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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창 잇츠한불 대표 “‘달팽이 크림’ 신화는 계속된다”

“합병 시너지 효과, 中 공장 준공, 수출 다각화로 ‘사드 파도’ 극복”

김홍창 잇츠한불 대표 “‘달팽이 크림’ 신화는 계속된다”

김홍창 잇츠한불 대표 “‘달팽이 크림’ 신화는 계속된다”

[홍태식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화장품업계에 최근 눈에 띄는 기사가 났다. 1989년 1세대 화장품 대표주자로 시장을 주도한 한불화장품이 5월 ‘잇츠스킨’과 합병해 ‘잇츠한불’로 공식 출범한 것. 2006년 브랜드숍 바람을 타고 설립한 자회사 잇츠스킨이 모기업 한불화장품을 흡수합병한 것도 관심사지만, 합병으로 신기술을 활용한 연구개발과 중국 공략에 한층 힘을 받을 거라는 전망도 흥미로웠다. 잇츠한불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전쟁’도 예고됐다.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울상’인 화장품업계에 모처럼 신선한 얘깃거리였다. 

지난달 잇츠한불호(號) 조타수를 맡은 김홍창(63·사진) 대표를 7월 11일 서울 언주로 본사에서 만났다.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낸 그는 지난해 11월 한불화장품 부회장에 취임한 뒤 이번 합병으로 잇츠한불 대표이사에 올랐다. 인터뷰는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와 함께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김홍창 잇츠한불 대표 “‘달팽이 크림’ 신화는 계속된다”

프레스티지 이으진생 데스까르고(위)와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저가 정책 vs 고품질 정책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 합병 의미는 뭔가.
“30년 역사를 가진 한불화장품의 축적된 화장품 연구 및 생산 기술과 창립 11년을 맞은 잇츠스킨의 브랜드 마케팅 노하우를 모은 것이다. ‘글로벌 코스메틱 리더’로 거듭나고자 연구개발(R&D), 제조설비, 마케팅, 영업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화장품기업 면모를 갖췄다는 데 의미가 크다. 연구인력도 50여 명 확보했다. 여기에 아토팜, 제로이드 등 소아용 보습제와 메디컬 스킨케어 시장의 브랜드 파워 1위 업체인 ‘네오팜’을 이미 인수했다. 최근 중국 저장성 후저우 공장도 완공해 중국, 동남아, 중동시장에 진출할 발판도 마련했다. 연간 한국에서 5000만 개, 중국에서 3500만 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2000년대 들어 한불화장품이 과거 명성만 못할 때 자회사 잇츠스킨을 출범해 위기를 극복했다. ‘아들’(잇츠스킨)이 ‘엄마’(한불화장품)를 다시 살린 격인가.
“그렇다. 잇츠스킨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화장품업계는 1990년대 후반 ‘카드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고가 화장품은 주로 방문판매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했고, 한불화장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미샤’ ‘토니모리’ 등 브랜드숍이 부상하면서 차츰 시장점유율을 잃었다. 화장품 생산 회사는 생산을 하고, 브랜드숍은 마케팅만 전담하니 1, 2위 업체(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연명한 게 사실이다. 고심 끝에 2006년 ‘잇츠스킨’을 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샤’ ‘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기존 브랜드숍이 ‘저가 정책’으로 쌓은 성을 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과감히 돌파했다.”

브랜드숍 잇츠스킨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기존 브랜드숍의 저가 정책 이면에는 낮은 품질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 있었다. 우리는 저가 제품으로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승부했다. 소비자 개개인의 고민을 해결하는 ‘클리니컬 솔루션(Clinical Solution)’ 전략과 용기, 패키지 디자인 차별화로 승부했다.”

용기 차별화라면….
“예를 들어 ‘달팽이 홍삼 아이크림’(프레스티지 이으진생 데스까르고)은 볼펜 형태의 용기 뒷부분을 누르면 정량의 크림이 나온다. 위생적일 뿐 아니라 용기 앞부분은 스테인리스 볼을 사용해 마치 마사지하듯 크림을 바를 수 있다. 2015년 매출 3100억 원을 기록하며 ‘달팽이 신화’를 세웠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제품별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잇츠스킨을 대표하는 달팽이 크림(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다.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우리 회사의 효자 상품이 됐다. 일본, 중국 소비자가 더 많이 사간다.(웃음)”

몇 해 전 잇츠스킨 달팽이 크림과 미국 유명 브랜드 제품의 비교 품평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2014년 2월쯤 한 중국 소비자가 SNS에 유명 브랜드 ‘라메르(La Mer)’와 우리 제품을 비교했다. 면세 가격 기준으로 라메르가 약 300달러(약 33만7000원), 잇츠스킨은 약 50달러(약 5만6200원)로 6배 가량 차이 났지만 우리 제품이 여드름 제거와 미백 효과, 진정·회복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따이공(代工·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과 중국 관광객이 2015년 한 해에만 2000억 원 넘게 달팽이 크림을 구매했다.”

‘깐깐한’ 일본 소비자의 선택

김홍창 잇츠한불 대표 “‘달팽이 크림’ 신화는 계속된다”

[홍태식 기자]

‘깐깐한’ 일본 소비자에게도 달팽이 크림이 인기라고 들었다.   
“화장품은 문화상품이라 자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만든 제품은 사려 하지 않는다. 저가의 색조화장품은 재미 삼아 한두 번 바르지만 피부에 매일 바르는 기초화장품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국 같은 선진국 제품을 선호한다. 일본도 ‘시세이도’ 같은 세계적 브랜드가 있다. 하지만 일본인 사이에서 달팽이 크림이 인기를 끈 것은 품질 덕분이었다. 현재 홍삼을 먹인 달팽이의 점액여과물로 만든 ‘달팽이 홍삼라인’ 등 판매 아이템이 59개로 늘었다. 이 중 인기가 많은 20개 제품은 올해 말부터 중국 현지에서 생산, 직수출된다.”

