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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가성비 뚝 떨어지는 의원입법

발의는 ‘열심’, 심사·통과는 ‘글쎄’…미처리 법안 1만 건 넘어

가성비 뚝 떨어지는 의원입법

5월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물관리 일원화 관련법 등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동아DB]

5월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물관리 일원화 관련법 등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동아DB]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기관. 민의(民意)를 받들어 법치 정치의 기초인 법률을 제정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국가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단원제와 양원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단원제를 택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국회’에 대한 정의다. 국회는 입법(立法)기관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법률안 제정이 본질적 권한이자 제1의 책무다.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20대 국회에는 1만 건이 넘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 남은 임기에 하루 15건씩 법안을 처리해야 할 만큼 방대한 양이다. 


가성비 뚝 떨어지는 의원입법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19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 건수는 1만4000건에 이른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제52조에서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제출 주체에 따라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으로 크게 구분한다. 20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 건수는 1만2688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699건이었다. 각 상임위원장이 법안을 제출한 건수도 613건이었다(표 참조).


법안 처리율 26.8%

국회에 제출된 1만4000건의 법안 가운데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처리된 것은 모두 3752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26.8%였다. 최소한 4건의 법안 가운데 1건이 처리된 셈이다. 그런데 법안 제출 주체별로 세분해보면 의원 제출 법안의 처리율이 정부 제출 법안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원들은 1만2688건의 법안을 제출했고, 이 가운데 2781건이 처리돼 21.9% 처리율을 보였다. 처리 법안 가운데 법률에 반영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이 123건, 철회된 법안도 120건에 달했다. 국회 표결을 통해 부결된 법안은 1건으로 나타났다. 

의원입법에 비해 정부입법은 처리율과 가결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 국회에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모두 699건. 이 가운데 358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은 51.2%였다. 의원 발의 법안 처리율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국회에서 처리된 정부 발의 법안은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대안 반영이든 100% 법률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대로 처리한 건수가 68건이었고 수정 101건, 대안반영 189건이었다. 

정부 발의 법안의 처리율과 가결률이 의원 발의 법안보다 높은 것은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하기 전 여러 단계를 거치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반면 의원입법의 경우 국회 법제실 등을 통해 성안한 뒤 동료 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곧바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정부입법은 입법예고에 이르는 과정부터 지난하다. 먼저 해당 부처에서 입법 계획을 수립한 다음 관계기관 협의와 당정 협의 등을 거친 뒤에야 입법예고를 할 수 있다. 입법예고 후에는 규제심사와 법제처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받아야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 

법안 처리율과 가결률이 가장 높은 것은 각 상임위원장이 대안입법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내용이 비슷한 여러 법안을 하나의 법으로 묶어 대안입법 형태로 제출한 만큼 처리율과 원안 가결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613건이 접수돼 613건 모두 처리됐으며, 3건을 제외하고 610건이 원안대로 처리됐다.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진 대안입법의 본회의 가결률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법안 계류 많은 상임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동아DB]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동아DB]

계류법안을 상임위원회별로 살펴보면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1385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복지위원회가 1061건으로 뒤를 이었다. 환경노동위원회 996건, 법제사법위원회 972건, 기획재정위원회 826건 순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 건수가 많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의원들이 처리해야 할 법안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발의에 비해 법안 검토와 심사에는 의원들이 그다지 높은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시민단체 등에서 의정활동 평가지표로 주로 삼는 것이 법안 발의 건수와 상임위원회, 본회의 출석률 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또는 공동발의해 몇 건을 통과시켰는지, 또 그 법률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량평가뿐 아니라 정성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지표가 국회의원들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법안만 제출하고 심사는 등한시하는 ‘묻지마 입법’ 행태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19대 국회에서는 1만7822건의 법안이 접수돼 1만190건이 폐기됐다. 폐기 법안 가운데 9899건이 의원입법안이었다. 폐기 법안은 대부분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것들이다. 임기만료로 1만 건 넘는 법안이 폐기된 악순환을 20대 국회에서는 끊을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18.07.25 1148호 (p56~57)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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