 제조하는 기구로, 원재료의 풍미를 잘 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티 저니 시트러스 라벤더 세이지’(티 저니)로, 큰 유리병에 각종 과일과 허브를 넣은 뒤 따뜻한 물로 우리는 차다. 병만 보면 얼핏 과일소주 혹은 상그리아 와인을 연상케 했다. 

바 좌석에 앉은 20대 초반의 한 커플은 티 저니 한 병을 주문해 나눠서 마시고 있었다. 가격은 1만2000원으로 다소 비싼 감이 있었다. 여성 고객은 “평소 마시지 못하는 특별한 음료를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티 저니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양도 많아 이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남성 고객에게 해당 매장을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묻자 “더종로점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접하고 일부러 찾아왔다.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연말에 특별한 음료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 다음에도 또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빙 둘러 뒤쪽으로 돌아가니 각종 샐러드와 다과를 모아둔 진열대가 있었다. 스타벅스 일반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미트볼 파스타, 구운 새우 바질 페스토 등 5800~6600원대의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한복 천에 곱게 싼 쌀과자도 이색적이었다. 진열대를 관리하는 직원은 “더종로점에서만 판매하는 7종의 라이스 푸드다. 외국인 손님의 반응이 특히 좋다. 스타벅스는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지원하는데, 해당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 라이스 푸드를 만드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푸드 종류도 일반 매장은 40여 종이지만 더종로점은 100여 종이나 돼 간단하게 식사하려는 분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푸드 진열대 바로 옆에는 각종 머그잔과 텀블러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110여 종의 MD(머천다이즈)를 판매하는데 오픈 첫날에는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2만 원짜리 ‘그린 노트’ 500권을 팔아 화제가 됐다. 더종로점에서만 파는 한정판 노트라 오픈 당일 하루 만에 동났다. 노트 판매 수익금 1000만 원은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지원 성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MD 진열대를 따라가다 보니 오른편에 독특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평일에는 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한쪽 면을 터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는 세미나실 겸 공연장이었다. 오픈 당일과 12월 22~25일 연휴에 어린이합창단, 재즈밴드, 현악4중주 등의 공연이 열렸다.


18년 기념 매장, 일평균 2500명 방문

스타벅스 측은 더종로점 일평균 방문 고객을 약 2500명으로 집계했다. 일주일 만에 1만7500여 명이 다녀간 셈. 정효주 스타벅스 홍보팀 대리는 “더종로점은 스타벅스의 충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매장이다. 방문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공간을 넓게 확보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와 놀랐다”고 말했다. 전국에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시내 한복판에 대형매장을 낸 것에 대해서는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올해로 18년이 됐다. 모든 매장을 대표하는 최상위 개념의 매장을 열어 스타벅스의 정수를 선보이고자 한 것이다. 싱글오리진 원두를 맛볼 수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수십여 가지 차를 경험할 수 있는 티바나 인스파이어드 매장이 결합된 형태로,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상위 매장을 종로에 마련한 이유도 궁금했다. 넓은 장소를 확보하고자 했다면 대형쇼핑몰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종로도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보통 식음료업체들이 강남에 본보기 매장을 내는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정 대리는 “종로를 선택한 이유는 종로가 역사적으로 상권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종로는 육의전이 열려 사람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산업화 이후 강남으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예전의 명성을 잃었지만 최근 종로가 재조명되고 있다. 역사적 의의를 다지고 스타벅스 18년 운영 노하우를 보여주기에도 적합한 곳이라는 판단 아래 오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가 여러모로 공을 들인 매장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연말이라 손님이 지나치게 많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흠잡을 데 없어 보였다. 커피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 손님이 덜할 때 다시 찾아 직원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셔보고 싶을 것 같았다. 정 대리는 “한 달가량 지나면 여유가 생길 것 같다. 매장 오픈 전 수요 조사를 했는데 고객들은 단순히 커피와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맛과 향, 이야기를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더종로점은 그런 욕구를 충족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1.03 1120호 (p40~43)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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