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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미국과 친하게 지낼 것?!’

디폴트 위기 베네수엘라가 주는 교훈

‘미국과 친하게 지낼 것?!’

‘미국과 친하게 지낼 것?!’
2017년도 한 달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12월 중순이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맞을 준비로 국제 금융시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그에 비하면 11월은 그나마 활기가 남아 있는 시기라 볼 수 있다. 한 해 금융시장의 성과를 가늠해보기에도 적당한 때다. 

올해는 전망과 달리 코스피가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낸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이머징 마켓(급성장 중인 신흥국가시장)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았다. 10월 말 기준 이머징 국가의 주식을 대표하는 MSCI EM 지수는 32.3% 성장했다. 이머징 마켓의 채권을 대표하는 Citi EMGBI 지수 역시 11.1% 올랐다. 정보기술(IT)과 금융 부문의 기여도가 높았다. 전문가는 대부분 이러한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머징 마켓의 펀더멘탈이 강해 앞으로 더 많은 ‘어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머징 마켓에서 가장 핫한 건 단연 ‘베네수엘라 채권’이다. 세계적인 금융사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부문은 베네수엘라 채권 투자 때문에 장부상의 손실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여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의 채권을 매우 싼값인 액면가 달러당 31센트에 사들였다. 당시 투자금액 (액면가) 28억 달러(약 3조 원) 중 이미 상당 부분을 팔아치웠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해외에서 발행된 모든 채권을 재구조화(restructuring)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채권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도 베네수엘라 채권의 재구조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과 관계,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극도로 악화된 양국의 관계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는 1999년 사회주의자인 우고 차베스(Hugo Cha′vez)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차베스는 쿠바와 친교를 맺었고, 이라크전쟁 이후 국가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담 후세인을 만났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이어 2008년 미국 외교관들이 베네수엘라 반정부단체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당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 일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어느 정도 정리되는가 싶었지만 2014년 베네수엘라가 같은 이유로 또다시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하면서 관계 회복은 물 건너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한 당시 대부분 국가는 ‘독특한’ 성격의 새 수장이 이끌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면서도 천천히 두고 보자는 의견이었다. 베네수엘라 역시 친구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의 힘을 빌려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단지 바람에 머물고 말았다. 

2월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을 강화하고자 선거를 강행할 경우 그 주변 인물들에게 제제를 가할 뿐 아니라 경제적 고통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베네수엘라 채권 재구조화 불가능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원유를 수출한다. 이는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원유는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외화 수입원이다. 비록 20년 넘게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질 낮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 쓰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몇 년간 원유 가격이 급락해 경제적 압박이 더욱 커진 베네수엘라 처지에서 미국의 제재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베네수엘라가 채권을 재구조화하려는 시점에 미국의 제재는 더욱 치명적이다. 재구조화하겠다는 채권 가격은 현재 890억 달러(약 99조13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재구조화하더라도 제대로 된 ‘딜’이 이뤄지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채권 대부분이 원유 수출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안 그래도 싼 원유 가격을 더 낮춰 부를 공산이 크다. 게다가 8월 미국 정부는 이미 미국 금융기관들이 베네수엘라 채권을 재구조화해주는 걸 금지했다. 그렇기에 미국 월스트리트는 베네수엘라 채권의 재구조화는 매우 힘들고 복잡한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베네수엘라는 11월 현재 75억 달러(약 8조3500억 원)가량의 미지불 금액이 남아 있다. 12월에는 96억 달러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채권 재구조화가 성공하지 않는다면 ‘채무 불이행(Default)’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해당국에게는 엄청난 재앙이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엉망진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올해 10% 이상 규모가 줄어든 데다 내년에는 6% 이상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내년 인플레이션율은 2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이 식료품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고, 심지어 자국을 떠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은 북한 리스크에 신경을 덜 쓸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라는 ‘발등의 불’이 있기 때문이다.


영주 닐슨
‘미국과 친하게 지낼 것?!’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전 Allianz Dresdner Asset Management 헤지펀드 리서치헤드




입력 2017-11-14 11:08:44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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