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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매스티지(Mass  +  Prestige) 소비 풍속도

100만 원짜리 호텔 멤버십·연회비 15만 원 신용카드… 과시보다 가치 따라 지갑 연다

2018년 매스티지(Mass  +  Prestige) 소비 풍속도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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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특급호텔과 신용카드사들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주로 대기업 임원, 사업가, 연예인 등 고수익을 올리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적당히 과시할 수 있는 명품에 돈을 쓰고 골프, 호텔, 여행 등 여러 분야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매스티지(Mass+Prestige), 즉 명품의 대중화 현상이 확산됐다.


“해외여행에 비하면 호텔 멤버십이 경제적”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50만~100만 원가량 지불하면 무료 숙박권과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30, 40대 직장인 사이에서 이를 적극 이용하는 ‘매스티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호텔 시그니엘 홈페이지, 그랜드 워커힐 서울 홈페이지 캡처]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50만~100만 원가량 지불하면 무료 숙박권과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30, 40대 직장인 사이에서 이를 적극 이용하는 ‘매스티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호텔 시그니엘 홈페이지, 그랜드 워커힐 서울 홈페이지 캡처]

이런 매스티지 현상은 루이비통, 프라다 같은 명품 가방이나 신발, 액세서리, 시계, 전자제품 등의 구매로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기분을 전환하고 만족감을 높이는 데 큰돈을 쓰는 젊은 층이 늘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일과 일상에 치여 사는 30, 40대는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의미로 100만 원짜리 호텔 유료 멤버십을 선뜻 결제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회비 10만 원대 신용카드를 고민 없이 발급 받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지혜 씨는 최근 100만 원 상당의 그랜드 워커힐 서울 유료 멤버십인 ‘워커힐 프레스티지 클럽 블랙’에 가입했다. 클럽스위트 룸, 클럽디럭스 룸 각 1박 숙박권과 더뷔페 2인 이용권 2매를 포함한 각종 할인권 및 특전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다. 박씨는 한 단계 아래 서비스인 45만 원 상당의 ‘워커힐 프레스티지 클럽 실버’를 1년간 이용했는데 갱신 기간이 다가오자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혜택이 더 많아 쓸수록 이득이 크다는 결론에서다. 

직장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매년 꾸준히 비용을 지불해가며 이용하는 박씨는 자신의 선택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둘째가 이제 막 돌을 지난 데다 맞벌이 부부라 교외로 멀리 나갈 여건이 되지 않는다. 주말에도 하루씩 일할 때가 많은데, 월요일 휴가를 내고 호텔에서 1박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또 양가 부모님 생신 때 호텔 식사권을 사용하고 할인도 받으면 생각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고급스럽게 식사할 수 있다. 해외여행 한 번 나가면 수백만 원씩 깨지는데 그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각 호텔은 저마다 멤버십 서비스를 운용하는데 워커힐과 비슷한 유료 멤버십을 제공하는 곳으로는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이 있다. 신라호텔은 60만 원을 내고 ‘S멤버십’에 가입하면 디럭스 룸 1박 숙박권, 10만 원 상당의 레스토랑 이용권, 부대시설 할인, 제휴 호텔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롯데호텔이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트레비클럽’은 45만, 50만, 95만 원 등으로 나뉜다. 각각 스탠더드 룸 1박, 디럭스 룸 1박, 디럭스 룸 2박 무료 숙박 바우처를 차등 지급하며 등급에 따라 뷔페 식사권, 사우나, 발레파킹, 식사 할인권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는 과거 기업 대표나 ‘큰손’ 등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이 접대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 바이어를 접대하고자 법인카드로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데다 사업 주체가 직접 해외로 나가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들의 호텔 멤버십 이용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롯데호텔 트레비클럽 담당 관계자는 “요즘은 유료 멤버십 홍보를 유선보다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하고 있다. 주로 경제력이 있는 30, 40대 젊은 층을 공략한다. 만족도는 얼마나 갱신하는가를 보고 판단하는데 회원의 70% 이상이 갱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생 첫 럭셔리 신용카드’ 한 달에 1만 건 발급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대카드의 ‘그린카드’를 발급 받은 뒤 올린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대카드의 ‘그린카드’를 발급 받은 뒤 올린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처]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연령도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제공 혜택도 사용자의 소비 패턴에 따라 정교해지는 추세다. 은행, 신용카드사가 출시한 프리미엄 신용카드의 경우 연회비 10만~20만 원을 내고 카드를 발급 받으면 호텔 1박 무료 숙박 바우처나 동반 1인 포함 국내선 무료 항공권 등이 제공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건별 할인 혹은 포인트 적립 혜택이 추가된다. 

