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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이라니…”

수원 팔달, 용인 수지·기흥 주민들 불만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이라니…”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시내 전경. [김도균]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시내 전경. [김도균]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30대 주부 이모 씨는 지난해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올여름 전세 만기를 앞두고 봄부터 매수할 집을 알아보러 다닐 참이었다. 수지구 동천동에 이미 점찍어둔 아파트가 있었지만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느긋했다. 게다가 한 해 동안 수지 집값이 급격히 올라 해가 바뀌면 가격이 조금 내려가리라 내심 기대했다.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이라니…”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 12월 28일 돌연 경기 수원 팔달구,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 등 3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31일부터 효력을 발생시켰다(표 참조). 해당 지역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추가 과세 적용 등 세제 강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60%·DTI(총부채상환비율) 50% 적용, 1주택 이상 세대의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원칙적 금지 등 금융 규제 강화 △청약 규제 강화 등이 적용된다. 

3개 조정대상지역은 2018년 한 해 동안 각각 4.08%(팔달), 7.97%(수지), 5.90%(기흥)씩 올라 경기도에서도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주택법 제63조 2항에 따라 직전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 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이어야 하고(공통요건),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하거나 직전 3개월간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선택요건)의 변동이 있을 때 이뤄진다.


집값 조정 기회 노리던 실수요자 망연자실

물론 이들 지역도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상승세가 소폭 꺾였다. 그러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착공, GTX-C노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신분당선 연장 등 굵직한 교통개발 계획이 예정돼 있어 집값 상승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리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9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한 이후 경기 남양주, 하남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3개 조정대상지역 주민들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아니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새 학기가 지나고 비수기에 열심히 발품 팔아 집을 장만할 계획이었다. 주변에서는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 탓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거라고 하더라. 2017년부터 지금까지 고민만 하다 이제 기회를 잡나 했는데 다시 어려워졌다. 안 그래도 금리인상으로 부담이 되는데,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대출까지 힘들어져 걱정이다. 정부는 실수요자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는 것 같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여의도’發 광풍 재현 차단하려는 뜻

해당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들도 정부 결정을 반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9·13 부동산대책 이후 매수 대기자가 사라져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은데 이번 조치로 매수세가 더욱 실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용인 수지구 동천동 D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정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28일 이후 사흘간 계약을 원하는 급매물이 조금 나왔다. 진작부터 계약이 진행된 매물은 더러 소화되기도 했지만 시일이 너무 급박해 대부분 성사되지 않았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안 좋다. 수지에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가 적잖은데 집단대출만 바라보고 입주를 준비한 사람 중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그럴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용인 기흥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최모 씨는 “분당선 구성역 인근 삼성래미안은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지난해 1월 4억5000만 원에서 12월 7억 원으로 올랐다. 지은 지 16년 된 아파트가 2배가량 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비트코인 광풍이 연상될 정도였다. 단지 구성역에 GTX-A노선 역이 들어서리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만약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지 않았다면 구성역 일대 아파트는 2019년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며 정부 조치에 수긍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침체 시그널에도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한 것은 그만큼 교통개발 사업이 집값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착공에 들어간 GTX-A노선은 경기 파주에서 출발해 일산, 서울역, 삼성, 수서, 분당, 용인을 지나 동탄에 이른다. 강남을 관통해 서울역을 잇는 것만으로도 GTX-A노선 역 인근 아파트들은 호재가 예상된다. 또한 현재 광교에서 강남역까지 이어진 신분당선이 용산역까지 연장될 경우 신분당선 역 인근 아파트들 역시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공약에 따른 이상 과열 열풍이 한 차례 불어닥쳤기 때문에 교통개발 사업에 따른 집값 상승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대적인 교통개발 사업에 들어가기 전 미연에 시장 불안을 방지하고자 3개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얼마간 여유도 없이 발표와 거의 동시에 효력을 발생시킨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정대상지역이 추가로 지정됐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안과 교통개발 계획을 함께 발표했고 그에 따른 시장 과열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주택은 개인의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던 실수요자도 선의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1.04 1171호 (p44~4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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