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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문건 사건은 2003년 노무현-남재준 충돌과 흡사?

기무사 문건 사건은 2003년 노무현-남재준 충돌과 흡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동아DB]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동아DB]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 문건 사건이 기무사 해편으로까지 치달았다. 새로 만들겠다고 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는 쿠데타를 막는 대(對)전복과 군사기밀 누출을 막는 보안, 적이나 가상적의 간첩 침투를 막는 방첩을 주요 임무로 한다고 하니, 기무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4200명 요원 전부를 원대 복귀시켰다 그중 선별한다고 했으니, 선별 기준에 따라 안지사의 구성원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정치 개입 금지와 고유 임무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본 업무에 충실한, 강화된 기무사가 될 수도 있다. 

기무사 해편을 초래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무사가 계엄 계획을 만들어 계엄을 유도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무사가 계엄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증거를 찾기도 어렵지만, 찾는다 해도 무조건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시위대가 일으킨 봉기가 커진다면 계엄을 검토할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정보 사용권자, 즉 통수권자가 직면하게 될 문제를 풀 수 있는 각종 방안을 제공하는 일도 하니, 거대한 시위가 일어나면 계엄 방안 정도는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재판으로 가면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유죄를 받아내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기무사에 오래 근무해온 한 예비역은 이러한 말을 했다. 

“육군 야전군에서 대대까지는 인사·정보·작전·군수로 이어지는 일반참모가 있다. 일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정보참모가 판단 정보를 제공한다. 작전참모는 그것을 토대로 이렇게 작전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인사참모는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병력 동원 방안, 군수참모는 병참 방안을 마련한다. 이때 인사나 군수참모가 동원이 어렵다고 하면 그 작전은 취소되고, 동원 가능한 병력과 물자 범위에서 가능한 작전을 다시 만든다. 이 일을 종합하는 이가 참모장인데, 참모장이 최종안을 만들어 보고하면 지휘관은 수정한 후 예하 부대를 동원해 실제 작전에 들어간다. 계엄도 작전인지라, 하게 된다면 참여 부대는 일반참모를 동원해 이렇게 작전안부터 만들어야 한다. 기무사는 야전부대가 아니기에 일반참모제가 아닌 부장형 참모제를 택하고 있다. 1처는 대전복, 2처는 보안, 3처는 방첩 등 특수 업무에만 집중하니, 인사·정보·작전·군수참모를 둘 이유가 없다. 따라서 모든 일은 각 처장이 책임져 집행하고 사령관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는다. 부장형 참모제를 가진 부대에서는 작전을 짤 수 없고 작전을 시행할 예하 부대도 없기에 쿠데타나 계엄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다면 ‘방안’을 마련해 합참의장이나 육군참모총장 혹은 여타 지휘관에게 제공하는 형태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계엄이나 쿠데타를 주도한 것은 그 지휘관이 되고, 기무사는 보조가 된다. 지금 정부는 계엄을 주도한 부대는 찾지 못하고 기무사를 계엄 주도 혹은 유도 세력으로 몰고 있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오른쪽). [동아DB]

노무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오른쪽). [동아DB]

적잖은 예비역은 이번 기무사 문건 사건이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충돌 사건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다. 남 총장은 영관 장교 시절 하나회를 비판했다 수년간 진급에서 배제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총장이 되자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남 총장은 윤일영 인사부장과 함께 육군 기준에 따라 준장 진급자를 결정했다.