이러한 프리미엄 신용카드는 10년 차 이상 직장인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서울 광화문 소재 대기업에 근무 중인 40대 직장인 이민혁 씨는 “1년 전 은행을 갔다 상품에 가입하면서 직원의 권유로 얼떨결에 연회비 10만 원짜리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다. 처음에는 연회비가 비싸 괜히 발급 받았나 싶었는데, 아이를 낳은 이후 씀씀이가 점점 커지면서 프리미엄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혜택이 훨씬 많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대카드사는 9월 8일 연회비 15만 원을 내면 발급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신용카드 ‘그린카드’를 출시했다. 발급자 수가 한 달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 맨 오른쪽은 그린카드 광고모델 지코. [현대카드 홈페이지, 지코 인스타그램 캡처]

현대카드사는 9월 8일 연회비 15만 원을 내면 발급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신용카드 ‘그린카드’를 출시했다. 발급자 수가 한 달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 맨 오른쪽은 그린카드 광고모델 지코. [현대카드 홈페이지, 지코 인스타그램 캡처]

현대카드는 9월 초 연회비가 15만 원인 ‘더 그린’ 카드(그린카드)를 출시했다. 웰컴포인트로 최대 15만 M포인트를 제공하고 여행 비용과 고메(제휴 음식점), 해외쇼핑 결제 시 M포인트를 5%가량 적립해주는 특화된 카드다. 출시 한 달 만에 1만 건이 발급됐다. 특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메탈 플레이트로 만든 그린카드는 10만 원을 별도로 내야 발급 받을 수 있지만 주문 후 3주가량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린카드는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래퍼 지코를 기용했다. 지코는 직접 랩을 작사하고 작곡하는 등 기존 아이돌 가수들과 차별성을 보여온 인물이다. 또 작사·작곡한 인기곡이 많아 음원 저작권료 수입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능하고 자수성가한 젊은 래퍼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그린카드 역시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카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현대카드는 그린카드의 표어를 ‘마이 퍼스트 럭셔리’로 정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젊은 층을 겨냥하고 있다. 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 인스타그램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만난 뒤 그린카드를 발급 받았다는 인증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홍보 차원에서 정 부회장을 섭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경우 최신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한 분으로 알고 있다. 기존 신용카드는 골프나 프리미엄 쇼핑 등 사회적 지위 또는 경제적 능력을 고려한 것이 많았던 반면, 그린카드는 여행과 외식, 해외직구 등 특화된 분야에서 혜택을 강화한 카드라 정 부회장의 기호에 맞았던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답했다.  


비싸도 깊이를 더하는 해외여행 선호

기존 프리미엄 신용카드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 등을 운영해온 현대카드가 연회비를 낮춘 새로운 신용카드를 출시한 것은 젊은 층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연회비 20만 원인 레드카드를 출시한 지 10년이 됐는데 해당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다 보니 새로운 성격의 고객군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꼼꼼히 따지면서도 좋아하는 분야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30, 40대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가계부를 쓸 정도로 알뜰한데, 여행에는 1년에 몇천만 원씩 쓴다. 계산기를 두들겨본 이들 사이에 쓸수록 혜택이 많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그린카드 가입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의 경우도 비용과 관계없이 질을 중요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아니면, 혼자 모든 일정을 짜서 떠나는 개별여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작가, 교수, 전문가 등과 함께 떠나는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여행 애호가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중앙대 사진학과 석좌교수이자 유명 사진작가인 조세현 작가와 함께 하는 중국 운하도시 우전 사진여행 상품을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10대 관광지로 꼽히는 우전을 3박 4일간 돌아보며 조 작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진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는 여행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인당 185만 원으로 중국 여행 상품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11월 출발 두 달 전 일찌감치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매스티지 소비도 가치 중심으로

최근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고소득 전문직, 사업가, 직장인 등이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왼쪽부터 ‘사진 작가와 떠나는 알래스카 크루즈여행’,  유윤종 전문기자와 함께 하는 ‘브레겐츠, 베로나 오페라와 말러의 고향을 가다’. [클라우디안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사진 제공  ·  동아일보 문화사업국, shutterstock]

최근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고소득 전문직, 사업가, 직장인 등이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왼쪽부터 ‘사진 작가와 떠나는 알래스카 크루즈여행’, 유윤종 전문기자와 함께 하는 ‘브레겐츠, 베로나 오페라와 말러의 고향을 가다’. [클라우디안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사진 제공  ·  동아일보 문화사업국, shutterstock]

전문가와 함께 하는 크루즈여행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크루즈여행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클라우디안 크루즈에서 사진작가와 떠나는 알래스카 크루즈, 카리브해 크루즈 상품을 선보였다. 가격은 590만~610만 원 선이다. 여행 기획을 담당한 정재욱 아크플렉스 이사는 “사진에 조예가 깊어 해외로 출사를 가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번 상품은 일반 출사 여행보다 여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 전문가의 설명도 곁들여진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전문가로부터 개인적으로 코칭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문가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은 여행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수요가 꾸준하다. 4년 전부터 동아일보 문화사업국에서 운영해온 전문가와 함께 하는 유럽 테마여행 상품은 예술에 조예가 깊은 고소득 전문직, 사업가 등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상품 기획을 담당하는 이종원 차장은 “클래식, 미술 등 주제를 정해 상품을 기획하는데, 수요층을 보면 직접 클래식 감상실이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예술 분야에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의료, 법조계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유럽여행을 수차례 다녀왔지만 좀 더 식견을 높이는 체험을 하고자 전문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일반적으로 확산된 소비 트렌드는 ‘소확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 1000원숍으로 불리는 만물잡화점 다이소에서 스티커 한 장을 사도 만족감이 크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경향은 매스티지를 향유하는 상위층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매스티지 소비 경향이 과시적인 영역으로 흘렀다면 최근에는 가치를 따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가 명품이나 해외여행, 레저 등 보여주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즐겁게 하는 소비’에 관대해진 것이다. 이를 최근 젊은 층에서는 ‘집(Zip)중소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파일을 압축파일인 ‘집’에 담는 것처럼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트렌드는 매스티지 영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8.10.12 1159호 (p32~35)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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