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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위조차 네거티브戰 뛰어든 까닭은?

‘제대로 검증하자’ 여론 업고, 상대 후보 흠집 내기용 가짜뉴스 극성

1위조차 네거티브戰 뛰어든 까닭은?

1위조차 네거티브戰 뛰어든 까닭은?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 17일 각 당 후보들은 전국 곳곳에서 유세를 펼쳤다. 대전 문화의거리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대전 한 전통시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광주 5·18민주광장에 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인천 연수구를 찾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서울 구로구를 방문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부터). 다섯 후보가 모두 손으로 자신의 기호 번호를 만들어 보이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동아 DB]

말려는 보지만, 그만둘 것 같진 않다. 이번 대선도 막판엔 결국 이전투구 양상으로 갈 모양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급부상이 계기다.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치열하진 않았을 테다. 1위 후보가 네거티브전에 뛰어드는 건 사실 이례적이다. 후순위 후보들이 1위 후보를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전이 반드시 플러스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비난하다 보면 내 입도 더러워진다. 당연히 유권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래서 최후 반격 카드로 남겨두기 마련이다. 1위 후보는 통상 적극적으로 해명하되 네거티브전은 자제한다.

지지율 1위임에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네거티브전에 뛰어든 까닭은 추격세가 위협적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지되던 대세론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1위 후보까지 뛰어들다 보니 선거전의 전체 양상을 좌우할 정도로 네거티브전의 비중이 높아진 게 현 상황이다.

네거티브는 글로벌 트렌드
네거티브 위주의 선거는 요즘 글로벌 트렌드다. 정치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지난해 대선도, 프랑스의 올해 대선도 네거티브 일색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대선후보들이 달걀을 맞거나 밀가루 세례를 당했다. 일종의 전염병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소비 패턴이 바뀐 탓이다. 요즘은 스마트 소비 시대다. 빨리 퍼지고 빨리 변한다. 소비 주기가 엄청나게 짧아졌다.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면 급속히 알려진다. 그리고 온라인 구매로 이어진다. 보고 마음에 들면 곧바로 소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욕구 소멸 주기다. 구매와 동시에 소비 욕구도 급격히 떨어진다. 곧바로 또 다른 소비 대상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사랑 주기도 짧아지는 추세다. 하물며 이슈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국가적 대형 이슈라 해도 요즘에는 몇 주일을 가기 어렵다.

네거티브도 이젠 시리즈
대형 이슈 속에서도 그와 관련된 소소한 이슈가 계속 불거져야 생명력이 길어진다. 아니면 또 다른 이슈로 덮이기 마련이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 이슈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시리즈처럼 작은 연관 이슈들이 계속 터져 나와야 한다.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비리 의혹이 전개되는 과정도 같은 패턴을 따르고 있다. 처음에는 채용 부적절성이 논란이었지만, 이후 장기간 휴직과 해외 인턴생활, 그리고 휴직기간 중 퇴직금 수령으로 이슈가 번져갔다. 최근에는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불법증여 논란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쪽에서도 이래야 이슈가 오래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절대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는다. 요즘은 이처럼 연타를 날리는 게 일반적이다.

가짜뉴스는 네거티브전의 양념
연타를 날리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하거나 자극적인 전략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는 더는 작은 연관 이슈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때 유효하다. 물증이 부족한 경우에도 그렇다. 이는 가짜뉴스라도 만들어서 그칠 줄 모르는 유권자의 소비 욕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가짜뉴스는 작은 연관 이슈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보충재인 것이다. 시쳇말로 양념이다. 재미는 있지만 근거는 희박한 가설이 바탕을 이루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를 계속 이 이슈에 묶어두는 기능만 하면 충분하다. 가짜뉴스가 비판론에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가짜뉴스는 자생적으로 생성되기도 하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 심지어 캠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개인 또는 단체가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가짜뉴스를 홍보 전략 차원에서 전개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의 영향력은 반반
1위조차 네거티브戰 뛰어든 까닭은?

4월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 모습. [KBS화면 캡쳐]

‘말려도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남는 문제는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다. 박빙의 승부에서는 ‘매우’,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는 ‘약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번 대선의 경우 의외로 TV토론의 영향력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만 꼼꼼히 살폈어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 것이란 반성의 결과다. 네거티브전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물론 TV토론에서도 네거티브전이 벌어지긴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다소 빠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 측의 네거티브전에 1차 TV토론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1차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기대만큼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래서 오히려 이것이 네거티브전보다 더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TV토론 다음으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바로 네거티브전이 아닐까 한다.

네거티브전에 ‘올인’하는 캠프 측은 그 영향력이 TV토론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지 모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가짓수가 너무 많다. 최근 네거티브전은 물량 공세로 흐르는 양상이다. 뭐라도 하나 얻어걸리라는 식으로 무차별 폭로를 해댄다.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를 넘어 자녀에 이르기까지, 재산 문제는 물론 소비 성향을 넘어 언행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그러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진다. 이 악재와 저 악재 사이에 경중 구분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스마트 소비를 즐기는 유권자에게 경중 판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정치 전문가에게도 이것은 힘든 일이다.

둘째, 결정적인 악재가 불거지지 않았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는 BBK라는 대형악재를 딛고 당선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가 최태민이라는 대형악재를 딛고 당선했다. 이번 대선에는 이런 대형악재가 없다.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제도, 안철수 후보의 딸 문제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낙마시킨 자녀의 병역 기피 논란, 곧 ‘병풍’급에 미치지 못한다. 속된 말로 고만고만한 악재만 불거졌을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당연히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논란이 휘발성이 강했지만, 2012년 대선 당시 한 차례 걸러진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떨어진다. 흘러간 옛 노래를 계속 틀어대는 느낌이 없지 않다.

가짜뉴스는 보충재, 양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넘쳐난다. 이것이 세 번째 이유다. 결국 이번 대선은 양념맛이 지배하는 요리가 됐다. 양념맛에 요리를 먹는다는 사람도 적잖다.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고 투표하는 이들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과도한 양념은 재료 본연의 맛을 훼손한다. 이런 지경이면 절대미각을 가진 유권자도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유권자는 대부분 현실적으로 선거에 집중하기 힘들다. 생계가 발목을 잡는 탓이다. 그래서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몇몇 가짜뉴스는 진짜라 믿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요즘 전문 요리사조차 ‘게맛살’을 게살 대신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다 보니 게맛살을 넣어야 진짜 게 요리를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웃지 못하는 현실이다.

간발의 차이를 좌우한다
앞서 이유들로 네거티브전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박빙 구도에서는 결정적일 수 있다.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박빙의 승부는 15대 대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39만557표차로 승리했다. 득표율로 보면 40.27%로, 38.74%를 기록한 이회창 후보를 불과 1.53%p 앞섰다. 이번 대선이 최종적으로 이런 박빙 양상으로 흐른다면 네거티브전은 더 격심해질 테고, 영향력도 더 높아질 것이다. 당연한 분석이지만, 그렇다. 거칠게 추정해본다면 2%p가량은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 2% 부족해서 질 수 있고, 이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네거티브 속 포지티브
네거티브전을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맹독도 잘 쓰면 약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대선에서 유독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단기간에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도 작용했다.

짧은 기간에 검증해야 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악재가 터져 나왔을 뿐 아니라, 검증 강도도 강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강박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권장할 바 아니지만, 긍정적 측면이 일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입력 2017-04-24 11:43:16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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