변호사 비용 모금으로 불만 표출했던 군부

군·검 합동수사단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뉴시스]

군·검 합동수사단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뉴시스]

이렇게 만든 진급자 명부를 청와대로 보내자, 민정수석실은 절반 이상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양측은 ‘못 하겠다’ ‘그렇다면 이들만이라도 해줘라’고 공방을 벌였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통수권자이니 인사권이 자신에게 있다 보고 그렇게 한 것이다. 남 총장 측은 준장 진급자 선정은 총장에게 위임돼 있으니 선발 과정에 부정이 없다면 이 인사안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맞섰다. 그때 해군 출신인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남 총장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수뇌부 인사를 계룡대로 보내 남 총장 등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기무사에 ‘항명’ 여부를 하루 만에 조사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무사는 새벽같이 조사단을 파견해 남 총장과 윤 인사부장을 조사했으나 조직적인 항명은 아니라는 보고를 했다. 그것으로 인사 파동은 일단락됐다. 청와대는 한 명도 바꾸지 못하고 육군본부(육본) 인사안을 승인해준 것이다. 

기무사는 육본과 별도로 자체 진급자 안을 올린다. 당시 기무사는 청와대 요구대로 진급자를 교체했다. 그러했으니 두 기관이 공모해 청와대의 인사 교체 지시를 거부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기무사가 육본을 내심 지지한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군 검찰을 동원해 육본을 통제하고자 했다. 일반 사회에서 검찰은 모든 곳을 조사할 수 있으니, 검찰권을 확보하면 모든 조직을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군에서는 검찰이 지휘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이는 거의 모든 나라의 군이 채택한 제도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면을 전제로 죄수들로 부대를 만들어 특수 임무를 맡기기도 한다. 죄수부대의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옛 소련군은 죄수부대로 큰 전과를 거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죄수를 풀어주려면 지휘관이 검찰보다 월등히 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군 검찰을 사회 검찰만큼 강화한다면, 군 검찰은 현 기무사처럼 지휘관을 사찰하거나 소환해 조사함으로써 바로 무력화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군 검찰 독립을 추진했지만, 남 총장을 중심으로 한 육본은 강력히 반대했다. 청와대와 육본 사이에 다시 긴장이 형성됐다. 그 무렵 나온 것이 유명한 ‘정중부 발언’이다. 육본 회의에서 불만을 가진 누군가가 고려 말 무인의 난을 일으킨 정중부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인데, 이는 육본이 쿠데타를 모의한 것으로 이해돼 다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고, 결론은 ‘혐의 없음’이었다. 

이렇게 청와대와 육본이 공방을 벌일 때 한 청와대 실력자가 기무사령관인 S씨를 불러 “당신이 보안법 철폐에 앞장서달라”는 부탁을 했다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 또한 기무사를 비롯한 육군이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사례로 추가됐다.


감찰실장에 일반 검사 임명

7월 26일 오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국방부-법무부 합동수사단’ 현판식. [동아DB]

7월 26일 오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국방부-법무부 합동수사단’ 현판식. [동아DB]

이때 군 검찰은 다시 군 인사비리 수사에 나섰다. 남 총장과 윤 부장 등 수뇌부는 건드리지 못했고 실무자인 영관급 장교들이 기소됐다. 그러자 이들의 동기생과 상급자들이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겠다며 자발적인 모금을 해 순식간에 2억 원을 넘겼다. 

이러한 파동을 겪을 때 국방부 주변에는 남 총장의 인사를 비난하는 지라시가 뿌려지기도 했다. 이 지라시에 대해서는 헌병을 중심으로 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수사했으나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를 군 검찰에게 맡기지 않았다. 일반 검찰과 군 검찰의 합수단으로 편성했다. 군 검찰은 군에서는 그리 두렵지 않으니 군 검찰에 반대하는 단체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군·검 합수단은 기무사가 이 문건을 만들 때 육군참모총장이던 장준규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는 새로 만들려는 안지사 감찰실장에 일반 검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검찰을 통해 안지사를 통제하고 안지사를 통해 군을 통제하는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군 검찰이 독립한다면 현 기무사처럼 군 지휘관을 사찰하고 조사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육본과 기무사는 2003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앞장서 거의 모든 군인이 꺼려하는 기무사를 먼저 쳤기에 일어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검사가 참여한 군·검 합수단이 계엄 문건의 불법성을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군·검 합수단일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50~52)

  •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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