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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채용비리 근절 외치는 금감원, 보험사에 낙하산 심기 의혹

코리안리 상근감사에 ‘내 사람 꽂기’ 내분

채용비리 근절 외치는 금감원, 보험사에 낙하산 심기 의혹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으로 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들 회사를 관리감독해야하는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피감기관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일보]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으로 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들 회사를 관리감독해야하는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피감기관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일보]

최근 금융권은 ‘채용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 이후 11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규모 현장 검사를 실시하는 등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금융사들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흥식 금감원장이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감원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최 원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금감원이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초고강도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해오던 하나은행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낙하산도 ‘더 센’ 낙하산에는 못 당해”

금융권 인사들은 “금감원이 금융권 채용비리를 제대로 발본색원하려면 금감원 먼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낙하산 인사’가 대표적이다. 금감원 고위 관료 출신이 금융사 상근감사 등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금피아’가 척결돼야만 금감원의 특별검사도 명분을 갖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도 금감원 내에서 금융사를 상대로 한 ‘인사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리 하나를 두고 금감원 고위 간부 2명이 자기 사람을 추천하다 내분을 빚은 정황까지 흘러나왔다. 해당 피감기관은 국내 업계 1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고위 간부인 A씨는 6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기인 코리안리 상근감사의 후임으로 국내 한 대형로펌 고문인 B씨를 선임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과거 A씨의 직장 상사이자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이에 코리안리 측은 B씨를 후임 상근감사로 내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뒤 코리안리는 금감원 내 더 높은 ‘라인’으로부터 상근감사 자리에 B씨가 아닌 C씨를 선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코리안리는 내부 논의 끝에 B씨의 내정을 철회하고 C씨를 후임자로 다시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센 ‘빽’도 ‘더 센 빽’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C씨는 보험업 경험이 거의 없다. 증권감독원(1999년 금융감독원으로 통폐합) 출신으로 보험 관련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을 텐데, 보험회사의 상근감사로 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코리안리 상근감사직은 동종업계에서도 ‘알짜배기’ 자리로 통한다. 보수가 높은 반면 업무 강도는 세지 않다는 것. 

보험사 한 고위 관계자는 “코리안리 상근감사 보수는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업 전체를 통틀어도 ‘톱’에 속한다. 퇴직금도 다른 회사에 비해 3배가량 많아 일명 ‘로또’로 불린다. 무엇보다 재보험사 고객이 보험회사들이다 보니 업무 처리가 단순하고, 민원도 많지 않아 골치 아플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코리안리 상근감사직은 줄곧 금감원 출신 국장들이 도맡아 왔다. 조기인 상근감사는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감사실 국장 출신이고 최용수, 유양기 전 감사는 모두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청탁 과정에서 금감원 임원진 간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금감원 인사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기도 한다. 보험회사 한 임원은 “이번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내부 논의를 거쳐 조용히 처리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든 외부로 얘기가 새나가게 돼 있다. 아마 가장 난감한 곳은 코리안리 측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바터(barter·맞바꾸기)’ 형식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점쳤다. 이 관계자는 “관례상 이번에는 증권 출신에게 기회를 줬으니, 다음에는 보험 출신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내정됐다 밀린 사람 처지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금융업계에는 금피아가 갈 곳이 워낙 많다. 은행권만 해도 3월을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상임감사 자리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상근감사직, 금감원 검사 시 바람막이 역할

한편 금감원 측은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코리안리 상근감사 청탁은 실체가 없는 소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인사청탁이 있을 리 없다. 특히 금감원 출신은 공직자윤리법상 퇴직한 날로부터 2년 동안 퇴직하기 전 5년간 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다. 이처럼 자신의 재취업도 힘든 마당에 현직에 있으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전직 간부까지 챙길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감원 측 주장과 달리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인사청탁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금감원 퇴직 직원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재직하면서 불법대출, 분식회계 등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 이후 금감원은 조직쇄신 방안을 통해 금융사에 감사를 내려 보내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하고 퇴직 후 취업 제한 조항도 만들었지만,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퇴직 후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금융유관협회에서 2년가량 ‘신분 세탁’을 거쳐 금융사로 재취업한다. 물론 관련 업무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근감사직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금융업계 채용비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금감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금융사 곳곳에 포진한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와 커넥션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는 금융사 조사 때 일종의 ‘바람막이’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외풍을 차단하려는 금융사와 퇴직 간부 재취업을 이어가려는 금감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낙하산 인사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금융사의 신입사원 채용비리보다 금융당국의 고위직 인사청탁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코리안리 측은 금감원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 출신 국장이 상근감사직을 맡아온 건 사실이지만, 모두 이사회 의결 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금감원 임원 간 갈등이 있었다는 건 우리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3.28 1131호 (p8~9)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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