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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의협 vs 문재인 케어

문재인 케어, 의사만 빼면 전 국민이 이득?

늘어나는 의료 수요 감안하면 30조 원으로 전면 비급여화 쉽지 않아

문재인 케어, 의사만 빼면 전 국민이 이득?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 보 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 보 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문재인 케어의 국민건강보험(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내용만 보면 대다수 국민에게 이득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을 너무 적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 부분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갈 것이 뻔하기 때문. 게다가 정부가 의료계의 손해도 없을 것이라고 발표해 일부 국민은 건강보험료가 인상될까 두렵다. 의료 서비스 전체 가격은 그대로인데 보험혜택이 많아지면 그만큼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통상적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만으로도 충분히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이 그간 보장성이 적어 적립금이 많다는 것. 이 적립금과 통상적 보험료 인상분을 포함해 5년간 30조6000억 원만 들이면 전체 의료비의 70%를 보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말이 30조, 한 달에 2000원만 더 내도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뉴스1]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뉴스1]

정부가 재원 조달에 큰돈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정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8951억 원에 불과하던 건강보험 적립금이 2012년부터 지출에 비해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2016년 20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갑작스러운 수입 증가의 원인을 2008년과 2011년 보험료율 인상에서 찾았다. 보통 건강보험료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2~3%씩 오른다. 하지만 2008년과 2011년 보험료 인상률은 각각 6.4%, 5.9%였다. 덕분에 보험료 수입이 전년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반면 인구수에는 큰 변화가 없어 지출액이 비슷했고 적립금이 필요 이상 쌓였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10조 원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쓸 예정이다. 

나머지 20조 원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채운다. 그러나 폭발적인 보험료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건강보험료를 2.04% 인상한다. 직장 가입자가 내는 건강보험료 평균치가 2017년 기준 10만276원에서 올해 10만2242원으로 1966원, 지역 가입자는 같은 기간 8만9933원에서 9만1786원으로 1853원 오른다. 정부 목표는 이후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보험료율을 3.2%씩 인상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 

이 추세대로 계속 인상되면 가구당 증가하는 건강보험료는 월평균 3600원, 연평균 4만4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2%씩 보험료율이 인상될 경우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8%를 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율은 최대 8% 범위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료율이 8%에 도달하면 보험료율 인상은 멈출 계획이다. 

건강보험료의 큰 인상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학계에서도 정부 재원 조달책만으로 충분히 30조 원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월 한국보험학회가 개최한 ‘문재인 케어의 정착 과제와 민영건강보험의 역할’ 정책 세미나에서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건강보험료 폭탄 없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3.2% 보험료율 인상으로 약 15조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상된 보험료로 기금 운용 등 수익을 낼 것을 고려하면 10년간 보험료 수입 최대 증가분은 70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누적 적립금 사용액과 국고보조 증액분 15조 원을 더하면 최소 30조 원에서 최대 86조 원까지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야당과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재정 추산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보장성 강화로 2019년부터 건강보험 적자가 시작된다는 것. 결국 적자는 충당금으로 메울 텐데 이 같은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지금까지 쌓인 적립금을 일시에 털어 한시적으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얘기 아니냐. 10조 원을 남긴다 해도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적립금은 한 푼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인은 많아지고 돈 버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2019년부터 당기순익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정추계’ 보고서도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하고 이를 2027년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19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지출액을 줄이지 않으면 2026년 누적 적립금이 전부 고갈된다. 

물론 해결 방안은 있다. 정부는 의료비 정찰제인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허위 청구 차단,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방지 등 재정 절감 대책을 통해 적자를 최소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적립금은 2027년에도 4조70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확실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는 듯 보이지만 의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정부 내부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예측이 상이하기 때문.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에 바닥나고 2025년이 지나면 총 20조1000억 원 적자를 떠안게 된다. 급속한 고령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외에도 의료비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 

의료계가 지적하는 부분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정연)는 지난해 9월 공개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소요재정 추계’를 통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나온 재정 소요액 30조6165억 원은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의정연 추계에 따르면 최소 4조182억 원이 더 소요된다는 것. 의협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무턱대고 보장 범위를 늘렸다간 현 청년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의료비가 낮아지면 의료 수요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지출액도 증가할 텐데 정부 집계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14~15)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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