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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중앙은행 수장에게 필요한 건? 용기

중앙은행 수장에게 필요한 건? 용기

중앙은행 수장에게 필요한 건? 용기
10월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해가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조만간 한국 기준금리가 현 1.25%에서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기 시작했다.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11월 회의에선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도 금리인상에 대비해 대출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은 가계와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경제강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 역시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한국에 머물러 있던 해외자본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중앙은행 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진 않는다. 중앙은행의 가장 핵심적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는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 속도를 고려해 결정된다. 금리가 낮으면 많은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해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물가가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매파’, 성장을 더 중시한다면 ‘비둘기파’ 성향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홉기증후군) 사태 등 악재와 시원치 않은 경제성장 탓에 금리를 다섯 번 인하했다.

하지만 매파에 가깝다는 이 총재가 예상보다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자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이유로 국제금융시장은 2018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 연준) 의장의 후임자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준 의장 임명권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가운데 한 명과 미팅을 할 때마다 언론이 들썩인다. 현재 많이 거론되는 후보는 케빈 워시, 제롬 파월, 게리 콘이고 옐런의 재임도 점쳐지고 있다.



낮은 금리는 가계에 도움이 될까

그런데 이들 후보는 매파와 비둘기파 중간쯤 위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낮은 금리 등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금리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이 비슷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둘기파 성향이 짙은 인물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옐런 의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재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금융 선진국은 제로금리 정책을 써왔고, 다른 많은 나라도 낮은 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10여 년간 거의 모든 나라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1980년 이후, 2008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머징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평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40%가량 높아졌다.

10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의하면, 가계부채 증가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로 이어지지만 그 효과는  3~5년 만에 없어진다. 그 후에는 역효과가 날 수 있고 심지어 금융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경고를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옐런 의장은 임기 중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낮은데 너무 빨리 금리를 인상한다는 의견과 천천히 인상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싼 돈은 달콤하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가 싸면 수중에 돈이 별로 없어도 대출받아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다. 이것에 길들여졌는데 중단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옐런 의장은 과감한 정책을 편 것이다. 금리인상은 고통이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통, 10년 전 버블 붕괴에 따른 고통에 비하면 훨씬 덜 아프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한다. 후임자가 금리를 올리건, 내리건 용기 있는 중앙은행 수장이 필요하다.




입력 2017-10-31 17:29:52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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