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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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有感

정무 감각이 담긴 맥주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8-04 15: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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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30일 미국 백악관 앞뜰인 로즈가든에서 맥주 파티가 열렸다. 참석자는 4명. 버락 오바마 대통령,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조 바이든 부통령, 경찰관인 제임스 크롤리 경사였다.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 4명이 모인 것은 보름 전 사건 때문. 게이츠 교수가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잘 열리지 않자 운전기사와 함께 문짝을 밀고 당겼다.

    이들을 강도로 오인한 이웃 주민이 신고했고 크롤리 경사 등 경찰이 출동했다. 문이 안 열려 화가 나 있던 게이츠 교수는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하며 “내가 흑인이라 의심하느냐”며 고함을 질렀고, 경찰은 그를 제압해 경찰서로 데려갔다. 물론 신분 확인 후 풀려나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자신과 각별한 사이인 게이츠 교수의 사연을 듣고 “(경찰이) 멍청한 짓을 했다”고 한마디했다 백인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날 자리는 오해를 풀고자 대통령이 마련한 것이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맥주 파티를 벌였다. 이때 바싹 긴장한 것은 재계 인사만이 아니었다. 맥주업계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자사 맥주를 선택할지, 상표는 보일지, 타사 맥주가 선정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고민했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기존 맥주 대신 강서, 달서라는 수제맥주를 선택했고, 이를 만든 업체의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했을까. 흑백 직원이 소통을 잘하고 인종차별이 없는 회사의 맥주? 백악관은 정무 감각이 떨어져서인지 그냥 참가자들이 즐겨 마시는 맥주를 제공했다고 한다(74쪽 ‘책 읽기 만보’에 소개된 ‘링커십’에서 발췌).

    정무 감각으로 무장한 대통령, 청와대 인사와 함께 정무 감각이 가득 담긴 맥주를 먹은 경영자들은 과연 시원하고 맛나게 맥주를 즐겼을까.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을까.



    고작 맥주를 놓고 삐뚜름한 시각을 갖느냐고 할 수 있겠다. 그래,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하며 좁은 속을 뻥 뚫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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