중국 현지 생산이라면….  
“우리는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고자 2012년부터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펴왔다. 미국 코스트코 온라인 및 홍콩 사사(SASA) 전 매장, 에콰도르 1·2호점, 일본 도쿄 신주쿠 인근 신오쿠보 로드숍 등 28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깐깐한 일본 소비자도 달팽이 크림을 많이 사갔고, 중국의 경우 2015년 후저우 공장(면적 3만3058㎡·약 1만 평)을 짓기 시작해 최근 완공했다. 안전검사 등을 거쳐 11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현지화 전략인가.
“중국은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 기술자들에게 현 연봉의 3배를 제시하며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 공장이 들어선 후저우 뷰티타운은 중국 화장품 산업의 메카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산업단지다. 잇츠한불은 그곳에 입주한 한국 기업 1호이자 외국 기업 1호로, 2500만 달러(약 281억 원)를 투자했다. 달팽이 크림 제품은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위생 허가 지연으로 직접 판매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사드나 통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받았는데, 중국 현지 생산으로 복잡한 위생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화장품은 지구상에 여성이 존재하는 한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예뻐지고 싶은 건 모든 여성의 소원인 만큼 지속적으로 투자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Made in China by Korea

화장품업계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구축이 더 중요할 거 같다.
“맞는 말이다. 프랑스 ‘로레알’ 제품이 기술이 좋아서 잘 팔리는 게 아니라 ‘로레알’이니까 좋은 거다. 브랜드 전쟁이다. 이미지를 잘 구축해 소비자 뇌리에 남게 하려면 수많은 노력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라고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술력과 브랜드 명성을 쌓은 뒤 달팽이 크림 신화에 이어 ‘바이오 화장품’ ‘유전자 화장품’ 등을 꾸준히 선보이겠다.”
잇츠한불은 7월 초 유전체 기반 생명공학 연구개발 기업인 ‘디엔에이링크’와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전자 분석 기술력으로 고객 개개인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일사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한 540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진행해 대주주만 실익을 봤다는 비판도 있다.
“매출 하락의 주원인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통관제재 강화, 한국으로의 단체여행 금지가 컸다. 합병 계획을 발효할 때 잇츠스킨의 시가총액은 7197억 원, 한불화장품은 3829억 원이었다. 한불화장품은 비상장회사였으니 대주주 3명에게 지분 비율대로 잇츠한불 주식이 배정돼 개인지분이 증가했다. 그러나 합병 전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기존 75.4%에서 62.3%로 오히려 떨어져 실제 지분율 증가에 따른 직접적 실익은 없다. 대외 이슈(사드 문제)가 지속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합병을 통해 어려운 사업 환경을 극복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고 대책도 마련했다.”

당장 사드 문제가 풀릴 거 같지는 않은데, 어떤 대책인가.
“기존 충북 음성 공장에서 생산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과 중국 후저우 공장의 ‘메이드 인 차이나 바이 코리아(Made in China by Korea)’ 제품을 활용한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중국과 글로벌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이네이처, ICS, 바탕 등 자사 브랜드 제품도 중국에서 생산해 중국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중국 전용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전용 브랜드는 뭔가.
“중국 선마그룹과 합작법인에서 (중국 전용 브랜드가) 나올 거 같다.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전용 브랜드 출시 계획이 지연되고 있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 기회에 유통 채널별로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끝냈다. 중국 로컬 사업자를 위한 ODM(제조자설계생산), OEM 라인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5월 ‘2017 상하이 미용 박람회(China Beauty EXPO 2017)’에서도 130여 중국 화장품 사업자들이 한불화장품 기술을 이용해 화장품을 출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후저우 공장이 가동되면 훨씬 더 바빠질 거 같다.(웃음)”

양복 입고 일하고 싶었던 섬 소년

화장품 회사 대표로서 사드 문제 해결은 현 정부에게 바라는 1순위겠다.
“그렇다. 우리는 직원 302명 모두 정규직이니 한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쉽지 않겠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 통상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케이뷰티(K-beauty)는 한류바람을 타고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중국과 관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건 기업의 정책결정 및 주가에 가장 큰 악재인 만큼 사드 문제가 양국 간 통상 문제로 비화되지 않게 정부가 노력해주길 바란다. 북미와 유럽, 중동 진출도 원활하게 전개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부탁드린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남고 동문인데….
“내가 2년 후배여서 학창시절엔 잘 몰랐다. 나도 ‘섬 출신’이니 (문 대통령과) 공통점은 있는 거 같다.(웃음)”

고향이 거제도인가.
“경남 남해 출신이다. 부모는 몇 마지기 논농사와 가내수공업을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워낙 집안일에 시달리다 보니 무조건 서울에 가서 멋진 양복 입고 일하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니 ‘가내 노동’을 면제해줘 고입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 제일선물 대표와 CJ홈쇼핑 부사장,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경영학과에 진학하길 잘한 거 같다. 법대 갔으면 허구한 날 범죄자, 의대에 갔으면 매일 아픈 사람을 만났을 거니까…”라며 웃었다.


입력 2017-08-04 17:11:41

  •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 · 전 국가청년위원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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