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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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첨단 콘텐츠 사업 전초기지”

VR·AR 산업 육성하는 광교문화창조허브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9-22 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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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각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新)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만큼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정작 VR와 AR가 어떤 식으로 삶을 바꿀지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름만큼이나 그 사용처가 모호하기 때문.

    이 어려운 신기술을 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콘진원)이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찾아가는 체험 행사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알리려 나선 것. 관련 산업 육성에도 열심이다. 스타트업 육성은 물론, 구직자를 위한 VR·AR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저변 확대,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미지의 바다 VR·AR 시장으로 가다

    거대한 눈가리개처럼 생긴 VR기기(HMD)를 머리에 썼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9월 19일 경기콘진원의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광교문화창조허브)에 있는 VR·AR 테스트베드에서 1분 남짓한 영상을 통해 VR기기를 체험했다. 분명히 VR기기를 머리에 쓰기 전까지는 이것이 영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영상이 재생되니 영상이 아닌 ‘가상현실’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체험을 시작하자마자 거대한 공룡이 보였다. 공룡이 목을 치켜들며 한 발짝 다가오자 밟힐까 두려워 엉겁결에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가상현실에 속은 것이 민망해 고개를 돌리자 광대 분장을 한 사람이 어느새 지근거리에 다가와 있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VR와 AR를 융합한 교육 콘텐츠도 눈길을 끌었다. 입주 기업이 개발한 콘텐츠로 기존 현실에 홀로그램 등 3차원 이미지를 입히는 AR를 VR기기를 통해 구현한 것. VR기기를 착용하고 우주, 바다, 공룡 등을 주제로 한 책을 펼치면 기기가 책에 인쇄된 코드를 읽어 책 내용을 설명하는 VR 홀로그램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팝업 북 형식의 홀로그램이 책에서 튀어나와 움직이는 간단한 영상은 물론, 설명이 끝나면 아예 가상현실이 펼쳐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 위에서 움직이는 물고기가 신기해 손을 뻗다 보면 어느새 바다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가상현실 영상이 재생돼 책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놀라운 수준의 콘텐츠 개발의 이면에는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경기콘진원은 2015년부터 관련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당초 일반 콘텐츠 개발을 위주로 하던 광교문화창조허브를 VR·AR 육성 클러스터로 특화한 것. 광교문화창조허브는 지금까지 19개 관련 업체에 업무 공간과 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발굴한 신진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운영과 기술 및 콘텐츠 자문 등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신진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 올해 시작된 ‘VR/AR 창조 오디션’에도 총 119개 팀이 지원했다. 최종 경쟁률이 9.3 대 1에 달할 정도. 이 오디션에서 선발된 28개 팀은 6개월간 2000만 원에서 2억 원을 지원받는다. 경기도와 경기콘진원 측은 10월에 ‘VR/AR 창조 오디션’ 2기를 모집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VR기술 교육에도 뛰어들었다. 1월 25일 VR 콘텐츠 기획과 영상촬영으로 나눠 필수 1기 교육을 시작했고, 뒤이어 4월에는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교육을 마친 수료생은 입주 기업에 취업하거나 콘퍼런스를 통해 관련 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

    VR 영상 체험을 했던 테스트베드는 방문객을 위한 목적 외에도 교육생이나 업체가 개발한 VR 콘텐츠의 시연 및 실습 도구로도 사용된다. 테스트베드 한편에는 VR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도 갖춰져 있다.



    이동식 VR·AR 체험관도 인기

    테스트베드라는 좋은 체험 시설이 있지만 입주 업체와 교육생이 사용해야 하는 만큼 광교문화창조허브에 많은 방문객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 이에 경기콘진원은 이동식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VR·AR 체험관 와우스페이스’(와우스페이스)는 개관 3개월 만인 8월 26일 누적 이용객 1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동식 투명 에어돔인 와우스페이스의 내부에는 AR 체험용 기기는 물론, VR 게임과 어트랙션 등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경기문화창조허브 인터넷 홈페이지(www.ghub.or.kr)에서 와우스페이스가 운영되는 곳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기반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광교문화창조허브에서는 9월 11일부터 격주로 ‘TEC(Tech Experience Content) 콘서트’가 열린다. 이 행사는 콘텐츠 산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강연과 함께 첨단 콘텐츠 기기 전시 및 체험 기회도 제공하는 토크 콘서트다. 경기콘진원 인터넷 홈페이지(www.gcon.or.kr)에서 참가 신청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TEC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경기콘진원은 VR·AR의 글로벌 협력에도 앞장선다. 4월에는 25개 국내외 민간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차세대 가상현실 산업육성을 위한 글로벌 연합체 ‘Global Alliance for Next Reality Industry’(GANRI)를 구축했다. 25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이 연합체에는 업계 선두 기업인 HTC VIVE는 물론 KT,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 통신·투자업계도 대거 참여했다. 11월에는 국내외 VR·AR 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 VR/AR 콘퍼런스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경기콘진원 관계자는 “이곳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VR·AR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기술을 교육하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를 알려 시장을 개척하는 첨단 콘텐츠 산업의 전초기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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