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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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4차 산업혁명 ⑤

김영빈 파운트 대표 “저금리-저성장 시대 인공지능 자산관리가 답”

특정 계층만 누리던 금융서비스의 획기적 보편화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4-17 15: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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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복잡한 자산관리를 인공지능(AI) 컴퓨터가 하면 어떨까.”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대단히 복잡하다. 고수익에 현혹된 개인투자자가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좌절하기 일쑤다. 욕심을 줄이고 꾸준히 관리하려 해도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 매일 주식 전광판만 들여다볼 수도 없는 일이다. 이 같은 필요와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탄생한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즉 알고리즘 자산관리 서비스다.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파운트의 김영빈(33·사진) 대표는 국내 금융서비스 시장에서 젊은이다운 생각 하나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금융서비스에도 접목할 수 있다 믿고, 그 혜택을 대다수 보통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발상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라는 메가트렌드 덕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투자는 ‘고위험-고수익’과 동일한 의미였다. 조지 소로스나 짐 로저스 같은 거대 투자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신출귀몰한 투자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 각광받곤 했다. 이를 모방한 금융기관도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거듭되는 금융위기와 저성장 기조 확대로 기대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대형 펀드’나 ‘국민연금’도 뾰족한 해법이 아니었다. 지금은 1~2%대 정기예금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준다고 하면 자금이 거침없이 이동한다. 



    “투자 위험을 낮추고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응집된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입니다. 게다가 40대 이후 고액 연봉자에게만 가능하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범위를 20, 30대 일반인에게까지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자산관리 시장에 부는 새바람

    투자이론이 보편화하면서 널리 알려진 격언이 바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다. 로보어드바이저란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여러 자산을 편입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부분 이런 서비스는 수억 원대 자산을 가진 일부 계층에게 전문가가 일대일로 달라붙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문가의 ‘자의적 판단’이라는 위험이 따른다.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본 상품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를 인공지능이 ‘체계화된 규칙’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핵심이다. “자산 분배는 당연히 사람보다 컴퓨터가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패턴과 흐름에 따라 자산 비중을 재조정해야 하는데, 24시간 움직이는 시장을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게다가 컴퓨터는 위기 조짐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감정에 휩싸이지도 않고요. 고수익은 몰라도 ‘안전성’ 측면에서만큼은 컴퓨터가 이미 전문가를 뛰어넘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미국에서 5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끌어 매년 평균 8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약 350조 원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3년 안에 전체의 7%(약 500조 원)를 넘어서고 2030년에는 40%(약 1경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내세우는 목표 연간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 3.5% 높은 수준이다. 하루에도 10% 넘게 출렁이는 주식과 비교하면 낮은 수익률인 듯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저금리-저성장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은 만큼 이제는 젊은 직장인도 자산관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연간 3~5% 투자 수익률이 낮아 보이지만 복리 효과를 고려할 때 20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올리면 자산이 2배로 불어납니다. 제로(0)에 가까운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제대로 자산관리를 하지 못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인생을 살 확률이 높습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자산관리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질이 큰 차이가 나겠죠.”

    한눈에 봐도 간단치 않은 사업에 20대 후반의 나이로 뛰어든 김 대표의 이력은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로스쿨을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3년간 일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험가’의 삶도 공존한다.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학을 선택했고. 군 복무 시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해 7개월 동안 다녀왔다. 2006년 복학한 뒤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북미대륙을 포함해 21개국 3만km를 232일간 여행하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여행을 바탕으로 2008년 낸 책이 ‘독도라이더가 간다’로,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해외 파병 마치고 ‘독도라이더’

    “그냥 여행만 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해 ‘독도 홍보’라는 목표를 세우고 사물놀이 공연을 하면서 세계를 여행했어요. 정말 젊었을 때 가능한 무모한 도전이긴 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제 꿈에 실행력을 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대표가 아프가니스탄 파병 시절부터 고민하던 주제는 ‘모든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모두가 ‘대박’을 얻고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위험을 줄이면서 꾸준히 관리할 수만 있다면 경제적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그렇게 2015년 시작한 회사가 바로 ‘파운트’다. ‘분수’의 영어 고어에서 따온 말로, 투명하고 언제나 샘솟는 자산관리를 이루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에게 e메일로 사업을 설명해 실제 투자를 받았고, 그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꿈같은 일도 이뤘다. 로저스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6대륙을 종주한 모험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한몫했다고 한다. 금융 스타트업답게 자본금 20억 원 가운데 12억 원을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신한금융 등에서 유치하는 실력도 발휘했다.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일반 스타트업과 다른 점은 금융 분야라는 특성상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번 실수로 떠나간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 이 때문에 초기 자본도 많이 필요하고 성과가 나오는 시간도 더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각종 규제도 적잖다. 금융 자문을 위해서는 감독기관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고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재 석·박사급 전문가 30여 명이 최적의 알고리즘과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큰 금융기관보다 작은 스타트업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큰 회사는 기존 비용을 낮추기 어렵거든요. 쉽게 말해 로봇이 잘하면 기존 인력을 줄여야 해 혁신이 어렵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금융회사에 파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로 수십 년이란 긴 여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금융 분야의 4차 혁명도 이제 시작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여러 자산 흐름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고객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가리킨다. ‘파운트’는 국내 3대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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