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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증식 유사수신

사람 속인 모집책이 피해자 ‘코스프레’

유사수신업체 대표 고소해 면죄부로 활용

사람 속인 모집책이 피해자 ‘코스프레’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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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 투자업체 모집책들이 유사수신 행위를 실질적으로 수행한 장본인인데도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모집책들이 투자자 모집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워서라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 모집책은 ‘자신도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모집책 개개인을 고소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피해 액수가 적은 데다 혐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가 소홀하다는 것. 한편 일부 거물급 모집책의 경우 법조 및 정계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니, 내가 무죄인데 말이야”

모집책이 혐의를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모집책으로 활동했지만 유사수신업체에 투자한 금액도 있으니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 실제로 IDS홀딩스 모집책들은 IDS홀딩스 투자상품이 유사수신이라고 생각지 못했으며 자신들도 일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2017년 11월 IDS홀딩스 주요 모집책들에 대한 재판에서 모집책들이 무혐의 판결을 받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들이 모집책으로 활동하면서 번 돈을 따져보면 피해를 봤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A씨는 “5%씩 수수료를 받으며 많게는 몇백억 원까지 번 사람들이 자신도 투자해 고작 몇천만 원을 잃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죄판결을 받은 일부 지점장급 모집책은 하위 모집책들의 재판에 참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핵심 모집책인 C씨를 재판정에서 봤는데 그가 ‘지점장인 자신도 죄가 없는데 하물며 하위 모집책에게 죄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모집책이 대표를 고소한 경우도 있다. 현재 유사수신행위로 대표가 구속기소 된 HnA파트너스(HnAP)의 경우 주요 모집책이던 이사가 대표인 박모(43)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대표가 이사에게 빌린 돈 일부를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사 측 고소장에 따르면 박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수익금이 모자라다며 3000만 원가량을 이사로부터 빌린 후 이를 갚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사의 고소가 일종의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지적한다. 피해자 D씨는 “현재 이사는 HnAP를 나온 뒤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 역시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자금을 모집하는 등 유사수신행위가 의심되는 곳이다. 그만큼 HnAP의 투자자 모집 방식을 잘 아는 사람이다. 추후 투자자들의 고소가 이어질 때에 대비해 대표를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 진행되면 대다수는 해당 업체의 대표만 재판을 받는다. IDS홀딩스도 김성훈 대표가 구속기소 된 뒤 피해자들이 따로 핵심 모집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당시 대표였던 이모(52) 씨만 기소된 상태다. HnAP 역시 대표인 박모 씨만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직접 실무자인 모집책을 경찰에 고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이 모집책 고소 건에 대해 크게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유사수신행위 피해자 E씨는 경찰에 자신에게 투자를 권유한 모집책을 신고했다 면박만 받고 돌아왔다. 피해액이 너무 적고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것. E씨의 피해액은 600만 원가량이다. 그는 “많게는 몇억, 최소 수천만 원을 피해 본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내 피해액이 적기는 하다. 최근 유사수신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이 많아 수사기관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경찰이라면 적은 액수의 피해자라도 관련 이야기를 듣고 수사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단가가 안 맞는 사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뉴스1]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뉴스1]

HnAP 이사를 신고하려고 나선 D씨도 수사기관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담당 경찰관이 수사에 착수해도 기소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한 것. D씨 전에 다른 피해자가 경찰에 해당 이사를 고소했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D씨는 “담당 경찰이 ‘이미 불기소 처분이 난 사건이라 다시 수사해도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IDS홀딩스 등 유사수신행위 사건이 빈발하는 만큼 이에 가담한 모집책도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유사수신행위나 사기 등을 입증하려면 피신고자의 통장 등을 다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일부 피해자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2017년 11월 20일 IDS홀딩스 핵심 모집책들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무죄판결이 나오자 사법부 불신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고에 앞서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11월 12일 녹취록 및 서면 증거를 보강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녹취록은 2016년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 강연과 피고인 지점장 등의 회의 내용이었다. 이 증거 자료는 김성훈 대표 측이 모집책들에게 적극적으로 IDS홀딩스 상품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설득했으며 모집책들은 이를 믿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제출된 것이었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피해자연합회)를 지원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이를 정식 증거로 받아들이려면 증거 채택 동의 여부를 재판 전 검찰 측에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에게도 새로운 증거를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새로운 증거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제출된 녹음파일에 담긴 목소리가 피고인의 것이 맞는지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전문기관에 진위 여부 판단을 의뢰하는 등 절차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또 재판부에 녹취록과 음성파일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된 것인 만큼 녹취록에 대한 피고인의 신문 기회를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12월 18일 IDS홀딩스 2인자로 불리는 유모(61) 씨의 결심 공판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있었다.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피고인 형량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전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구형을 준비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재판 기일을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사건을 맡은 검사는 추후 서면으로 유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피해자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현직 법조계 인사는 “세간의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검사가 재판일자를 착각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사수신업계 뒤에는 거대한 흑막

IDS홀딩스 변호인이었던 J변호사. 그는 IDS홀딩스 변호 직전까지 자유한국당 K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사진 제공 · 제보영상 캡처]

IDS홀딩스 변호인이었던 J변호사. 그는 IDS홀딩스 변호 직전까지 자유한국당 K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사진 제공 · 제보영상 캡처]

IDS홀딩스 내에서 ‘회장’으로 불리던 유씨는 김 대표나 주요 모집책들과는 혐의가 다르다. 이들의 혐의가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등에 관한 것인 반면, 검찰은 유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중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한 것. 

검찰 조사 결과 유씨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구은수 경찰공제회 이사장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 대가는 인사청탁이었다. 유씨는 구 전 청장에게 윤모 전 경위 등 경찰관 2명(당시 경사)을 경위로 승진시켜 IDS홀딩스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배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청장 측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갑자기 경찰에 인사청탁을 한 이유는 윤 전 경위가 IDS홀딩스 측과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기 때문. 윤 전 경위는 현재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수사 관련 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유씨의 금품 전달 통로가 된 것은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 보좌관인 김모 씨였다. 김씨 역시 이 일의 대가로 IDS홀딩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됐다. 

피해자연합회는 “(IDS홀딩스가) 정계에도 뇌물을 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12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성훈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 내용의 골자는 김 대표가 충청지역 정치인 인맥을 갖고 있던 유씨에게 정계와 IDS홀딩스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고소장에 언급된 전·현직 국회의원은 총 3명으로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과 K의원, B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보좌관이 금품수수에 연루된 이 의원을 제외하고 K 의원과 B 전 의원은 모두 IDS홀딩스 기념영상에서 축사를 한 인물들이다. 이 중 K의원은 측근을 통해 IDS홀딩스를 간접적으로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의 변호를 맡았던 J변호사가 K의원의 보좌관 출신이기 때문. J변호사는 K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다 K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하자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J변호사는 2014년 6월 보좌관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복귀한 뒤 그다음 달부터 IDS홀딩스의 변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J변호사는 변호 외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활동까지 해왔다. 그는 2014년 설명회 동영상에서 “대표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문을 보면 사업을 진행하려는 의도 등은 재판부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B 전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 현금시제 마감보고’라는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과 7월 IDS홀딩스가 B 전 의원 측에 현금 3억3000만 원을 지급한 기록이 있다. 피해자들은 고발장에서 ‘검찰이 해당 자료를 입수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B 전 의원에게 지급된 돈은 투자 원금과 이자였고 이후 B 전 의원이 추가로 6억 원을 투자해 역시 큰 손실을 본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주간동아 2018.01.03 1120호 (p58~60)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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