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4

2016.11.23

경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 빛 좋은 개살구

정부 규제 여파와 복제형 게임 양산에 시장 정체… 글로벌 경쟁력 확대가 관건

  •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donga.com

    입력2016-11-21 0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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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화려하게 막을 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는 2010년 초까지 국내 PC(개인용 컴퓨터) 온라인게임의 인기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게임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게임개발자 콘퍼런스 및 대회, 경품 추첨 등 다양한 게임 이벤트로 관객몰이에 나섰고,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앞다퉈 자사의 PC 온라인게임 신작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는 행사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지스타의 위상은 당시 한국이 ‘PC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자 세계 게임 흐름을 주도해 생긴 결과였다. 선진 게임 기술을 체험하고 더 발전한 신작을 보려고 지스타를 찾는 세계인의 발걸음도 늘어났다. 급기야 북미에서 개최하는 E3 게임쇼, 일본 도쿄게임쇼와 더불어 지스타를 세계 3대 게임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쇼였던 지스타가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게임쇼에서 주요 볼거리인 출품작이 대부분 양산형 모바일 게임으로 바뀌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게다가 11월 17일~20일 나흘간 열리는 지스타 2016에 엔씨소프트,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국내외 유력 게임업체들이 불참을 선언해 세계시장에서 지스타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 3대 게임쇼? 과거 영광일 뿐

    지스타는 1995년. 한국영상오락물제작자협회가 주최한 ‘한국 게임기기 및 소프트웨어전’(Amuse World)으로 출발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Amuse World는 주로 오락실에 비치돼 있던 아케이드 게임 위주로 꾸며졌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PC 온라인게임의 참여가 늘면서 2000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과 함께 ‘대한민국 게임대전(KAMEX)’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관람객 수가 꾸준히 늘고 대형업체의 참가 신청도 쇄도함에 따라 KAMEX는 날로 번창했고, 문화관광부는 더 큰 글로벌 게임쇼로 도약하고자 2005년 명칭을 ‘지스타’로 바꾸고 개최지도 경기 고양시 킨텍스로 옮겼다. 이후 지스타는 현재까지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기점으로 개최되며, 2009년부터 부산 벡스코에 새 둥지를 틀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탄생 이후 계속 승승장구하던 지스타는 한국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힘을 잃은 201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주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2011년 실행된 게임 셧다운제, 보건복지부의 4대 중독물 지정, 2013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 등 연속된 규제가 게임산업을 옥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4년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90개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게임개발사의 80.5%가 해외 이전을 고민 중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규모의 경제로 변화된 것도 문제다. PC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데 통상 100억~200억 원이 드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 게임개발사가 잇달아 폐업했다. 자연히 독특한 신작 게임이 급감하면서 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년 3만 개가 넘던 게임개발사 수가 2014년 1만4000개로 5년 만에 절반 이상 사라졌다.

    해외 글로벌 게임쇼의 추격도 지스타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위협이 된 게임쇼는 중국의 ‘차이나조이(ChinaJoy)’다. 2004년 중국 베이징에서 처음 개최된 차이나조이는 2005년부터 상하이신국제박람센터로 장소를 옮겨 계속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게임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힘을 받은 중국 PC 온라인게임은 눈부시게 발전해 한국 PC 온라인게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관람객의 발걸음도 한국이 아닌 중국으로 향했고, 2014년 이후 차이나조이가 지스타를 압도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유럽 최대 게임쇼로 발돋움한 ‘게임스컴’도 위협적으로 성장했다. 게임스컴은 ‘온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관람형 게임쇼를 추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지스타의 위상이 추락한 현재 E3 게임쇼,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차이나조이를 세계 4대 게임쇼로 꼽는 상황이다.

    지스타는 현재 발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게임산업 생태계가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면서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이 국내 게임산업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으로 시작된 모바일게임 시장이 5년 만에 RPG(Role Playing Game) 시장으로 변모하는 등 유행 주기가 짧은 편이다.



    규제 완화로 게임업계 재도약 발판 마련해야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게임사의 개발력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지만, 급변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출시된 게임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투자자나 게임개발사는 기존 게임을 답습하는 데만 신경 쓰는 분위기다.

    게다가 모바일게임 업체의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결국 게임 유통 플랫폼을 가진 대형회사를 통하지 않으면 성공이 불가능한 쪽으로 시장의 성격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대형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중소회사 지분을 인수해 모바일게임 시장은 큰 기업들만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 사라지고 유행에 따라 특정 장르만 인기를 얻는 기형적인 시장 생태계 속에서 국산 모바일게임의 경쟁력이 날로 약화된 것이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지스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매년 등장하는 신작 PC 온라인게임은 1~2개에 불과하고, 기대감이 별로 없는 모바일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지스타의 현실이다. 모바일게임은 그 특성상 주목받을 수 있도록 설치하기가 어려워 게임쇼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 모바일게임이 대부분 큰 차이가 없는 유사 장르라 글로벌 게임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몰락한 지스타에게도 반등의 기회는 있다. 그동안 게임산업의 족쇄가 된 규제만 풀어도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의 게임업계 직접 규제를 자율 규제 형식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게임산업의 체질 변화와 이를 통한 독창적 게임의 보급이 이뤄진다면 지스타의 명예 회복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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